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유정의 음악 정류장] [101] 개천절과 독립운동 가요
하늘이 열린 날이란 뜻의 개천절(開天節)은 단군을 기리고자 제정한 국경일이다. 1909년에 나철(羅喆)은 구국을 위한 민족 종교 운동의 하나로 대종교를 중흥했고, 단군이 하늘로 올라간 날을 기념하는 ‘어천절(御天節)’과 함께 ‘개천절’을 대제(大祭)로 정했다. 상해임시정부도 음력 10월 3일을 개천절로 경축하였으며, 대한민국 정부를 수립한 1948년에도 개천절 경축 행사를 거행했다. ‘국경일에 관한 법률’에 따라 1949년부터는 양력 10월 3일에 개천절 행사를 열고 있다.
1949년 개천절 행사를 치르고 나서 정부는 광복절, 삼일절 등과 함께 개천절 노래를 공모한다는 기사를 10월 23일 신문에 실었다. 입상작이 없어 전문가에게 작사를 위촉했고, 1950년 4월 29일에 정인보가 작사하고 김성태가 작곡한 ‘개천절 노래’를 제정해 오늘에 이르렀다. “우리가 물이라면 샘이 있고 우리가 나무라면 뿌리가 있다. 이 나라 한아바님은 단군이시니 이 나라 한아바님은 단군이시니” 하는 개천절 노래는 우리의 근원이 오래되었음을 강조해 민족에 대한 자긍심을 일깨우려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지금은 이 노래만 널리 알려져 있으나 광복 이전에 이미 단군이나 개천절 관련 노래가 여럿 있었으며 상당수가 독립운동 가요로도 불렸다. “우리 시조 단군께서 태백산에 강림하샤 나라 집을 창립하여 우리 자손 주시었네”로 시작하는 ‘단군가’와 “즐겁도다 상원갑자 시월 삼일에 태백산 위 단목 아래서 기다리니 거룩하고 인자하신 우리 한배님 천부삼인 가지시고 강림하셨네”의 ‘개천절’이 대표적이다. 각각 외국곡에 노랫말을 붙인 것이다. 이 밖에도 작사자 미상인 ‘어천절가’와 ‘단군기념’, 최남선이 작사한 ‘개천가’ 등이 일제강점기에 단군 신화를 소재로 민족정신을 고취하려 한 노래다.
조선 사람이 처음 생겨난 날인 개천절을 지키지 못하는 현실을 개탄하는 기사가 동아일보 1934년 5월 6일 자에 실리고, 단군의 존재를 부정하는 일부 학자를 비판하는 기사가 조선일보 1935년 10월 29일 자에 실리는 등 1935년까지는 드물더라도 개천절에 관한 언급이 있었다. 하지만 그 뒤부터 해방 전까지는 개천절 관련 기사를 찾아볼 수 없어 일제의 민족문화 말살 정책이 극에 달했음을 알 수 있다.
조선어학회 이사장 장지영(張志暎)은 1948년에 “샘 없는 물이 없고 뿌리 없는 나무가 없나니 조상 없는 후손이 어디 있으리오”라며 근원의 중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 올해는 단기 4356년이다. 자연의 순리대로 살아가며 만물에 이로움을 주는 참된 사람이 되라는 의미의 ‘홍익인간(弘益人間) 이화세계(理化世界)’가 여전히 유효한, 아니 절실한 세상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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