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경쟁적 비호감’ 확인한 추석민심… ‘절박한 혁신’ 해야 총선 승리[Deep Read]
영장 기각 후 ‘이재명 사당화’ 흐름 견고… 여야, “민생 챙기라” 는 민심 외면 ‘강 대 강’ 대치
李 선거법 위반 재판·강서구청장 보선 ‘큰 변곡점’… 공천·혁신·연대 잘 하는 쪽이 승리 주도권


여야가 추석 민심 확보에 총력을 쏟았다. 추석 민심이 향후 정국 주도권을 쥐는 변수가 될 수 있고, 내년 4월 22대 총선 결과로 직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 때문이다.
추석 민심은 여야에 대한 ‘경쟁적 비호감’으로 요약된다. 여야 정당 지지도나 윤석열 대통령 국정 지지도가 30% 초중반대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여야가 싸늘한 민심을 거울삼아 앞으로 벌여나갈 혁신 경쟁의 결과가 내년 총선의 승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싸늘한 여론
전통적으로 민심 형성 과정은 ‘침묵의 나선 효과’ 이론으로 설명된다. 하지만 추석 민심이 6개월 후의 총선을 온전히 결정할 수는 없다. 새로운 프레임이 짜일지 혹은 ‘민심 관성의 법칙’에 따라 기존 여론이 강화될지는 예측하기 쉽지 않다. 여론은 늘 예상치 못한 변수들에 의해 요동친다.
상식과 경험에서 볼 때 추석 민심이 무엇을 요구하는지는 명확하다. 여야 정당이 싸움만 하지 말고 민생을 챙기고 일자리를 만들라는 것, 팬덤과 포퓰리즘의 극단 정치에서 벗어나 정치를 정상화하라는 것, 대통령과 정부가 국정 성과를 보여 달라는 것 등이다.
이런 요구는 큰 틀 속에서 보면 국민 다수가 소망하는 가치의 집약인 시대정신의 반영이다. 시대정신은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의 좌표를 설정해 준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단언컨대, 시대정신을 이해하고 이를 정책과 공약에 반영하는 세력이 여론을 이끌고 민심을 얻어 선거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민심에도 불구, 향후 정국은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 영장 기각으로 여야의 ‘강 대 강’ 대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사법 리스크로 위축됐던 이재명 대표가 대반격에 나설 것이고, 원내 지도부를 친명 일색으로 개편한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사당화’는 더욱 견고해질 전망이다.

◇변화하는 민심
통상 집권 2∼3년이 지난 시점에서의 추석 민심은 현직 대통령에게 유리하지 않았다. 집권 중반에 들어가면서도 국민이 기대한 국정 성과가 없으면 정권심판론이 우세해진다. 하지만 역동하는 정국 변화를 추석 민심으로 일반화할 수는 없다. 추석 이후 정치적 상황 변화에 따라 여론이 요동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2015년 추석 연휴(9월 26∼29일) 이후 연말까지 한국갤럽의 11차례 조사에서 박근혜 대통령 평균 지지도는 43%나 됐다. 집권당인 새누리당은 그해 추석 후부터 연말까지 39∼42%의 지지를 받았지만,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단 한 번도 30%를 넘지 못하고 20% 초반에서 고착화하는 현상을 보였다. 그런데도 2016년 4월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122석을 얻어 123석을 획득한 민주당에 패했다.
또 다른 케이스. 2019년 추석 연휴(9월 12∼15일) 직후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도는 긍정 40%, 부정 53%였다. 이는 추석 직전인 9월 첫째 주보다 긍정은 3%포인트 떨어지고 부정은 4%포인트 오른 결과였다.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에 반대하는 민심이 작동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 뒤 문 대통령 국정 지지도는 한때 40% 이하로 추락했다. 그런데도 2020년 총선에서 민주당은 180석을 얻어 압승했다. 이 같은 선거 결과들은 ‘침묵의 나선 효과’가 끊임없이 변화함을 보여준다.
◇두 개의 변곡점
총선 민심에 영향을 미칠 두 개의 변곡점이 기다리고 있다. 하나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11일), 다른 하나는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13일)이다. 두 결과에 따라 정치권에 엄청난 후폭풍이 불 것이다.
야당인 민주당에 최상의 시나리오는 보선에서 승리하고 선거법 판결에서도 이 대표가 ‘100만 원 이하 벌금형’을 받는 것이다. 이 경우 체포동의안 표결 과정에서 드러난 친명과 비명 간 극심한 갈등은 소강 상태가 되고 민주당의 강도 높은 대여 투쟁 동력이 확보된다. 더구나 올 연말까지는 국회 절대다수 의석을 점유한 ‘민주당의 시간’이다. 장관 청문회와 국정감사 등에서의 대여 파상 공격과 함께 쟁점 법안 및 새해 예산안 처리를 둘러싼 야당의 폭주가 예상된다.
이는 국민의힘에 최악의 시나리오다. 김기현 대표 체제에 대한 신임 여부가 부상할 수도 있다. 반면 민주당이 보선에서 지고 이 대표가 선거법 판결에서 100만 원 이상 벌금형이 확정될 경우 추석 연휴 기간 겨우 형성되기 시작한 민주당에 대한 우호 여론은 사라지면서 당이 패닉 상태에 빠져들 가능성이 커진다. 이 대표가 피선거권이 박탈되면서 2027년 대선에 나갈 수 없게 될 수도 있다. 이는 국민의힘에 상당한 기회의 창을 열어줄 것이다.
◇공천·혁신·연대
한국 총선에는 불변의 법칙이 있다. 공천·혁신·연대 3가지를 잘하는 세력이 승리한다는 것.
박근혜 집권 시절 국정 지지도는 2015년 추석 이후 안정적인 40%대를 유지했고 집권당인 새누리당 지지도 역시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을 압도했지만, 이것이 독이 됐다. 청와대가 공천을 주도하면서 새누리당은 총선을 한 달도 안 남긴 시점에 ‘진박(진짜 친박) 감별’‘옥새 파동’ 등 극심한 공천 갈등을 벌였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은 정반대였다. 당 지지도는 20%대에서 헤매고 그해 12월 안철수 의원의 탈당으로 최악의 상황에 빠졌지만, 문재인 당 대표가 과감히 물러나고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면서 대대적인 혁신을 기할 수 있었다. 강성 친문인 이해찬·정청래·정봉주 등이 공천에서 배제됐고, 이것이 기폭제가 돼 민심 흐름이 바뀌면서 2016년 총선에서 승리했다.
만약 지금의 집권당인 국민의힘이 2016년 총선 때와 같이 대통령 심기만 살피는 당 운영과 공천으로 일관할 경우 민심 이반은 가속화될 것이다. 대통령의 의중이 아닌, 민심에 부응하는 혁신에 매진해야 성공할 수 있다. 민주당 역시 이재명 1인 독주 체제 속에서 혁신을 기하지 못하고 계파 갈등이 격화해 공천 파동이 일어난다면 총선 승리는 물 건너간다. 이 경우 최근 구속영장 기각은 이 대표에 대한 독배가 될 것이다.
◇누가 절박한가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운영 지지도는 임기 중반 40%대의 지지를 보인 박근혜·문재인 전직 대통령과는 달리 30% 초중반대에 머물러 있다. 국정 운영에 인사·정책과 거버넌스 스타일을 포함한 강도 높은 혁신이 필요한 이유다. 어느 쪽이든 절박한 쪽이 총선 승리의 주도권을 쥔다. 국민의힘과 민주당, 윤 대통령과 이 대표, 누가 더 절박한가.
배재대 석좌교수, 전 한국선거학회 회장
■ 용어 설명
‘침묵의 나선 효과’는 자신의 의견이 소수설일 경우 고립에 대한 두려움으로 침묵함으로써 다수설이 더욱 힘을 얻게 된다는 것. 엘리자베스 노엘레-노이만이 ‘여론과 사회 통제’에서 처음 제시.
‘공직선거법 위반’은 이재명 대표가 2022년 대선 당시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 100만 원 이상 벌금형이 확정되면 이 대표는 의원직을 잃고 5년간 피선거권이 제한돼 차기 대선에 출마할 수 없어.
■ 세줄 요약
싸늘한 여론 : 추석 민심은 여야에 대한 ‘경쟁적 비호감’으로 요약됨. 영장 기각 이후 민주당의 ‘이재명 사당화’는 더욱 견고해지는 형국. 이에 민생과 협치를 요구하는 민심에도 불구, 여야 ‘강 대 강’ 대치 이어져.
두 개의 변곡점 : ‘침묵의 나선 효과’는 고정된 게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 앞으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와 이재명 대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 등이 변곡점. 그 결과에 따라 총선 앞둔 정치권에 엄청난 후폭풍 불 것.
누가 절박한가 : 민심은 움직이는 것. 한국 총선에는 공천·혁신·연대 3가지를 잘하는 세력이 승리한다는 불변의 법칙 작용. 국민의힘이든 민주당이든 ‘절박한 혁신’을 이루는 쪽이 승부의 주도권 갖고 총선서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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