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대까지 번진 '의대 쏠림'…학계 우려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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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대생들의 중도탈락(자퇴·미등록·미복학) 폭증은 '의대 쏠림'이 약대까지 영향을 준 결과로 풀이된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4일 "중도탈락생 대부분은 작년에 전국 37개 약대에서 선발한 1743명 중에서 발생했으며 대부분 의대로 빠져나간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서울 소재 약대 A교수는 "약대 중도탈락생 대부분이 의대로 갔다고 보고 있다"며 "약대에 합격하는 학생들 역시 성적이 좋으니 반수하면 충분히 의대에 갈 수 있다는 생각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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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대 교수도 "성적 높은 학생 들어오면 되려 불안"
KAIST·DGIST 등 과기대도 4년간 중도탈락 908명
학계 "백년대계 생각하면 연구직 처우개선 시급"
[이데일리 신하영·김윤정 기자] 약대생들의 중도탈락(자퇴·미등록·미복학) 폭증은 ‘의대 쏠림’이 약대까지 영향을 준 결과로 풀이된다. 2022학년도부터 신입생 선발을 재개한 약대에서 학교를 그만둔 학생이 1년 사이 8명에서 206명으로 무려 25배나 폭증했기 때문이다. 교육계는 약대 중도탈락이 대부분 1학년 신입생 중에서 발생한 것으로 파악한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4일 “중도탈락생 대부분은 작년에 전국 37개 약대에서 선발한 1743명 중에서 발생했으며 대부분 의대로 빠져나간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전국 약대는 2022학년도부터 1학년 신입학 선발을 재개했다. 종전까진 타 대학 일반학부에서 2년을 이수한 뒤 약대로 편입학하는 ‘2+4년제’로 운영되다가 아예 1학년을 새로 뽑는 ‘6년제’로 전환한 것. 화학·물리·생물 등 기초과학 우수 인재가 약대 편입으로 빠져나가는 부작용을 해소하려 약대 신입학 선발을 재개했지만 ‘의대 쏠림’의 역풍을 맞게 된 셈이다.
서울 소재 약대 A교수는 “약대 중도탈락생 대부분이 의대로 갔다고 보고 있다”며 “약대에 합격하는 학생들 역시 성적이 좋으니 반수하면 충분히 의대에 갈 수 있다는 생각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서울 소재 약대 B교수도 “약대에 들어오는 학생들의 성적은 의대에 가기에는 아쉬운 정도라 재도전을 통해 의대를 노리려는 수요가 있는 것”이라며 “약사보다 연봉이 높은 의사를 지망하는 것은 개인의 선택이지만 정작 약대에 꼭 들어오고 싶었던 학생들에겐 피해를 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약대 중도탈락생 폭증은 ‘약사보다는 의사가 낫다’는 인식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7월 보건복지부가 보건의료인력정책심의위원회에서 보고한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의사 평균연봉은 2억3070만원에 달하지만, 약사는 8416만원에 불과하다. 의사에 이어 치과의사(1억9490만원), 한의사(1억8560만원) 역시 평균연봉이 1억원대 후반으로 조사됐다. 치대(56명), 한의대(80명)의 중도탈락생이 약대(206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 이유다.
교육계는 약대마저 ‘의대 쏠림’의 영향을 받는 형국을 도미노 현상으로 풀이하고 있다. 지방대 의대에서 중도탈락을 통해 상위권 의대로 진학하고, 그 빈자리를 약대 중도탈락생이 채우고 있다는 얘기다.
이러한 현상은 ‘과학기술 인재 양성’을 목적으로 설립된 한국과학기술원(KAIST)·광주과학기술원(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울산과학기술원(UNIST) 등 과학기술 특성화 대학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지난해 이들 4개 대학에서 중도탈락한 학생은 2022년 기준 268명으로 전년도(187명)보다 43%(81명) 증가했다.
대학별로는 KAIST가 125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울산과기원 66명, 광주과기원 48명, 대구경북과기원 29명 순이다. 광주과기원을 제외한 3곳에서 모두 중도탈락생이 전년 대비 늘었다. 특히 2019년부터 과학기술대 4곳에서 발생한 중도탈락생을 합산하면 총 908명에 달한다. 임성호 대표는 “과학기술 특성화대학의 중도탈락생 대부분이 의약학계열로 이동했을 것”이라고 했다.
학계에선 도미노처럼 확산하는 의대 쏠림 현상을 우려하고 있다. 한 KAIST 교수는 “의대로 간다는 학생을 붙잡을 방법이 없다”면서도 “과학기술 인재들의 사기가 떨어지고 있는 것은 확실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 DGIST 교수도 “정부가 세수가 안 걷힌다고 연구개발 예산을 삭감하고 있는데 국가 차원에서 과학기술에 대한 철학을 재정립하고 연구인력의 직업적 안정성을 보장해야 한다”며 “백년대계를 생각한다면 연구직 종사자들의 처우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신하영 (shy110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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