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결혼하면 과부된다’… 中 국경절 결혼식 러시
‘결혼 급감’ 신호탄 가능성
지난달 30일 오후 베이징 차오양구의 한 유명 예술 전시관에서 열린 한 결혼식. 신랑·신부의 부모와 지인 60여 명만 초대된 ‘스몰 웨딩’이었다. 신랑인 30대 J모씨는 기자에게 “요즘 결혼하는 커플들이 갑자기 늘어 장소 예약에 애를 먹었다”고 했다. 한 하객은 “’훙바오(붉은색의 현금 봉투)’를 준비하려고 연휴 전날 은행에 갔더니 결혼식 참석을 위해 현금을 찾는 사람들로 바글바글하더라”고 했다.
올해 중국 국경절 황금연휴(9월 29일∼10월 6일) 결혼 열풍이 심상치 않다. 춘제(春節·중국의 설)와 함께 중국 최대 황금연휴인 국경절 연휴는 일주일 안팎의 긴 연휴 기간 때문에 전통적인 결혼 성수기지만, 올해는 예년과 차원이 다르다. 도처에서 결혼식이 열리면서 국경절 연휴를 ‘하객 연휴’로 보냈다는 중국인이 많았다. 올해 국경절 연휴 기간에 결혼식만 7번 참석한 하객도 있다고 한다. 올해 국경절 연휴의 이례적인 결혼 붐을 두고 중국신문주간은 “코로나 여파로 결혼을 미뤄왔던 커플들이 ‘과부의 해’인 내년(2024년)을 피하기 위해 최근 줄줄이 결혼식을 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사람들은 만물이 소생하는 절기인 입춘이 없는 해를 ‘과년(寡年)’이라 불렀다. 음력으로 따져 입춘(立春)이 없는 ‘무춘년(無春年)’을 가리킨다. 윤달이 포함된 2023년은 입춘이 두 번 들어 있지만, 내년에는 입춘이 없다. 과년은 ‘과부(寡婦)’를 연상케 한다는 이유로 ‘과부의 해’로도 불린다. 과부의 해에 결혼하는 여성은 남편이 요절하고 자식도 낳지 못한다는 속설 때문에 부정적 의미로 쓰인다. 과부의 해는 2~3년마다 한 번씩 돌아오는데, 최근에는 2021·2019·2016·2013년이 과부의 해였다.
웨이보(중국판 트위터), 샤오훙수(중국판 인스타그램) 등에서는 “올해 하반기에 ‘과부의 해’를 피해 가려는 커플들의 결혼 문의가 몰려들고 있다”는 웨딩 업계 관계자들의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중국판 네이버인 바이두에서는 4일 인기 검색어에 ‘과부의 해’가 올라왔다. 문제는 올해 하반기의 결혼식 붐은 내년부터 시작될 ‘결혼 급감’ 현상의 전조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내년 수요를 끌어온 덕분에 결혼 수요가 일시적으로 늘어난다고 해도 이는 착시에 불과하다는 해석이다. 중국 정부는 올해 코로나 방역 전면 해제 이후 결혼을 적극 장려하고 있지만 효과는 미미하다. 중국의 혼인 건수는 결혼 적령기 인구 감소와 청년층의 결혼 기피 정서, 경제 침체 등의 복합적인 영향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중국의 작년 혼인 건수는 683만3000건으로 2014년부터 9년 연속 감소세다. 중국 정부가 1986년 혼인 통계를 발표하기 시작한 이래 최저치다. 올해 상반기 혼인신고 건수는 392만8000건으로 코로나 기간이었던 작년 동기 대비 5.3% 늘어난 수준에 그쳤다. 결혼이 줄면서 자연스레 출산도 감소했다. 지난해 중국의 출생아 숫자는 957만명으로, 1949년 건국 이후 처음으로 1000만명 이하로 떨어졌다. 중국 베이징대 의과대학은 올해 중국의 출생아 수가 800만명 이하로 감소할 것이라고 최근 전망했다. 지난 8월 중국 저장성의 한 지방정부는 결혼하는 신부가 25세 이하일 경우 1000위안(약 18만원)을 즉시 지급한다고 밝혔고, 중앙 정부는 혼인 신고 절차도 완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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