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당한 생활지도까지 아동학대로 고소당하는 게 현실”

박진환 2023. 10. 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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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경 대전교사노조 위원장 "아동학대법에 현장 아수라장"
오은영 박사의 '정서적 어루만짐' 주장에 학부모 악성민원↑
교육당국의 탁상행정 및 중간관리자 뒷짐이 결합 사태악화
이윤경 대전 교사노동조합 위원장이 대전 서구 대전교사노조 사무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박진환 기자)

[대전=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수업시간에 자거나, 몰래 핸드폰을 하는 학생을 제지하는 등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까지 아동학대로 고소당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면서 교권은 추락했고, 대부분의 교사들은 문제 학생들을 못 본 척하는 것이 이제 일상이 됐습니다.” 이윤경 대전 교사노동조합 위원장은 지난달 27일 대전 서구 둔산동의 대전교사노조 사무실에서 가진 이데일리와의 인터뷰를 통해 일선 학교에서의 심각한 교권침해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대전 용산초 교사 사건에 대해서도 “용산초 교사의 경우 당할 수 있는 교권 침해의 모든 유형을 다 겪었다”고 전제한 뒤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관리자의 방관, 여기에 무고성 아동학대 고소까지 개인이 혼자 4년 동안 이 모든 것을 감내해야 했고, 학교나 교육청 그 어디에서도 도움을 받지 못했다”며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이 위원장은 “결국 서이초부터 용산초까지 이런 일들은 개인적인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라며 “사안별로 좀 다를 수는 있지만 비슷한 점은 학생의 문제에 학부모의 악성민원, 관리자의 방관 등으로 이어지는 유사성이 보인다”고 설명했다.

일선 교육현장에서의 교권침해에 대해서는 “최근 한 10년간 빠르게 점점 빈도가 증가하고 있다. 이제는 정말 교사의 정당한 생활 지도까지도 아동학대로 고소를 당할 수 있기 때문에 교사들은 생활지도에 소극적으로 변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근본적인 원인으로 2014년 개정된 아동학대법을 지적했다. 2012년 학폭심의위원회 개최를 의무화하는 학교폭력예방법이 개정된 데 이어 2014년 교사의 아동학대에 대한 처벌이 가능한 아동학대법이 개정되면서 학교가 법적 분쟁의 장이 됐다는 것이 이 위원장의 설명이다.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의 정의는 ‘아동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정신·성적 폭력이나 가혹행위’라고 명시돼 있다. 문제는 정신적 폭력에 대한 부분이다. 그는 “매우 모호하고 포괄적이다보니 ‘학생의 기분을 상하게 했거나, 불안감을 느끼게 했다’는 점만으로도 아동학대로 고소를 당할 수 있어 정상적인 생활지도가 불가능해졌다”고 강조했다.

교육부와 각 시·도교육청 등 교육당국의 방관도 교권침해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이 위원장은 “일선 교육현장에서 교사들인 교권침해를 당했을 때 어떤 방식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지, 어떤 서비스가 가능한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아동학대로 신고 당한 후 수사기관부터 재판까지의 과정에서 지원이 많이 부족했다”고 밝혔다. 교사와 학부모간 갈등이 깊어진 이유로는 학교를 봐라보는 인식의 차이라고 이 위원장은 진단했다. 그는 “예전 학교는 아이들의 교육 기능을 중시했다면 최근에는 학교에 보육적인 기능을 조금 더 중시하는 경향으로 가고 있다”며 “교육과 보육의 기능이 혼재되면서 경계가 모호해졌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정신건강의학 전문의 오은영 박사 등이 주장하고 있는 ‘정서적 어루만짐’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아이가 바르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정서적으로 보듬어줘야 한다’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강조되면서 학교에 보육적 기능을 자꾸 요구하고 있다”며 “집에서 트러블이 생긴 학생을 ‘학교에서 위로해달라’는 주문하고, 특별한 어루만짐이 없으면 학부모에게 역으로 민원이 들어오고 있다. 이는 부모가 해야 되는 역할을 교사에게 바라는 것으로 교육과 보육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상충하면서 생긴 우리 사회의 모순”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얼마전 교권 4법이 국회에서 통과됐다”며 “교사의 생활지도를 아동학대로 보지 않도록 하고, 학부모의 교사인권 침해를 금지하는 ‘보호자의 의무사항’을 신설하는 등 교권보호를 위한 국가적 노력에 대한 부분은 환영한다. 다만 아동복지법, 아동학대처벌법 개정으로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를 정서적 아동학대로 보지 않는다는 부분이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교육부도 학생생활지도 고시를 통해 문제학생 분리 조치, 관리자의 책무성에 대한 부분을 언급했지만 법적 뒷받침이나 인적·재정적 지원이 없어 학교 현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어 이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앞으로 학교 현장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발전적 교육 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윤경 대전 교사노동조합 위원장이 대전 서구 대전교사노조 사무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박진환 기자)

박진환 (pow17@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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