'엔저'로 경기 활력 쫓던 일본, 부정적 영향 우려 확산
수출 실적 올랐지만…원자재가격 인상, 고물가 등 부담
[서울=뉴시스] 박준호 기자 = 엔화 약세는 수출기업의 이익을 늘리지만 원자재 수입가격 상승을 초래해 소비를 위축시킬 우려도 있는 만큼 엔화 약세의 혜택을 본 기업은 임금 인상으로 환원해야 한다고 요미우리신문이 5일 보도했다.
4일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이 1달러당 150엔대를 목전에 둔 시세가 전개되자, 회원사 중 중소기업이 많은 일본상공회의소의 고바야시 겐 회장(미쓰비시상사 고문)은 당일 기자회견에서 "규모가 작은 기업은 가격 전가가 어려워 이익을 압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바야시 상공회의소 회장은 정부·일본은행의 대응에 대해 "(환율) 개입 시점을 놓친 감이 있다"고 덧붙였다.
엔화 가치가 급격히 떨어질 경우 진정세를 보이던 식료품 가격 인상도 재연될 우려가 있다.
일본 민간시장조사업체 제국데이터뱅크에 따르면 올해 안에 가격을 인상할 예정인 품목은 이미 실시한 것을 포함해 3만개가 넘어 전년보다 약 6100개가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물가 상승으로 인해 절약하려는 성향이 더 강해질 수도 있다고 요미우리가 짚었다.
반면 수출기업의 경우에는 엔저(円低)가 실적에 순풍이 되고 있다. 일본은행이 2일 발표한 9월 전국기업단기경제관측조사(단칸)에서 전 산업의 2023년도 예상환율은 1달러당 135.75엔으로 지난 6월 조사에 비해 3엔 가량 엔화약세·달러강세로 수정됐다.
일본의 대표적인 자동차업체인 도요타의 경우 엔화 가치가 1엔 하락하고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 영업이익이 450억엔 증가한다. 매출의 해외 비중이 높은 기업은 엔화 환산으로 이익이 커지게 된다. 생산의 발목을 잡았던 반도체 부족 현상도 해소돼 이번 분기 실적으로 최종 이익이 늘어나는 자동차 업체가 잇따를 전망이라고 요미우리가 보도했다.
숙박, 음식 같은 비제조업에서도 혜택을 보는 업종이 많다. 엔저로 방일 외국인에게는 비교적 물가가 저렴해져 소비가 늘어난다.
다이와종합연구소(大和総研)가 지난 8월 공표한 추정치에 따르면, 1월 수준(1달러=130.50엔)에서 엔화 가치의 10% 하락과 달러가치가 상승하면, 실질 국내 총생산(GDP)을 0.1% 정도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다만 엔화 가치가 하락해 달러당 150엔대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10월 이후 약 1년 만이지만 시장 관계자들은 "1년 전과는 조금 상황이 다르다"고 지적한다고 마이니치신문이 5일 보도했다.
마이니치는 "올해 엔화 약세는 그동안 '혜택'이 의식되는 추세였다"며 "다만 최근 엔화 약세의 부정적인 측면이 두드러졌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엔화 약세에 따라 방일 외국인 손님들이 쓸 수 있는 돈이 늘어나고 코로나 사태 수습에 따른 행동제한 완화로 회복되는 인바운드(방일 외국인관광) 수요에 힘입어 자동차 등 수출주도형 기업의 호조 실적을 뒷받침하는 긍정적 측면이 있었다.
하지만 엔화 약세로 인한 수입 물가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잠잠하던 유가가 다시 오르고 있고, 여기에 자원과 원자재 등 수입가격 상승이 민생과 기업의 활동을 힘들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고바야시 겐 일본상공회의소 회장이 4일 회견에서 중소기업에 자재비와 광열비 급등의 절반 이상이 환율 요인이라며 위기감을 드러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일본 총무성이 9월에 발표한 8월 전국소비자물가지수(2020년=100, 신선식품 제외)는 전년 동월 대비 3.1% 상승한 105.7로, 성장률은 7월의 3.1%에서 보합세를 나타냈다. 식료품 등의 가격 상승 러시가 끝나지 않아 고공행진을 계속했다. 24개월 연속 전년 동월을 웃도는 사태로, 일반 소비자에게는 구매를 보류하거나, 낮은 가격을 선호하는 성향이 강해지고 있다고 마이니치가 전했다.
요미우리는 물가 변동을 반영한 7월 실질임금이 전년 동월 대비 2.7% 줄어들어 1년4개월 연속으로 감소한 후생노동성 자료를 거론하면서 "엔화 약세로 기업의 실적이 좋아져도 근로자의 임금에 반영되지 않으면 소비는 줄어든다"고 지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pj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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