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전현희 보고서’ 다시 쓴다
“시각 지켜야” 유권해석 나오자
이전 보고서 ‘직권 재심의’ 하기로
감사원이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의 비위를 지적한 감사 보고서를 재작성해 다시 심의·의결한다. 감사원은 지난 6월 전 전 위원장이 상습 지각을 했다는 것을 밝혀내고도 ‘전 전 위원장은 기관장이어서 출퇴근 시각을 반드시 준수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주의를 주지는 않았는데, ‘기관장도 일반 공무원처럼 출퇴근 시각을 지켜야 한다’는 유권해석이 최근 나왔기 때문이다. 전 전 위원장은 앞서 감사원이 자기의 지각에 대해 주의를 주지 않은 것을 두고 자신에게 사실상 ‘무혐의’ 결론이 나온 것이라고 주장했었다.
감사원이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제출한 권익위 감사 관련 진상 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감사원 사무처는 감사 과정에서 전 전 위원장이 권익위 사무실로 출퇴근하면서 상습적으로 지각했다는 것을 알아냈다. 전 전 위원장은 공식 외부 일정이 있는 날을 제외하고 서울에서 정부세종청사로 출근해야 하는 날 89일 가운데 83일(93.3%)을 지각했다. 가까운 정부서울청사로 출근하는 115일 중에도 112일(97.4%)을 지각했다. 감사원 사무처는 이런 상습 지각에 대해 주의를 줘야 한다고 봤다.
그러나 사무처가 조사해 온 내용을 심의하는 감사위원회의는 “기관장의 경우에는 출퇴근 시간 개념이 명확하게 정립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전 전 위원장의 지각 사실은 감사 보고서에 일부 서술하되, 전 전 위원장이나 권익위에 주의 처분을 하지는 않았다. 정부서울청사 상습 지각 사실은 최종 보고서에서 아예 뺐다. 이를 두고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된 일부 감사위원이 전 전 위원장의 비위를 축소해 준 것이란 논란이 일었다.
그러나 인사혁신처는 지난 8월 감사원에 “(전 전 위원장 같은) 중앙행정기관장도 국가공무원이므로 ‘국가공무원 복무 규정’을 적용받는다”며 “출장이 아닌 경우에는 근무시간 시작 전까지 근무 장소에 도착해야 한다”는 유권해석을 했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이미 공개한 감사 보고서를 ‘직권 재심의’하기로 했다.
감사원은 또 이 감사 보고서의 주심(主審)위원을 맡았던 조은석 감사위원이 전 전 위원장의 비위가 명기된 감사 보고서 최종본의 공개를 방해했다고 판단하고, 조 위원에게 경고를 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감사원은 지난달 조 위원을 직권남용과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검찰에 수사 요청했다.
이에 대해 전 전 위원장은 5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재심의는 ‘판결’(감사원의 기존 판단)을 뒤집으려는 시도”라며 “재심의를 강행할 경우 관련자들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추가 고발하겠다”고 했다. 또 “국회와 감사원은 인사혁신처 해석에 따라, 권익위원장에게 한 것과 똑같은 잣대와 방식으로 다른 고위 공직자들에 대한 근태 감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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