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회생 신청 직전… 수천만원 명품 사고 카드 대출
직장인 A씨는 지난 6월 법원에 ‘개인회생’을 신청했다. 앞으로 3년간 소득으로 빚 일부를 갚을 테니 나머지 빚은 탕감해 달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개인회생 신청을 앞두고 A씨가 사치성 소비에 신용카드를 집중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월 1일 해외 명품 2000만원어치 구입, 2일 온라인 쇼핑몰 600만원 결제, 6일 카드론 대출 300만원…. 이에 앞서 A씨는 법무법인을 찾아가 상담을 받았고 결국 수천만 원의 카드 대금을 연체한 상태에서 개인회생을 신청했다고 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개인회생으로 최대 95%의 빚을 탕감받을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해 고의적으로 법률 상담을 거쳐 사치성 소비를 한 뒤 개인회생을 신청하는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의심 사례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런 경향은 4일 국민의힘 장동혁 의원실이 국내 카드사 3곳 회원 중에 올해 1~8월 개인회생을 신청한 사람들의 카드 사용액을 분석한 자료에서도 확인된다. 개인회생 신청 3~6개월 전 카드 사용액과 1~2개월 전 카드 사용액을 비교하면 개인회생 신청 직전에 사치성 소비가 급증하고 있다.
시계·귀금속·가방·액세서리 등 구매는 월평균 합계 4400만원에서 1억5300만원으로 거의 3.5배로 증가했다. 또 유흥 주점 등 카드 사용액도 1300만원에서 3900만원으로 3배로 커졌다. 미용과 피부 관리에도 500만원을 쓰던 게 2100만원으로 4배 이상으로 늘었다. 또 신용카드로 카드론 대출과 현금서비스를 받은 액수도 각각 1905%, 448% 증가율을 보였다.
개인회생 사건을 담당하는 한 변호사는 “모럴 해저드를 부추기는 온라인 광고도 많다”고 말했다. “최대한 대출받은 뒤 개인회생 신청하라” “최근에 진 도박 빚도 탕감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 ‘꿀팁’이라며 올라와 있다는 것이다.
모럴 해저드를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있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개인회생 신청 직전에 정당한 이유 없이 빚이 크게 늘거나 지출이 갑자기 커지면 법원이 개인회생을 허락하지 않을 수 있다. 지난 1~8월 전국 법원에서 개인회생 신청이 기각된 비율은 9%로 집계됐다.
이에 대해 금융권 관계자는 “법원이 모럴 해저드 의심 사례를 걸러내지 못하거나 금융사가 이의신청을 해도 받아주지 않는 사례가 많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개인 회생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가 늘어날 경우 성실한 채무 상환자에게 박탈감을 주고, 금융사의 부담을 늘려 일반 국민에게도 부담이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장동혁 의원은 “최근 6개월 내에 새로 발생한 채무 원금이 전체 채무 원금의 30% 미만일 경우에만 채무 조정을 해주거나, 금융기관이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를 확인해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 법원이 적극 수용하는 식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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