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옥킴 월드'를 지탱하는 거룩한 계보
아이즈 ize 신윤재(칼럼니스트)
한국 드라마에 드러나는 순수한 '악(惡)' 그리고 '악인(惡人)'을 그리기에 김순옥 작가만큼 적합한 이름은 없다. 김순옥 작가는 단지 극 중의 악역을 길러내는 일을 넘어 화면 안팎으로 그 악이 흘러넘치게 하고, 결국 그 혼돈의 '복마전(伏魔殿)' 속으로 시청자들을 끌어들이는 능력을 갖췄다.
그의 작가 경력 초중반, 악역은 그저 극의 권선징악 구조를 강화해주는 수단에 불과했다. 하지만 '아내의 유혹' 신애리(김서형)는 점을 찍고 나온 구은재(장서희)보다 더 큰 임팩트를 줬으며, 심지어 '왔다! 장보리'에 이르자 악역인 연민정(이유리)이 그해 '연기대상' 대상을 수상하며 선한 역인 주인공 장보리(오연서)를 넘어서는 경지를 보여줬다.
'드라마는 일시적이어도 악역은 영원하다'는 명제를 체득한 그는 '펜트하우스'부터는 악역의 집단화를 꾀하기 시작했다. 메인 빌런으로 남자 주단태(엄기준), 여자 천서진(김소연)을 내세우고 이 둘을 불륜으로 묶은 것이다. 그 주변에는 선과 악을 오가는 하윤철(윤종훈), 오윤희(유진) 등이 마치 공전하듯 주변을 맴돌았다.
김순옥 작가가 결국 다다른 종착지는 '피카레스크'. 즉 악인만이 등장하는 복수극이었다. 그의 신작 '7인의 탈출'에는 악인만 무려 7명이 등장한다. 이들은 각각 탐욕과 패륜, 오만과 배신, 거짓과 타락, 사기와 간악, 조작과 선동, 시기와 왜곡, 탐닉과 비리 등 입에 담기도 벅찬 죄를 짓고 등장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대본을 쓴지 23년, 본격적인 히트작을 내기 시작한 지 15년이 된 김순옥 작가의 '김순옥 월드'에는 캐릭터 계보가 내려온다는 사실이다. 복잡다단해 보이는 설정을 하고 있는 김순옥 작가의 작품은 항상 어떠한 틀을 갖고 움직인다. 이는 선한 역, 악역, 선을 오가는 인물 등으로 나뉜다. 그리고 선한 역에는 항상 악역의 패악질로 시련을 겪거나, 치명상을 입는 이가 있고 어떠한 일로 악역에게 복수하기 위해 거듭나는 이도 있다. 악역 중에서도 태어날 때부터 악역이었던 듯 악의 포스를 뿜어내는 이가 있고, 착했다가 흑화하는 인물도 있다.
이를 '7인의 탈출'에 빗대보면 우선 황정음이 연기하는 금라희는 '천생 악역'. 메인 빌런의 포지션에 있다. '김순옥 월드'의 중심에 단단히 뿌리를 박고 있는 캐릭터다. 신애리, 연민정, '내 딸 금사월'의 오혜상(박세영), '언니는 살아있다' 양달희(다솜), '황후의 품격' 태후 강씨(신은경) 등의 계보를 잇는다.
'펜트하우스'에서 등장하기 시작한 남자 메인 빌런의 포지션은 주단태에서 '7인의 탈출' 양진모(윤종훈)로 이어졌다. '펜트하우스'부터 김순옥 작가는 메인 빌런을 남녀로 구분한 다음, 여자 주인공을 세대별로 갈라놓는데, '7인의 탈출'에서는 한모네(이유비)가 어린 메인 악역을 맡는다. 그는 '펜트하우스'에서 천서진 못지않은 악행을 선보인 주석경(한지현)의 모습을 닮았다.
악인들에게 무차별로 당하는 방다미(정라엘)는 구은재, 장보리, '내 딸 금사월'의 금사월(백진희) 그리고 '펜트하우스'의 심수련(이지아) 등을 연상시킨다. 방다미의 어린 나이나 복수의 시발점이 된다는 점에서는 '펜트하우스'에서 등장했던 아역 민설아(조수민), 배로나(김현수) 등이 떠오른다.
김순옥 작가의 선역 중에서는 당하기만 하다가 복수의 기치를 올리는 이들도 있다. 이들은 어떤 작품에서는 조력자로 등장하기도 하고, 어떤 작품에서는 그 스스로가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아내의 유혹'에서 구은재가 죽은 줄로 알려졌다 점을 찍고 등장하는 민소희(장서희), '왔다! 장보리'의 문지상(성혁), '내 딸 금사월'의 주오월(송하윤), '펜트하우스'의 로건리(박은석) 등이 그런 인물이다. '7인의 탈출'에는 엄기준이 연기하는 매튜 리가 포지션을 이어받았다.
또한 선과 악을 오가면서 방황하는 인물도 여럿 있다. '7인의 탈출'에서는 대표적으로 민도혁(이준) 캐릭터가 있는데 그는 '펜트하우스'에서는 하윤철의 캐릭터와 유사하다. 주인공을 도와주기도 하면서, 약점을 잡혀 오히려 주인공에게 칼끝을 겨누는 '회색지대'의 인물이다.
이밖에 차주란(신은경), 고명지(조윤희), 남철우(조재윤) 등의 캐릭터가 각각 의사, 교사, 경찰 등 사회의 질서를 유지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악인들로 등장한다. 이들의 모습은 굳이 멀리 찾지 않아도 '김순옥 월드'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김순옥 작가 드라마의 경찰들은 늘 초동수사의 부실로 용의자를 놓치고, 잡아놓은 용의자를 놓치기도 한다. 그리고 악역들의 꾀임이나 뇌물에 빠져 본분을 망각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준다. 병원, 학교, 경찰서의 부패를 상징하는 이들 캐릭터들은 더욱 입체적으로 선한 역들을 몰아붙인다.
이러한 악인들의 나름 '거룩한 계보'를 숙지하는 것은 자극적이고 현란한 설정이 이어져 정신이 아득해져 오는 김순옥 작가의 작품 결말과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는 지침서가 된다. 전작에서 이들이 처리된 방식이 곧 '7인의 탈출' 인물들의 미래이며, 이들은 또 다르게 그러나 조금은 유사한 모습으로 근미래에 또 등장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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