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PF 위기설 진화에도…증권사 부실 경고음 커진다
만기연장, 부동산펀드 규모 빠져 건전성 지표 왜곡
부실채권, 연체율 지속상승…"손실 더 커질 수 있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금융권의 뇌관으로 떠오르면서 시장의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부실 위험이 크지 않다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이런 당국의 진단에도 증권사의 부실률과 연체율은 계속 높아지는 모습이다. 여기에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부동산 경기 악화로 부실채권비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증권, 금융사 중 PF 연체율·고정이하여신율 가장 높아
금융당국은 최근 부동산 PF 등 부실위험과 관련해 '9월 금융위기설'이 돌자 위험성이 낮아지면서 큰 문제는 없다고 밝혔다.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 상승세 둔화를 주요 근거로 들었다.
실제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2021년 말 0.37% △2022년 말 1.19% △2023년 3월 말 2.01%로 급등하다 6월 말 2.10%로 상승세가 다소 주춤해진 모습이다.
그러나 이 기간 증권사의 연체율은 여전히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금감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말 3.7%였던 증권사 부동산 PF 연체율은 2022년 말 10.4%로 1년새 6.7%포인트 뛰었다. 올해는 3월 말 15.9%, 6월 말 17.3%로 불과 반년 만에 6.9%포인트 점프했다.
상호금융과 저축은행, 캐피털사의 연체율이 5% 미만, 은행, 보험사의 경우 1% 미만인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상승세다.
부실채권으로 분류되는 고정이하여신비율도 20%를 넘어섰다. 증권사의 부동산 PF 고정이하여신비율은 2021년 5.7%에서 지난해 말 14.8%, 올 6월 말 21.8%로 급상승했다.
고정이하여신은 회수불능으로 손실처리가 불가피한 추정손실, 연체여신 중 손실이 예상되는 회수의문, 담보처분으로 회수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고정여신을 합한 것이다. 즉 증권사의 전체 부동산 PF 대출 가운데 5분의 1이 부실채권인 셈으로, 금융권 가운데 부동산 PF 고정이하여신비율이 5%를 넘어선 곳은 증권사가 유일하다.
6월 말 부동산 PF 대출잔액은 5조5000억원으로 3개월 새 2000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부동산 PF 연체 잔액도 9000억원으로 1000억원가량 증가했다.
증권사 전체 부동산 PF 위험노출액(익스포저) 규모는 올 6월 말 기준 28조4000억원에 이른다. 3개월 새 1조3000억원 늘어난 것이다. 이 중 채무보증잔액은 23조원에 육박한다.
증권사는 시행사 대출채권을 기초자산으로 발행한 유동화증권에 유동성을 공급하거나 신용공여를 제공하는 형태로 부동산 PF 사업장에 채무보증을 한다. 이를 고려할 때 시행사가 PF 대출을 상환하지 못하면 증권사가 대신 갚아야 하는 금액은 23조원에 달하는 셈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증권사들의 부동산 PF 관련 수치가 다른 금융업권 대비 높고 이로 인한 공포감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대출 연체 규모만 보면 증권사 자기자본의 1.2~1.3% 수준에 그쳐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위험에 대비해 충당금을 충분히 쌓도록 하고 부실화 우려가 있는 사업장의 처분상황 등을 건별로 잘 관리하도록 하고 있다"면서 "개별사로 보면 익스포저가 큰 곳들이 있긴 하지만 연체율 자체는 자기자본 대비 감내할 수준으로, 향후 상승세도 둔화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같은 당국의 설명에도 시장에서 나오는 목소리는 다르다. 현 상황에 그치지 않고 부실률과 연체율이 장기간 지속적으로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증권사 부동산 PF 채무보증과 연체율 증가는 고금리, 고물가가 유지되는 상황이 장기간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PF 사업장이 정상화하려면 이자 비용과 공사비용이 줄고 사업성이 회복돼야 하는데, 두 비용 모두 줄어들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 연구원은 "이는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과도하게 풀린 유동성이 충분히 회수되지 않아 발생하는 전 세계 공통된 현상"이라며 "당분간 정상화가 지연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증권사의 PF 연체율과 부실채권 비율은 계속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만기연장 따른 건전성 착시 효과 주의해야
해외에 투자한 부동산까지 포함하면 증권사의 부동산 금융 익스포저 규모는 두 배 이상 늘어난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올 6월 말 기준 25개 증권사의 국내외 부동산 금융(PF 이외 포함) 익스포저 규모는 47조6000억원에 달한다.
이 중 3월 말 기준 잠재부실가능 익스포저는 약 6조원으로, 그 절반은 미국·유럽 오피스 투자 부동산펀드의 평가손실 등 해외에서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예리 나이스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6월 말 증권사의 부동산 PF 고정이하여신은 1조2000억원 수준으로 건전성 지표 영향은 크지 않다"면서 "하지만 실제 사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않거나 만기연장으로 요주의로 분류돼 추가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잠재부실가능 익스포저 규모는 이보다 5배 많은 6조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내외 부동산 익스포저 상당 부분이 만기연장되고 있고 부동산펀드 등의 익스포저는 건전성 지표에 포함되지 않는 점 등을 감안하면 현재 증권사 자산건전성 지표는 상당한 착시효과가 반영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올 상반기 만기가 예정됐던 국내 PF 익스포저 5조2000억원(618개 사업장) 중 73%인 3조8000억원(490개 사업장)이 만기연장됐다. 브릿지론은 80%(3조원)가 본 PF로 전환되지 못하고 만기연장됐으며, 본 PF도 약 56%(8000억원)가 만기연장 됐다. 특히 해외부동산은 90%가 만기연장된 상황이다.
이예리 선임연구원은 "부동산 경기가 점진적으로 회복하고 금리 또한 안정화하면 만기연장이 부동산 익스포저를 해소하는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면서도 "부동산 회복이 지연되면 만기연장에 따른 이자 부담 증가와 사업성 하락으로 최종 손실 규모는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만기연장으로 부실자산에 포함되지 않은 여신도 건전성 현황분석에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 선임연구원은 "실질적인 손실 가능성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잠재부실가능 여신 성격을 가진 요주의이하여신을 비롯해 이와 동일한 영향을 미치는 부동산펀드도 포함하는 등 보수적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설사 PF 리스크 재점화…위험 전이 가능성도
고금리 장기화로 부동산 경기가 회복하지 못하면서 건설사들의 PF 우발채무와 유동성 위기설이 다시금 불거지는 점도 우려를 키우는 부분이다. 수도권 주택시장이 일부 반등하고 있지만 PF 사업 비중이 큰 지방 미분양 위험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건설사들의 PF 보증 규모 증가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15개 건설사의 6월 말 PF 보증 규모는 27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1조7000억원 증가했다. 금리 인상과 더불어 금융권의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는 만큼 차환 위험이 커지고 있다. 일부 건설사의 위험이 현실화할 경우 위험이 연쇄적으로 퍼지는 도미노 현상도 우려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부동산 PF 문제가 해결되려면 최종적으로 분양이 돼야 하는데, 부동산 시장 회복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시장 회복의 선결 조건인 경기 개선, 금리 인하도 언제 이뤄질지 알기 어렵다"면서 "연내, 내년 등 단기간에 끝날 이슈가 아니어서 단기적으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계속해서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김미리내 (pannil@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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