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촬영부터 다채로운 미술까지…프로덕션 비하인드
[마이데일리 = 노한빈 기자] 영화 '잠'이 장기 흥행을 이끈 완성도 높은 프로덕션에 숨겨진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했다.
개봉 5주 차, 다채로운 신작들의 공세에도 꾸준한 관객 몰이를 유지하며 장기 흥행 태세를 제대로 굳힌 올가을 최고의 화제작 '잠'이 프로덕션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렸다. 수진(정유미)과 현수(이선균) 두 캐릭터의 관계성부터 감정 변화, 그리고 러닝타임 내내 관객들을 사로잡는 유니크한 공포를 효과적으로 담아내기 위한 감독과 제작진의 열정이 이목을 집중시킨다. '잠'은 행복한 신혼부부 현수와 수진을 악몽처럼 덮친 남편 현수의 수면 중 이상행동, 잠드는 순간 시작되는 끔찍한 공포의 비밀을 풀기 위해 애쓰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그렸다.
'잠'은 '수면 중 이상행동'에서 비롯된 현실 공포를 다루는 만큼 두 주인공의 집이 영화의 메인 무대가 되는 작품이다. 유재선 감독과 미술팀, 촬영팀, 조명팀 등 제작진들은 스토리가 전개됨에 따라 집 내부도 각기 다른 고유한 룩을 부여, 시각적으로 다채로운 느낌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했다.
먼저 수진과 현수의 집은 일반적인 집과는 달리 큰 무대 같은 느낌의 직사각형 모양으로 설계됐다. 캐릭터의 내면을 부각할 수 있도록 배우들의 동선 제약을 최소화하기 위함. 흔히 볼 수 없는 집의 모양이 비현실적인 공간으로 여겨지지 않도록 미술팀은 자연스럽고 현실적인 요소들을 집 내부에 채워 넣었다.
공간을 표현한 미술은 영화 속 시간에 따라 변화하기도 했다. 극의 초반 두 주인공이 알콩달콩 따뜻한 관계를 유지했던 시기에는 아늑함이 주요 포인트였던 반면, 이들이 점차 이성을 잃고 파국으로 치달아가면서 공간 또한 차갑고 폐쇄적인 느낌으로 심리를 대변하는 역할을 한다. 마침내 극이 클라이맥스에 달했을 때엔 그만큼 강렬한 비주얼의 프로덕션이 관객들의 몰입을 극한으로 끌어올리기도.
촬영과 조명에도 중요한 룰이 있었다. 수진과 현수가 경험하는 공포심이 관객들에게 생생히 전해질 수 있도록, 카메라의 물리적 위치 또한 두 주인공의 물리적인 위치 안에서만 움직여야 한다는 것. 때문에 '잠'의 카메라 워크는 벽을 뚫고 지나가는 등 화려한 동선을 절제하고 오로지 캐릭터들의 시점을 따라가며 그들의 심리를 대변, 장르적인 매력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
또한 수진과 현수의 따뜻한 관계가 중요했던 시기에는 투 샷을 주로 활용했으나, 관계의 단절이 일어나면서 타이트한 단독 샷이 늘어나고 장면의 온도 또한 차가워진다. 이처럼 시시각각 변하는 인물들의 내면을 디테일하게 담아낸 연출은 영화를 보는 내내 한 시도 방심할 수 없는 서스펜스를 선사하며 관객들을 매료시킨다.
유재선 감독은 "영화의 흐름에 따라 변하는 미술, 촬영의 차이점을 비교하는 재미도 있을 것 같다"며 관람 포인트를 추천했다. 유재선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들의 뜨거운 열정과 빈틈없는 노력으로 탄생한 '잠'은 전국 극장에서 절찬 상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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