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파워’에 지구촌은 불안
케빈 매카시 미 연방 하원 의장이 같은 공화당 소속 초강경파 의원들의 ‘반란’으로 축출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로, 공화당 대선 주자 중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영향력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CNN은 3일(현지 시각) “매카시 해임 사태는 도널드 트럼프 시대의 공화당이 얼마나 미국인의 생활, 잠재적으로는 세계의 불안정에 기여하는 강력한 힘이 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했다. 트럼프는 지난 1월 매카시의 의장 선출에 반대하는 당내 초강경파를 설득해 매카시가 15차례 표결 끝에 가까스로 취임할 수 있도록 도와줬는데, 이번에는 반대로 축출 위기에 몰린 매카시를 도와주지 않아 영향력을 증명했다는 것이다. 이로써 트럼프는 공화당 정치인들에게 “더욱 극단적이 되는 것만이 살길”이란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는 재임 시 대외 정책에서 민주주의 가치 외교를 경시하고 압박과 협상으로 극단적 이익을 추구하는 이른바 ‘트럼피즘’을 고수하면서 동맹 국가들과 여러 차례 파열음을 냈다. 이 때문에 국제사회에서는 내년 대선에서 트럼프가 승리해 귀환할 경우 미국이 전례 없는 강력한 고립주의 노선을 추구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2기’가 현실화할 경우 우크라이나를 군사적으로 지원해 온 서방의 단일 대오가 순식간에 흐트러질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 트럼프는 최근 NBC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한 방으로 불러들여서 협상을 이끌어내겠다”고 말했다. 미국의 소리(VOA)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과의 개인적 친분을 활용해 우크라이나 전쟁을 중단하는 데 초첨을 맞출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원 의장에서 물러나게 된 매카시는 이날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 1930년대처럼 보인다. 푸틴이 취하고 있는 많은 행동은 히틀러와 매우 비슷하다”고 말했다. 현재의 정세가 미국이 고립주의 노선을 걷는 동안 히틀러가 유럽에서 세력을 키워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1930년대와 닮아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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