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토막' 난 美 국채 ETF…금리 하락 베팅 괜찮을까?

이은정 2023. 10. 5.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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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자산운용사 8곳 4분기 대응전략 설문조사
1개월 美장기채 인버스 '웃음' 정방향은 -20%안팎
단기 금리 하락베팅 주의…장기 저가 분할·매수 유효
4분기 고금리·고환율 수혜, 배당형 등 선별 접근

[이데일리 이은정 기자] 고금리 장기화 우려에 미국 국채금리가 치솟자, 일찍이 금리 인하에 베팅하던 장기채 상장지수펀드(ETF) 투자자들의 시름이 깊어졌다.

운용업계 전문가들은 남은 하반기 단기적으로는 장기채 투자에 주의를 기울이고, 미국 장기채보다는 고금리·고환율 수혜를 받을 금리형이나 배당형 등에 선별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긴 호흡에선 저가·분할 매수가 유효하다는 조언이다.

이데일리는 4일 국내 자산운용사 8곳(가나다순 미래에셋·삼성·신한·키움투자·한국투자·한화·KB·NH아문디)을 대상으로 진행한 4분기 해외 ETF 투자전략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미국 국채금리 치솟자…장기채 인버스 ETF ‘웃음’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종가 기준 최근 1개월간 ‘KBSTAR 미국장기국채선물인버스2X(합성 H)’는 전체 ETF 중 23.85%의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어 코스닥150 선물 인버스 ETF를 제외하고 ‘KODEX 미국채울트라30년선물인버스(H)’(13.50%), ‘KBSTAR 미국장기국채선물인버스(H)’(11.15%)가 수익률 상위에 올랐다.

국채 인버스 ETF는 금리 상승기에 국채선물 매도로 채권가격이 하락할 경우 수익을 추구할 수 있다. 최근 미국 장기 국채금리가 고공행진하면서 이들 ETF가 높은 수익률을 낸 것이다. 가장 높은 수익률을 낸 미국 장기국채 인버스2X ETF는 미국 장기 국채 선물 지수 하락(국채 금리 상승)분의 두 배만큼 수익을 내는 구조다.

고금리 장기화 우려가 미국 장기 국채금리 상승에 불을 지폈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4.8%를 돌파하며 2007년 8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30년물 국채금리은 4.9%를 넘어서 2007년 9월 이후 최고치를 넘어섰다.

추석 연휴 동안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돈 미국 공급관리협회(ISM)의 9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와 미국 노동부의 구인·이직보고서(JOLTS) 등 견조한 경제지표 △연방준비제도(Fed) 인사들의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발언이 이어지며 금리 상승을 자극했다. 또한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 위기는 단기적으로 면했지만, 공화당 내 갈등과 미국 재정적자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됐다.

“단기 금리 하락베팅 주의…장기 저가 분할·매수 유효”

고금리 국면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개인별 투자 기간에 따라 금리 하락 베팅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조언이 따른다. 실제 한 달간 ‘ACE 미국30년국채선물레버리지(합성H)’, ‘TIGER 미국채30년스트립액티브(합성H)’, ‘KBSTAR 미국장기국채선물레버리지(합성H)’ 등 미국 장기 국채 ETF는 20% 안팎의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데일리가 조사한 국내 자산운용사 8곳의 과반 이상은 단기적으로 미국 장기국채 ETF에 대해 ‘주의’해야 한다는 보수적 의견을 내놨다. 현재 금리 수준이 이미 높지만, 더 오를지 모른다는 공포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박수민 신한자산운용 ETF상품전략팀장은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와 11월 중순까지 미국의 45일짜리 임시예산안을 대체할 진짜 예산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채권뿐만 아니라 주식시장도 불확실성이 지속할 가능성 크다”며 “금리 상승 후 장기 고금리가 이어진 2007년 당시 미국 장기채권투자 수익에 대한 갈증이 한동안 지속한 점을 감안하면, 현시점 장기채 단기 투자는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기 투자자라면 저가·분할 매수 전략이 유효하지만, 진입 시점에 유의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된다. 금리 하락 베팅은 정책 변화를 확인한 이후 시작해도 늦지 않다는 조언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4분기엔 높은 금리를 향유할 상품이 합리적”이라며 “연준의 금리정책 변화에 의해 주도되는 금리 하락은 추세적일 가능성이 높아, 정책 변화를 확인하기 전까지 다른 투자 대안을 고려하길 권고한다”고 했다.

“4분기 고금리·고환율 수혜, 배당형 등 선별 접근”

상품별로는 8곳 중 3곳(중복)이 배당형 ETF를 추천했다. 이수진 KB자산운용 ETF상품팀 부장은 “장기 고금리 국면에 자본조달 위험과 생산 비용 상승에 한계 기업이 증가한다”며 “소비자에게 가격 전가가 가능한 필수소비재나 장기 성장을 지속한 위기에 강한 기업을 중심으로 한 고배당주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금리·고환율 수혜를 받을 수 있는 미국 무위험 지표금리인 SOFR을 기초지수로 삼는 ETF도(2곳) 추천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정성인 키움투자자산운용 ETF마케팅사업부장은 “미국 고금리 기조에 따라 미국 단기 지표금리 역시 높은 수준인데, 그 수혜를 보는 동시에 미국 달러가치 상승 시 환차익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채권에 단기 투자하는 만기매칭형 ETF에도 관심이 쏠린다. 정성인 부장은 “미국 채권 중 듀레이션이 짧은 단기채에 투자하면서 높은 수준의 이자수익을 확보하는 전략이 안정성과 수익성 모두 높은 투자 대안”이라며 “만기에 금리나 시장 상황과 상관 없이 투자 당시 확인한 만기수익률(YTM)을 실현할 수 있다”고 전했다.

유럽 국채 ETF도 대안으로 제시됐다. 김현빈 NH아문디자산운용 ETF투자본부장은 “유럽중앙은행(ECB)은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추가로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것을 표명했다”며 “유로존 인플레이션의 가파른 하락세와 어두운 경기 전망이 금리를 하락 반전할 것”이라고 했다.

주식형 ETF로는 글로벌 반도체 테마형이 추천(2곳)됐다. 남용수 한국투자신탁운용 ETF운용본부장은 “인공지능(AI) 등 기술 혁신은 앞으로 지속될 것”이라며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결국 반도체 산업이라는 점에서 향후 산업 성장에 따른 수혜가 예상된다”고 했다.

이은정 (lejj@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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