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北이 한국 침공하면 방어해야” 찬성 50%, 반대 49%

워싱턴/이민석 특파원 2023. 10. 5.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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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 지지층서 특히 부정적 여론 커져
“불법 이민 등 국내 문제에 신경써야”
美 정치 변화가 동맹국 안보 인식 영향

미국인 대다수가 한국 등 동아시아 동맹국에 대한 방어 및 미군 주둔에 찬성하지만, 과거와 비교해 공화당 지지층의 부정적인 여론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국이 북한으로부터 공격받을 경우 미국이 방어해야 하느냐는 문제에 있어 공화당 지지층은 부정적인 여론이 더 큰 것으로 나왔다. 지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공화당 행정부는 한국에 전방위로 방위비 분담금 인상 압박을 하는 등 ‘동맹국의 안보 비용 부담’ 문제를 전세계 동맹국들에게 제기해왔다. 미국 정치에서 민주·공화간 커져가는 진영 대결이 한국 등 미국의 전통적 동맹과의 안보 협력에 대한 인식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 시각) 자신의 사기대출 의혹 재판이 열리는 뉴욕주 법원에 출석해 엄지를 들어보이고 있다. /AP 연합뉴스

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CCGA)가 지난달 7~18일 성인 3242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4일(현지 시각)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이 북한으로부터 침공당할 경우 미군이 한국을 방어해야 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50%였다. 반면 반대 응답도 49%로 양분돼 있었다. 특히 민주당 지지자들은 방어 찬성 비율이 57%인 반면, 공화당 지지자들은 반대 비율(53%)이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한국 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미국인들은 중국이 영유권 분쟁지역에서 일본과 군사 충돌을 일으킬 경우의 상황에 55%가 미군 투입에 반대했다. 미군 개입에 찬성한 비율은 43%에 불과했다.

지난달 9월26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일대에서 국군의 날 시가행진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당시 시가행진에는 주한 미 육군 제8군 전투부대원 300여명도 함께했다. 주한미군 전투부대원들이 우리 군과 함께 국군의 날 행진을 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뉴시스

이와 함께 한국과 일본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 기지를 유지해야 한다는 비율도 작년과 비교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한미군 주둔 찬성 비율은 64%, 주일미군 주둔 찬성 비율이 63%로 절반이 넘었지만, 작년과 비교했을 때 각각 6%p, 4%p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한미군 주둔의 경우 공화당 지지자들의 지지 비율이 작년과 비교해 14%p로 크게 감소했다. CCGA는 “미국인들은 전반적으로 전 세계 주요 동맹국에 장기 주둔하는 것을 선호하고, 동맹국이 공격받을 경우 미군을 사용하여 동맹국을 방어하는 것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도 “유럽과 아시아에서 미국의 동맹국을 방어할지 여부에 대한 당파적 분열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이어 “미국의 동맹국 방어에 대한 당파적 분열은 새로운 현상”이라며 “(동맹국 방어 대신) 공화당원들은 불법 이민을 막고, 멕시코 마약 카르텔과 싸우기 위해 미군을 사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런 인식은 트럼프 등을 포함한 공화당 강경파들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과 궤를 같이한다는 분석이다.

CCGA는 “냉전 시대 때만해도 공화당은 나토(NATO)와 같은 동맹국들과의 협력에 앞장서 있었다”며 “그러나 1998년 이후로 나토에 대한 민주당의 지지율이 공화당 지지율 보다 높게 나오기 시작했다”고 했다.

이와 함께 공화당 지지자들 사이에선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여론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인 63%가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군사 물자를 추가로 제공하는 것을 지지했는데, 이는 2022년 7월 조사(72%), 2022년 11월(65%)와 비교해 볼 때 계속 하락세였다. 특히 공화당 응답자의 50%가 추가 지원에 찬성했는데 이는 2022년 7월 조사보다 18%p 낮았다. 작년 2월 개전 초기보다는 30%p 감소했다.

우크라이나 지원 여론은 응답자의 교육 수준에 따라서도 차이가 났다. 추가 지원 찬성 비율은 대학 졸업자의 75%, 대학 교육을 일부만 받은 응답자의 60%, 고등학교 졸업 또는 더 낮은 수준의 교육을 받은 응답자의 53%로 교육 수준이 높을수록 높게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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