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 조작 휘말릴라…카카오, 재빨리 자체 분석·수사 의뢰 발표
"모니터링 체계 개선…불편 겪은 이용자에 사과"
방통위 '현안 보고'→한덕수 범부처 TF 구성 지시
업계, 포털 압박 당혹스럽지만 빨리 벗어나는 게 최선
카카오는 포털사이트 다음(DAUM) 응원 댓글에 대한 여론 조작 논란이 정치권에서 점점 더 커지자 해당 서비스를 중단한데 이어 자체 분석 결과를 내놨다. 수사 의뢰 방침까지 밝히며 재빠른 대응으로 여론 조작 논란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가뜩이나 정부여당은 네이버와 카카오 등 포털이 영향력에 비해 책임이 부족하다며 압박을 가하고 있었는데 이번 응원 댓글 논란은 불에 기름을 들이부은 형국이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관련 부처를 총동원해 범부처 TF를 꾸리라고 지시한 배경이다.
◇ 카카오 분석 결과, 2개 해외 IP가 매크로 돌린 이상 현상
카카오는 4일 입장 자료를 통해 지난 1일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한국과 중국 8강전 클릭 응원 논란과 관련해 자체 분석 결과를 내놨다. 한중 8강전 클릭 응원에 약 3130만건의 응원이 있었으며 한국 클릭 응원은 6.8%(211만건), 중국 클릭 응원은 93.2%(2919만건)으로 집계됐다. 클릭 응원에 참여한 것으로 확인된 IP 5591개 가운데 국내 IP 비중은 95%(5318개)로 일반적인 수준이었다. 그러나 확인된 IP가 만들어낸 총 클릭 응원수 2294만건 가운데 해외 IP 비중이 86.9%(1993만건)로 나타났다.
특히 이 해외 IP를 분석해보니 2개의 IP가 해외 IP 클릭의 99.8%인 1989만건을 차지했다. 2개 IP의 클릭 비중은 네덜란드 79.4%(1539만 건), 일본 20.6%(449만 건)이었다. 해당 IP의 클릭은 경기가 끝난 2일 0시 30분 경부터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카카오는 한중 8강전 클릭 응원수의 이상 현상이 이용자가 적은 심야 시간 대 2개 IP가 매크로 프로그램을 활용해 만들어낸 이례적인 현상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이에 서비스 취지를 훼손한 중대한 업무방해 혐의로 간주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다는 방침이다.
2015년 3월 처음 선보인 다음스포츠 '클릭 응원'은 로그인하지 않고도 누구나 쉽게 스포츠 경기를 응원할 수 있는 기능이다. 많은 이용자가 참여하고, 수시로 양 팀을 응원할 수 있도록 비로그인 기반에 응원 횟수 제한이 없다. 그러나 아시안 게임 한중 8강전 이후 이같은 특징이 특정팀에 대한 클릭 응원 숫자를 과도하게 부풀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지난 2일 해당 서비스를 중단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앞으로 서비스 전반에서 어뷰징 행위가 일어나지 않도록 모니터링 체계를 점검하고 개선해 나가겠다"며 "이번 이슈로 인해 불편함을 겪으셨을 이용자 여러분께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고 밝혔다.
◇ 방통위 '현안 보고'→한덕수 범부처 TF 구성 지시
카카오가 입장 자료를 낸 비슷한 시점에 방송통신위원회도 '설명 자료'를 내고 이동관 방통위원장이 다음 여론 왜곡 사태와 관련해 국무회의에 참석해 현안 보고를 했다고 밝혔다. 현안 보고에서 "포털 서비스의 응원 서비스 중 다음 카카오에서만 참여자의 93%가 중국을 응원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며 "우리나라 포털 서비스들이 특정 세력의 여론 조작에 취약하다는 점을 재확인한 셈"이라고 했다.
방통위는 "특히 이러한 여론 왜곡이 네덜란드, 일본 등 외국의 인터넷을 우회한 소수의 사용자들에 의해 벌어졌다"며 "국민 여론을 분열시키는 행위가 국내는 물론 해외 세력에 의해서도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확인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포털을 통해 우리 국민 75% 이상이 뉴스를 접하고 이들 사업자가 메신저 시장마저 독점해 여론 형성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면서도 사회적 책임을 방기한 채 여론을 왜곡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둔 것과 같다"고도 했다.
방통위는 드루킹 사태도 언급하며 "다음 카카오에 대한 관계 부처의 실태 조사를 통해 현행법령 위반 혐의가 확인 될 경우 엄중한 제재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에 방통위를 비롯해 법무부, 과기부, 문체부 등 유관 부처가 포털을 비롯한 사회적 파급력이 큰 주요 서비스의 '여론 왜곡 조작 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범부처 TF를 시급히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이에 한덕수 국무총리는 TF를 구성하라고 지시했다.
다음 카카오 뿐 아니라 네이버까지 정부 여당이 포털에 대한 전방위 압박을 강화하며 양대 포털은 일제히 뉴스 댓글 서비스 방식을 개편했다. 네이버는 뉴스 댓글 모음 프로필 정보를 강화했다. 다음은 뉴스 댓글을 실시간 채팅 방식인 '타임톡'으로 바꿨다. 하루가 지나면 뉴스에서 타임톡 창이 자동으로 사라져 사람들이 몰려가 댓글에 추천을 누르고 이를 맨 위로 올려 여론을 꾸미는 시도가 불가능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양사 모두 과거부터 사회적 문제가 된 댓글의 역기능을 개선하는 작업의 일환이라고 설명했지만, 정부 여당의 전방위 압박을 바라보는 IT 업계의 시각은 어수선하기만 하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 응원 댓글은 경기 상황에 따라 상대 국가의 응원 비율이 높았던 때가 종종 있었다"면서 "순수하게 스포츠의 재미 요소로 작용한 것인데 이번 일의 경우 정치권에서 차이나 게이트 의혹까지 제기하니 당황스럽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차라리 수사로 명백하게 가려지는 게 나은 방향일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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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홍영선 기자 hong@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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