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 반란에 휘청…미 공화당 ‘자중지란’
공화당 내 10% 차지한 ‘강경파’, 매카시 임기 내내 쥐락펴락
매카시 “차기 불출마”…당내 2인자 스컬리스 원내대표 물망
미 역사상 최초로 해임된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의 퇴장은 도널드 트럼프 시대의 미 공화당이 어떻게 미국, 더 나아가 세계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세력이 됐는지를 보여주는 일면이다. CNN은 “한때 보수주의를 전통적인 안정감과 강인함을 지키는 것으로 정의했던 공화당은 지난 30년 동안 혼란을 조장하는 세력, 새로운 극단으로 계속 몰아가는 끊임없는 이데올로기 혁명의 안식처로 진화했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재확인된 것은 ‘프리덤 코커스’를 주축으로 한 공화당 강경파의 위력이다. 공화당 전체 의원의 10%에 불과한 이들이 당을 쥐고 흔드는 상황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올해 1월 의장직에 오르는 과정에서부터 프리덤 코커스에 휘둘린 매카시 의장은 임기 내내 강경파 눈치를 봐야 했다. 그리고 3일(현지시간) 하원의 의장 해임안 표결에서 공화당 소속 의원 절대다수의 지지를 받고도 강경파 8명(4%)에 의해 자리에서 물러났다.
매카시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나는 연합을 구축하고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차기 의장 불출마를 선언한 그는 다음 의장에게 하고 싶은 조언이 있느냐는 질문에 “규칙을 바꾸라”고 답했다. 의장 선출 과정에서 강경파의 요구대로 의원 한 명이라도 해임안을 제출할 수 있도록 한 의회 규칙을 지칭한 것이다.
공화당 내에선 초유의 의장 해임을 초래한 강경파를 향한 불만도 감지되고 있다. 매카시 의장의 측근인 톰 콜 하원 규칙위원장은 “해임에 찬성한 이들에게는 계획도, 대안도 없다. 단지 혼란에 투표한 것”이라고 말했다. 표결 직후 공화당 온건파 의원 일부는 강경파를 향해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라면서 고함을 지르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전당대회를 통해 해임을 주도한 맷 게이츠 의원을 탈당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전했다.
문제는 강경파의 입김을 제어하기에는 공화당의 이념 지형과 지지층이 극단주의로 쏠려 있다는 점이다. 뉴욕타임스(NYT)는 “현재 공화당에서 정치적 타협은 비난받고 대결적 태도는 환영받고 있다”면서 이 같은 분위기가 매카시 의장을 끌어내린 것은 물론 차기 의장 때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강경파 의원들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나 민주당에 얼마나 각을 세웠느냐를 기준으로 지지층의 평가를 받기 때문에 연방정부 셧다운(일시 업무정지) 위기도 불사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하원은 공화당, 상원은 민주당이 양분하고 있는 구조상 여야 간 타협과 양보가 불가피한 현실은 강경파의 안중에 없다는 것이다.
복수의 하원의원들이 차기 의장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하원의 공화당 2·3인자인 스티브 스컬리스 원내대표(루이지애나), 톰 헤머 원내총무(미네소타)의 출마가 유력시된다. ‘친트럼프’인 짐 조던 하원 법사위원장(오하이오), 여성인 엘리스 스터파닉 의원(뉴욕), 공화당 연구위원장 케빈 허른 의원(오클라호마)의 이름도 거론된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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