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가들이 노벨문학상을 못 받았다고?
10월 5일 한국 시간 오후 8시
올해 노벨문학상의 영광은 누가 안게 될까. 10월 5일 한국 시간 오후 8시(현지 시간 오후 1시)께 스웨덴 한림원은 2023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발표한다.
노벨문학상은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다. "이상적 방향으로 문학 분야에 뛰어난 기여를 한 사람에게" 수여하는 영광스러운 상이다. 1901년 노벨상 제정 이후 문학상은 2022년까지 총 114차례 수여돼 119명이 영광의 메달을 품에 안았다.
"끝내 수상하지 못했다"
저명한 작가, 유명 작품을 남긴 저자라고 누구나 노벨문학상을 손에 쥘 수 있는 건 아니다. 운도 따른다. 살아 있는 작가에게만 상을 주기 때문이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쓴 세계적 소설가 밀란 쿤데라(1929~2023)는 그런 점에서 비운의 작가다. 대중과 평단의 사랑을 받았던 그는 해마다 노벨문학상 유력 후보로 거론돼왔다. 그러나 수상하지 못한 채 올해 7월 세상을 떠났다. "끝내 노벨문학상을 수상하지 못했다"는 문장이 부고 기사마다 박혔다.
쿤데라뿐이 아니다. '이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못 받고 죽었다고?' 하고 반문하게 되는 작가들이 적지 않다.
'미국 현대문학의 거장' 필립 로스(1933~2018)는 '노벨문학상 빼고 모든 문학상을 받은 작가'로 불린다. <에브리맨>으로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부커상(당시 이름 맨부커상)을 수상했다. 퓰리처상, 전미도서상 등 저명한 문학상을 거의 다 받았다. 그러나 노벨문학상을 끝내 손에 넣지 못했다. 대표작으로는 '미국 3부작'으로 불리는 <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 <미국의 목가> <휴먼 스테인>이 있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등 뛰어난 작품들을 남긴 코맥 매카시(1933~2023)는 노벨문학상이 놓친 또 한 명의 거장이다. 올해 6월 세상을 떠났다.
매카시는 대중소설로 경시되던 미국 서부 배경의 장르 소설의 문학성을 증명한 작가다. 미국 서부와 멕시코 접경지대를 배경으로 카우보이 소년들의 모험과 성장을 담은 <모두 다 예쁜 말들> <국경을 넘어> <평원의 도시들>은 '국경 3부작'으로 불리며 호평받았다. 저명한 문학평론가 해럴드 블룸은 매카시를 필립 로스, 토머스 핀천, 돈 드릴로와 더불어 ‘미국 현대문학의 4대 작가’로 꼽기도 했다.
'SF작가가 노벨상을 받는다면 단연 1순위'라는 평가를 받아온 어슐러 르 귄(1929~2018)도 수상 없이 2018년 세상을 떴다. 그녀는 생전 휴고상, 네뷸러상, 전미도서상 등을 휩쓸었다. 대표작은 <어스시 연대기>. J. R. R. 톨킨의 <반지의 제왕>, C. S. 루이스의 <나니아 연대기>와 함께 세계 3대 판타지 소설로 꼽히는 걸작이다.
'죽기 전 수상할까'...단골 후보 작가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단골 후보 작가의 팬들은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을 고대한다. 상은 상일 뿐이라지만, 좋아하는 작가가 상을 받는 건 팬들에게도 기쁜 소식이기 마련이다.
<그들>을 쓴 조이스 캐롤 오츠도 그런 작가들 중 한 명이다. 1938년 미국에서 태어난 오츠는 올해로 85세. 장편소설은 50편 이상, 단편은 1000편 가까이 발표하며 왕성한 작품활동을 펼쳐왔다. O.헨리상, 전미도서상 등 권위 있는 여러 문학상을 휩쓴 만큼 매년 노벨문학상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시녀 이야기>로 널리 알려진 마거릿 애트우드도 유력 후보로 자주 거론되는 작가다. 애트우드는 오츠보다 한 살 아래, 1939년생이다. 2019년 부커상을 받는 등 페미니즘 SF 걸작을 쓴 작가로 높이 평가 받는다.
<노르웨이의 숲> <해변의 카프카>를 쓴 일본 대표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노벨문학상을 받을 수 있을지도 매년 초미의 관심이다. 통상 노벨문학상은 문학성을 중점적으로 심사하기 때문에 대중성과는 거리가 있다고 여겨진다. '하루키 신드롬'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대중적 인기를 받아온 하루키가 노벨문학상까지 거머쥔다면 일대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속죄>를 쓴 이언 매큐언(1948년생), <피의 꽃잎들>을 쓴 응구기 와 시옹오(1938년생) 역시 팬들이 수상 소식을 기다리게 만드는 유명 작가들이다.
노벨문학상 후보는 도박사이트에?
그런데 공식적으로 노벨문학상 후보는 기밀이다. 노벨위원회는 저명한 학자와 작가, 역대 수상자 등에게 해마다 노벨문학상 후보자를 추천받는다. 이 후보 추천 내역은 50년간 철저히 기밀로 유지된다.
그렇다면 '올해의 노벨문학상 후보'라고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작가들은 뭘까. 출처는 뜻밖에 '도박 사이트'다. 영국의 대표 온라인 도박사이트인 ‘나이서 오즈’(nicer odds)에서는 매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맞추는 판이 벌어진다.
의외로 정확도는 높은 편이다. 또 다른 영국 도박 사이트 레드브룩스는 2006년 수상자 오르한 파묵을 정확히 맞췄다. 이후 도박 사이트들이 노벨문학상 가늠자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지난해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프랑스 소설가 아니 에르노는 베팅 3위였다.
올해는 그럼 누구가 유력 후보일까. 현재 나이서 오즈에서 베팅 1위를 달리고 있는 건 중국 소설가 찬쉐(본명 덩샤오화)다. 그녀는 초현실적인 작품 설정, 그러나 사실적인 인물 및 감정 묘사로 인해 ‘중국의 카프카’로 불린다.
예상이 적중한다면 찬쉐는 노벨문학상을 받은 최초의 아시아 여성 작가이자 역대 두 번째 중국인 수상 작가가 된다. 국내 출간된 책으로는 <황니가>(열린책들) <마지막 연인>(은행나무) <오향거리>(문학동네)가 있다.
'칠레의 시성' 네루다도 23수를 했다
50년간 후보 추천 내역이 기밀이라는 건, 바꿔 말하면, 50년 뒤에는 누가 어떤 후보를 추천했는지 공개된다는 뜻이다.
칠레의 전설적 시인 파블로 네루다(1904~1973)의 노벨문학상 추천 역사는 노벨문학상이 얼마나 받기 힘든 상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1971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네루다의 이름을 노벨위원회 아카이브에서 검색해봤다. 네루다는 1956년부터 23번이나 추천된 끝에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그 해에 네루다를 추천한 인물은 앙리 모리스 페이어 예일대 불문학 교수, 그리고 조세핀 루이스 마일스 캘리포니아대 영문학 교수였다. 네루다는 수상 2년 뒤인 1973년 세상을 떠났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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