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관광 스타트업① 파인스테이부터 20% 싼 항공권까지 [긱스]
관광 분야 기술(트래블테크) 스타트업들이 일본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의 높은 IT기술력을 접목한 다양한 서비스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췄다는 분석이다. 정부와 유관 기관들도 트래블테크 기업의 해외 진출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일본 진출을 추진하고 있는 대표적인 K관광 스타트업인 스테이폴리오(파인스테이 플랫폼), 그라운드케이(비즈니스 이동 솔루션), 누아(항공권 유통 기술), 모노리스(게임 테마파크)를 한경 긱스(Geeks)가 소개한다.
스테이폴리오 이상묵 "글로벌 최고 파인스테이 플랫폼 되겠다"
"호텔이 주는 경험은 너무 단순하고, 에어비앤비는 퀄리티를 담보할 수 없죠. 호텔과 다른 경험을 주는 '스테이'지만 퀄리티까지 검증할 수 있는 숙소 플랫폼을 만들었습니다. 처음부터 글로벌 진출을 생각했고요."
이상묵 스테이플리오 대표는 일본 등으로 글로벌 비즈니스 확장 계획을 밝히며 이렇게 강조했다. 스테이폴리오는 ‘파인 스테이’라는 새로운 여행 장르를 개척하고 전세계 430여개의 숙소를 큐레이션하여 여행자들에게 차별화된 숙박 경험을 전달하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레스토랑들이 ‘파인 다이닝’으로 소비자를 타겟팅한다면, 스테이폴리오는 '파인 스테이'로 여행객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월 이용자 수(MAU) 50만명, 월 거래액 30억원을 돌파하며 올해 실적이 전년보다 50% 넘게 성장했다.
이 대표는 충남 서산 해미면 출신이다. 고향집이자 아버지 식당이었던 오래된 건물을 고쳐 블로그로 숙박객을 받았던 경험이 스테이폴리오의 시작이었다. "멋진 집을 온라인으로 옮기고 예약 시스템을 붙여서 수수료를 받아보면 어떨까 했어요. 머무는 것만으로도 여행이 되는 숙박 플랫폼을 만들어보고 싶었죠." 처음부터 글로벌 진출을 생각하고 스테이폴리오 닷컴이라는 주소도 샀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같은 오리지널 숙소가 스테이폴리오의 특징이다. 2016년 실시간 숙박 예약 시스템과 함께 직접 설계한 12곳의 숙소를 내놨다. 넷플릭스의 강점이 자체 오리지널 콘텐츠인 것처럼, 스테이폴리오도 자체 제작한 오리지널 숙소 시리즈를 내놓은 것이다. 이 대표는 "직접 만든 공간을 오리지널 시리즈처럼 올리니 찾아오는 사람이 많이 생겼다"고 했다.
지난해 100억원 규모로 시리즈A 투자를 받은 걸 계기로 해외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스테이폴리오는 현재 일본, 대만,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싱가포르, 라오스 등 8개국에 해외 숙소를 제공하고 있다. 처음부터 해외 사업이 순조로웠던 건 아니었다. 이 대표는 "몇년 전 일본시장 진출을 준비하다가 '노재팬' 여파로 사업이 주춤했고 코로나19가 시작되면서 좌절했다"고 회상했다. 해외 비즈니스뿐만 아니라 국내 여행까지 '올스톱'되면서 어려움을 겪었던 시간이었다.
이 대표는 "다시 로컬을 주제로 일본 도쿄와 오키나와를 중심으로 일본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며 "아시아를 거쳐 글로벌 최고 파인 스테이 플랫폼을 마일스톤으로 제시했고,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미 호시노야와 아만 등 글로벌 호텔 브랜드와 독점 계약을 체결하는 데 성공했다. 호시노야는 일본 호시노 리조트가 운영하는 료칸(일본 전통 숙박시설) 브랜드다. 지역별 컨셉트에 맞춘 인테리어와 콘텐츠로 일본 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아만은 럭셔리 리조트로 마크 주커버그, 안젤리나 졸리, 킴 카다시언 등 유명 인사들이 자주 찾는다.
그라운드케이 장동원 "운송 사업자도 이제 디지털전환"
"교통 이용 서비스는 이미 디지털 전환이 됐지만 관광 서비스 내 운송 영역은 아직 디지털 전환이 잘 안 돼있습니다. 운송사업자와 플랫폼 기업을 연결하는 중간 다리 역할을 하겠습니다."
장동원 그라운드케이 대표의 말이다. 비즈니스 이동 솔루션 전문기업 그라운드케이는 2016년 설립된 관광교통 분야 스타트업이다. 기존 수송 업체들과 달리 정보기술(IT) 기술력에 글로벌 네트워크와 운영 노하우를 결합해 기업·기관을 위한 맞춤형 이동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그라운드케이는 2019년 클라우드를 적용한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 기반의 운수사 자산관리 시스템 '티라이즈업(T-RiseUp)'을 업계 최초로 도입해 산업 관계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그동안 수기, 칠판, 무전으로 업무를 관리하던 운수사업자가 티라이즈업을 도입하면 예약, 배차, 기사 등의 자산을 PC·모바일로 원스톱 관리할 수 있다. 운송회사를 위한 관리 솔루션이다.
티라이즈업은 운송 서비스를 한 단계 도약시킨다는 의미다. 장 대표는 "지금까지 운송사업자들의 역할이 여행사가 차량을 요청하면 공급하는 수동적 연결이었다면, 이제는 적극적으로 IT기술을 도입하고 서비스 영역을 확대해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며 "그 역할을 돕고자 했다"고 말했다. 과거 하나하나 메모를 하거나 엑셀로 정리해 확인해야 했던 것을 앱 하나로 해결했다.
2022년 출시한 ‘라이더스’는 티라이즈업이 탄생시킨 셔틀버스 플랫폼이다. 스키장, 콘서트, 테마파크와 연계한 관광 셔틀버스 상품부터 주거지와 교통거점을 연결하거나 기업·기관 통근을 돕는 생활영역의 셔틀로 아이템을 확대했다. 라이더스는 2022년 기준 누적 이용자 2만명, 이용 건수 20만건이라는 성과를 달성했다.
해외 진출도 준비 중이다. 북미와 유럽에는 티라이즈업과 유사한 서비스가 있지만, 아시아권은 아직 없다. 이미 해외 진출을 위해 시스템 개발을 영문으로 했다. 장 대표는 "매출의 10%가 해외에서 나오고 클라이언트 중 글로벌 기업도 있다"며 "멀티 언어를 활용해 아시아를 시작으로 세계로 진출해나가겠다"고 했다.
누아 서덕진 "첨단 기술로 항공권 시장 혁신하겠다"
"여행 가려고 항공권 끊을 때 어떻게 예매하세요?"
항공권 유통 기술 스타트업인 누아가 던진 질문이다. 서덕진 누아 대표는 "여행사뿐만 아니라 수많은 주체가 항공권을 판매하고 있는데 문제점은 자동, 직거래가 아니라 한장 한장 수작업으로 예약이 이뤄진다는 점"이라며 "NDC(차세대 항공 유통 기술표준·New Distribution Capability) 기반의 항공권 직거래 부킹 엔진을 통해 할인 운임을 적용하고 변경, 재발권 등 자동 처리가 가능하다"고 했다.
누아는 인공지능 기반의 차세대 항공권 유통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AI 기술과 국내 최상위 항공 유통을 바탕으로 NDS, GDS(기존 항공 예약발권시스템), LCC를 통합한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NDC는 2015년 IATA(국제항공운송협회)가 제정한 XML 기반의 새로운 항공권 예약·판매 기술 표준이다. 전 세계 주요 항공 예약·판매 시스템을 통칭한다. 항공기의 출도착, 비행시간 등 기본 정보 외에 기내식과 좌석 위치 선택, 수하물 무게와 개수, 기내 무료 인터넷 등 다양한 부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항공권 가격도 20% 가량 저렴하다.
현재 NDC를 도입하고 있는 항공사는 전 세계 300개 항공사 중에 약 60곳 정도다. 아직 나머지 항공사들은 기존 GDS를 활용하거나 NDC를 도입하려고 준비 중에 있다. 현재 널리 사용되고 있는 GDS에 항공권 운임 책정 등 부가 서비스를 제공할 때 자동화가 필요한 부분이 있는데, 그 자동화에 인공지능 기술이 필요하다. GDS 시스템은 사람이 텍스트를 분석해서 일일이 요금 책정을 한다. 누아는 그런 부분까지 인공지능 기술 기반을 통해 자동화 시키고 있는 게 특징이다.
서 대표는 "IATA의 항공권 유통 최상위 기술 인증인 'ARM Index'를 국내 최초로 획득했다. 전 세계로는 7번째 획득"이라며 "싱가포르항공, 아메리칸 에어라인 등의 차세대 유통 기술을 NDC에 연동 완료했고 국내외 여러 여행사 및 유관 기업과 서비스 제공에 대한 사전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누아를 만든 서 대표는 소프트웨어 개발업에 20년 간 종사해온 전문가다. 2014년 방한 중국인 자유여행객을 위한 한국 여행 앱 '워짜이날'을 개발했다. 그러던 중 사드 사태가 터지고 코로나 사태가 이어지면서 사업이 제로베이스가 됐다.
하지만 그때도 서 대표는 앞으로의 시장은 인공지능, 딥러닝을 통한 효율화가 지속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시장 조사 후 항공권 유통 시장을 기술관점에서 혁신할 수 있는 기회를 포착했다. 미래 항공권 유통 시스템의 기술은 소비자들에게는 더욱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진화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빅데이터, AI 기술을 적용하면 성장할 시장임을 발견했다. 서 대표는 "시장의 변화에 앞서 준비했기 때문에 저희에게 기회가 있다. 여러 시장 조사 끝에 NDC를 시작했다. 항공 시장에 혁신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모노리스 김종석 "세계인에 통하는 테마파크 만들었다"
제주 애월에 위치한 ‘9.81파크’. 중력가속도(g=9.81m/s²)를 이용해 경사진 트랙을 내려오는 그래비티 레이싱을 메인 테마로 하는 무동력 테마파크다. 누적 이용객 수 100만명. 메인 액티비티인 '레이스 981'은 누적 레이싱 수 200만회를 바라보고 있을 정도로 큰 인기를 얻고있다.
이 9.81파크를 운영하는 회사가 스타트업 모노리스다. 김종석 모노리스 공동대표는 “9.81파크는 코로나 시기에 오픈했지만 시대에 잘 적응하며 성장해왔다. 엔데믹 전환 후 세상은 과거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하고 있고, 이에 맞춰 9.81파크에서 제공하는 즐거움도 계속 진화해야 한다”고 했다. 김 대표는 “모노리스는 기술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신종 액티비티와 게임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업데이트해 고객이 방문할때마다 항상 새로울 수 있는 테마파크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김종석 공동대표는 창업 전 8년 동안 IT 투자 업무를 했다. 기술이 융합된 형태의 놀이시설에 대한 구상을 떠올렸다. 경영대학원 진학 후 공동 창업자인 김나영 대표를 만났다. 중력가속도만으로 레이싱이 가능해야 하기 때문에 땅의 경사도가 중요했다. 적합한 부지를 찾느라 부동산을 찾아다니며 발로 뛰었다. 개발자들과 함께 자체 지리정보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제주를 18만개의 칸으로 쪼갠 뒤 원하는 조건을 넣어 지역을 선별했다. 그렇게 50개의 후보지가 나왔고, 기어를 중립으로 놨을 때 어떻게 내려가는지 등을 직접 테스트했다. 1년여 만에 제일 좋은 땅을 찾아냈다. 바로 현재 9.81파크 부지다.
9.81파크는 레이싱이라는 스포츠 속성을 가지면서도, 동시에 앱을 통해 레이싱 데이터 확인은 물론 순위 경쟁을 하는 등 게임과 같은 경험도 제공하고 있다. 연말에는 챔피언스 대회를 연다. 매월 열리는 예선전에서 10위 안에 들어야 출전권을 얻을 수 있다. 일회성 관광상품이 아닌 연속성을 가지는 스포츠 게임에 가까운 것이다. 이 때문에 재방문객이 많고 2년 동안 28회 방문해 296회 레이스를 한 사람도 있다.
9.81파크 제주는 코리아 유니크 베뉴(KUV) 공모에 제주도 대표로도 선정됐다. 로보틱스, IoT와 인공지능, 비전 인식 등의 첨단 기술을 적용시켜 유저들이 게임과 같은 레이싱을 현실에서 즐길 수 있도록 개발된 신개념 테마파크라는 점을 인정받았다. 김 대표는 “스타트업 기업이 스마트 기술을 통해 스포츠, 게임, 테마파크를 융합해 탄생시킨 첨단 시설이라는 9.81파크만의 특징을 살려 스타트업, 스마트 기술, 스포츠, 게임, 테마파크와 관련된 다양한 국제 MICE 행사들을 유치하겠다”고 했다. 그는 “9.81파크를 통해 한국 관광시설과 한국 스타트업의 우수성을 글로벌에 알리는데 힘쓰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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