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연' 측 "도파민 절여진 연애프로, '무해함'으로 달래요" (종합) [인터뷰]
[OSEN=연휘선 기자] "무해해도 재밌을 수 있어요". 언제부터 연애 리얼리티에 도파민과 자극이 판을 치게 됐을까. 무해해도 설레고 재밌을 수 있는 첫사랑의 힐링이 손다. '소년 소녀 연애하다' 제작사의 유규선 대표와 박희연 CP를 만나봤다.
티빙 신규 오리지널 예능 '소년 소녀 연애하다(약칭 소소연)' 측은 4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진행헀다. 이 자리에는 박희연 CP와 제작사 블랙페이퍼의 유규선 대표가 참석해 국내 취재진과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소년 소녀 연애하다'는 처음이라 서툴고, 서툴러서 더 설레고 선명한 순간들을 마주한 소년과 소녀, 어쩌면 사랑일지도 모를 감정을 나누는 과정을 그린 첫사랑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18세~19세 남여 4명씩 총 8명의 청소년들이 모여 첫사랑이라는 감정에 눈을 뜨는 모습을 조명한다.
첫사랑은 이뤄지지 않는 게 법칙처럼 여겨지는 한국의 로맨스, 거기다가 ENA, SBS플러스 예능 프로그램 '나는 솔로'와 같은 도파민이 폭발하는 자극적인 연애 프로그램의 홍수에서 '소소연'은 최종 선택이라는 감정의 결과가 아닌 '과정'에 집중한다. 유규선 대표는 "첫사랑은 미완성에서 주는 서툴고, 아름답고 미련한 것에서 오랜 기억이 남는다. 감정을 알아가는 과정을 다른 프로그램보다 집중하려고 했다. 출연자들이 본인 감정을 알아가는 데에 더 집중하려고 했다. '내가 쟤를 진짜 좋아하는 구나'에 집중하려고"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를 위한 장치가 '소소연'의 '소소록'이다. 매일 밤 출연자들이 돌아가며 자신의 속마음에 대해 솔직하게 일기로 써서 고백하는 시간을 갖도록 규칙으로 정한 것이다. 돌아가면서 소소록을 작성한 출연자들이 자신의 마음을 보다 객관적으로 깨닫고 감정에 집중했다는 귀띔이다. 이에 박희연 CP는 "어느 순간 '소소록 어떻게 쓸지 보고 싶어'라는 반응이 패널 분들 사이에서 많았다"라며 눈을 빛냈다.
출연자들이 자신의 감정을 깨달아가는 모습은 제작진에게도 울림을 남겼다. 박희연 CP는 "누구나 첫사랑을 규정짓는 기준이 다르다. 누군가는 처음 좋아했던 사람. 혹은 누군가는 썸을 탔던, 사귀었던 사람일 것 같더라. 보시는 분들로 하여금 '나한테는 이 때가 첫사랑이었어, 너는 언제였어?'라는 반응이 나올 것 같았다"라고 말했다.
유규선 대표는 "첫사랑에 대해 우리 출연자들이 다 다르게 해석한다. 다른 연애 프로그램보다 오픈 월드로 진행을 했다. 구성이 꽉 차있거나. 저희가 생각하는 이야기를 따라가려고 한다거나 하지 않았다. 클리셰를 공간 안에 넣어놓고 자유롭게 찾아가는 모습을 봐서 다양하게 봤다. 감정을 하나로 단정짓기는 힘들 것 같았다"라고 설명했다.
미성년자들이 출연하는 만큼 우려의 시선도 존재하는 상황. 연애 리얼리티 특유의 스킨십 장면이나, 최근 사회적 화두인 출연자들의 과거사 혹은 학교폭력 리스트에 대한 부담도 있을 법 했다. 이 같은 기우에 유규선 대표는 "아예 스킨십이 없다, 있다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있다 해도 전혀 걱정하시는 바와 다를 거다. 정말 무해하다. 방송을 위해 스킨십 장면이 필요할까 생각도 해봤는데 굳이 넣지 않았고 최대한 제작진 개입을 자제했다"라며 웃었다.
박희연 CP 또한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감정이 너무 강하게 다가온다. 어른들이 생각하는 스킨십에 대해서는 잊고 보게 될 거다. 표현하는 방식 자체가 아름답고,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친구들은 부럽기도 했다. 저 나이 때에, 자기가 이 순간 가장 예쁘다는 걸 알고 있다고 보일 정도로 표현이 예쁘고 자신감 있게 느껴지기도 했다"라고 거들었다.
이어 그는 출연자 검증에 대해서도 "당사자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건 당연했다. 아이를 가장 잘 알고 있는 부모님, 학교 선생님, 주변 친구들과 충분히 대화를 많이 했다"라고 강조했다. 유규선 대표는 "저희가 보호자 허락 하에 만날 수 있는 친구들과 친구들을 건너서까지 만났다. 학교 선생님, 학원 선생님들을 다 인터뷰했다. 저희도 제일 조심스러운 부분들이기도 했다"라며 "학교나 학원의 추천을 받아서 진행하는 경우도 있어서 거기서부터 1차 검열이 됐다"라고 밝혔다.
'예고생'으로 출연자를 한정한 것도 한몫했다. 유규선 대표는 "전공 선택 과정에서 그 나이 때 처음으로 자기 주도적인 선택을 했다고 봤다. 감정 표현이 솔직하려면, 조금 더 같은 연령대의 친구들 중에 자신 만의 선택을 쌓아온 친구들이 가능할 거라고 봤다"라고 했다.
박희연 CP 또한 "예술을 전공하는 친구들과의 인터뷰 과정에서 그런 걸 더욱 느꼈다. 이 친구들이 고민을 많이 하고 생각을 많이 하는 친구들이구나, 깊이가 생각의 깊이가 있는 친구들이고 생각보다 어른스러운 친구들이라는 걸 자연스럽게 느끼게 됐다. 실제로 자기가 가장 좋아하고 하고 싶은 어떤 걸 표현하고 보여주는 순간에 자신감이 있어하고, 나를 보여주려고 하는 것 같더라. 그런 것들을 더 다양하게 표현할 친구들을 골랐다"라고 밝혔다.
특히 유규선 대표는 "예술을 전공하는 친구들이 첫사랑에 대한 니즈도 더 있다고 봤다. 예술적으로 사랑을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도 생각보다 친구들이 경험이 없었다. 짝사랑한 경험도. 그래서 이 친구들도 '소소연'에 대한 니즈가 있다고 봤다. 자기가 생각하는 전공이나 표현의 과정 중에 하나라고 생각이 들어서, 섭외를 잘 한 것 같다. 괜찮았던 것 같다"라며 만족감을 표했다.
자연스레 '소소연'에서는 제작진과 출연자의 인터뷰가 여느 연애 프로그램보다 최소화 된다. 박희연 CP는 "그런 아이들은 없었지만 만약 이 부분은 비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말해줬다면 담지 않았을 거다. 인터뷰 최소화는 소소록을 통해 다른 방식으로 이 아이들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은 제작진으로서의 차별화 포인트도 있었다. 후반 작업을 하면서 느꼈을 때 표현 방식이나 아이들이 표현하는 행복, 어떤 말도 중간에 제동을 걸지 않고 쭉 보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이 흐름이 리얼리티인데도 드라마, 영화의 한 장면 같더라. 그 안에 제동을 걸고 싶지 않았다. 정말로 이건 이 친구의 목소리로 표현을 해줘야 더 좋아지고 풍성해질 것 같았다"라고 강조했다.
이렇게 제작진의 개입이 가장 적은, 편의점도 밤이면 문을 닫는 전북 고창의 한 시골 풍경에서 남학생 4명과 여학생 4명이 만났다. '환승연애' 시리즈에 참여헀던 이희선 PD와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이언주 작가가 뭉쳐 더욱 첫사랑의 디테일을 풀어낼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제 기준에서는 애들이 안 다치는 게 우선이었고, 출연한 아이들이 아름다울 수 있도록 만드는 게 우선이었다"라는 유규선 대표는 "내부 시사에서 가장 많이 나온 표현이 '무해한데 재밌다'였다. 자극적이지 않아도 재미있을 수 있고, 무해해도 재미있을 수 있다. 저희 프로그램에 반전이 있는데 흔히 반전이 자극적이라고 생가하는데 '소소연'에서는 반대다. 지켜봐 달라"라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소소연'은 5일 오후 4시에 티빙에서 1, 2회가 공개된다./ monamie@osen.co.kr
[사진] 티빙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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