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써 본 분" 이재용의 경종 14년 후…혁신 사라진 애플의 반면교사
[편집자주] 재계 전반에 일어나는 일에 대한 사견(私見)일 수도 있지만, 이보다는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라는 누군가의 에세이집 제목처럼 세상의 문제를 깊이 있게 생각하고, 멀리 내다보자는 취지의 사견(思見)을 담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애플이 오는 6일 국내에서 사전주문을 받고 13일부터 출시할 아이폰15 신제품을 두고 말들이 많다. 애플 애호가들은 이번에도 애플의 혁신을 찬양하지만, 업계에선 '애플의 혁신은 죽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애플의 한국 판매 사이트에서는 "아이폰 프로15와 프로맥스는 견고한 티타늄 소재와 초고화질 카메라, '어마무시한 성능'으로 판도를 바꾸는 A17 프로칩에 USB3 속도를 지원하는 USB-C 커넥터까지 강력하고 혁신적인 기능을 갖췄다"고 소개하고 있다.
애플의 '어마무시한 성능'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업계에서 신제품에 대한 평가는 싸늘하다. 이미 삼성전자를 비롯한 업계가 모두 도입한 USB-C 커넥터를 채택한 것을 두고 강력한 혁신이라고 말하는 것이나, '어마무시한 성능'이 '어마무시한 발열이냐'는 A17프로칩 발열에 대한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혁신이라고 부를 만한 내용이 없다보니 '전작과 가격이 동일한 것이 아이폰15의 유일한 혁신'이라는 비아냥도 들린다. 애플의 혁신 논란은 어제 오늘 일만은 아니다.
12년 전 오늘(10월 5일) 스티브 잡스가 사망한 이후 '애플의 혁신도 잡스와 함께 죽었다'는 말까지 나왔었다. 일각에선 애플의 전설적인 디자이너 조너선 아이브와의 지난해 결별 이후 애플에 새로움은 사라졌다는 얘기도 들린다.
사실 매번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혁신'을 요구할 수는 없다. 일부 기능을 개선하거나 디자인이나 컬러의 변화를 통해 '참신함'을 전할 수는 있지만 생산성을 혁신적으로 개선하거나 인류의 삶에 큰 변화를 일으키는 일이 매번 일어나기는 힘들다.
애플도 창업 이후 서너번의 혁신적 제품을 통해 세상을 바꾼 사례다. 첫 개인용컴퓨터인 애플1을 1976년 출시한 후 다양한 모방과 창조를 통해 매킨토시와 맥북, 아이팟, 아이폰 등의 성공작을 내는 행운을 얻었다.
그 성공의 기저에는 자신이 일군 회사에서 쫓겨나 밑바닥까지 경험해본 스티브 잡스의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철학적 탐구 정신이 깔려 있다. 인간의 본성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를 통해 인간에게 편리한 도구로서 '스마트폰'의 혁신을 일군 게 잡스이고 현재의 애플이다.
지금의 애플은 '잡스의 유산'을 뜯어먹고 살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잡스가 만들어놓은 애플 생태계에서 더 이상의 진화가 없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선구자였던 애플이 가는 길은 곧 삼성전자 MX(Mobile Experience) 부문이 가야할 길이기도 하다.
2007년 1월 9일 스티브 잡스가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 웨스트에서 열린 맥월드컨퍼런스&엑스포 자리에서 첫 '아이폰'을 공개할 당시 인근 호텔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당시 전무(CCO: 최고고객책임자)와 최지성 당시 정보통신총괄 사장 등이 있었다. 이들은 화상으로 스티브 잡스의 발표 장면을 지켜보며 다가올 미래에 대한 고민에 빠졌다.
2009년까지도 아이폰에 대해 전혀 위기감을 느끼지 못하고, 피처폰(스마트폰 기능이 없는 휴대폰)의 성공에 심취해 있던 무선사업부 임원 수십명과의 회의시간 중 이재용 회장(당시 직급 전무)은 "아이폰 써본 분 손들어 보시라"고 한 후 한명도 없자 "당장 내일 아이폰 하나씩 사서 사용해보시라"며 강력한 위기의 메시지를 던지기도 했다.
그 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의 모든 역량은 스마트폰 개발에 집중됐고, 변화에 빠르게 대응한 결과, 삼성은 2012년부터 2022년까지 11년 연속 세계 휴대폰 판매 1위를 달성할 수 있었다. 이런 스마트폰 시장이 이제 성숙기로 접어들면서 혁신의 요구에 직면해 있다.
지금 변화하지 않으면 피처폰의 황제 노키아가 갔던 쇠락의 길을 애플이 따라가고, 그 뒤를 삼성전자가 따라갈 수밖에 없다. 최근 애플의 혁신부재는 곧 삼성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다.
그나마 삼성이 갤럭시 Z폴더나 Z플립을 통해 애플과는 다른 변화와 가치를 제공하려는 움직임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어느 정도 어필하고 있지만 이 또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위기는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가까이에 있다. 빨리 변하지 않으면 도태된다.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hunt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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