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발 '블랙아웃', 또 하나의 '추석 스트레스'[우보세]

안정준 기자 2023. 10. 5.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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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풍부한 가을철 일조량으로 초과 생산된 태양광 전력이 긴 추석 연휴로 급감한 수요와 맞물려 초유의 '추석 블랙아웃'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적지 않았다.

현재 전국 태양광 발전 설비 용량은 27GW다.

지난 2년 반 사이 원전 10기 만큼 태양광 발전 설비가 늘어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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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올해만 하고 끝날 걱정일까요?"

추석 전 우려된 전력 과잉 공급에 따른 '블랙아웃'(대규모 정전)이 실제로 발생하진 않았다는 말에 한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이 같이 답했다. 통상 전력 수요가 공급을 크게 웃돌 때 블랙아웃이 일어나지만 반대의 경우도 있다. 수요를 넘어선 전력이 과잉 공급되면 송·배전망이 이를 감당하지 못한다. 때문에 풍부한 가을철 일조량으로 초과 생산된 태양광 전력이 긴 추석 연휴로 급감한 수요와 맞물려 초유의 '추석 블랙아웃'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적지 않았다. 다행이 현실화하진 않았지만, 앞으론 매년 이 같은 상황을 염두에 두고 살아야 할 수 있다는 게 에너지 업계의 경고다.

추석 연휴에 전력 수요가 줄어드는 건 '상수'인데, 태양광 전력 초과생산 역시 '상수'가 된 탓이다. 현재 전국 태양광 발전 설비 용량은 27GW다. 이미 전체 원전 설비용량(24.65GW)을 넘어섰다. 지난 2년 반 사이 원전 10기 만큼 태양광 발전 설비가 늘어난 결과다. 이렇게 늘어난 태양광 전력은 날씨에 따라 전력망을 압박한다. 날씨가 좋은 날과 나쁜 날의 오후 1시 기준 태양광 발전 편차는 13GW. 대략 원전 13기가 동시에 생산할 분량의 전력이다.

그동안 무분별하게 추진된 태양광 확대가 근본 원인이지만, 이미 깔린 태양광 설비를 걷어내긴 현실적으로 어렵다. 정부는 올해 확정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중 목표를 9차 안보다 8.6%p 내린 21.6%로 제시했다. 목표치가 깎여도 여전히 현재 비중인 8.9%(2022년 기준)를 웃돈다. 그동안 너무 빠른 속도로 깔린 태양광이 매년 전력 수급 '미스 매치'의 상수가 되는 셈이다.

전력 수요가 풍부한 수도권으로의 송·배전 투자를 늘려 호남과 영남에 60% 이상 깔린 태양광 전력 편중을 해소하는 방법이 있지만, 충분한 송·배전 시설 구축에는 10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결국 가장 빠른 해법은 다량의 전력을 충전했다가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백업 설비 투자다. 하지만 이 역시 'ESS 화재 트라우마' 탓에 통로가 막혀있다. 2017년부터 일기 시작한 ESS 화재로 정부는 그동안 3차례 조사에 나섰지만 명확한 원인을 밝히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사업 규제만 늘었고 2018년 3.8GWh였던 ESS 설치 규모는 지난해 0.2GWh까지 떨어졌다. 국내시장을 잃은 ESS용 이차전지 업계는 중국에 밀려 세계 2위로 주저앉았다.

정부는 지난 달 강원도 삼척에 세계 최대 규모의 ESS용 이차전지 화재 시험 센터를 구축했다. 이를 발판으로 명확한 원인을 잡아내 화재 트라우마를 떨치는 한편 ESS 육성 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마침 ESS 육성에 대한 정부 반응도 이전보다는 긍정적이라는게 업계의 전언이다. 뒤늦었지만, 이제라도 화재 방지와 ESS 육성 투트랙 작업에 속도를 내야 한다. 더 지체하면 여름철 블랙아웃 스트레스가 추석까지 이어지는 일이 매년 반복될 수 있다.


안정준 기자 7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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