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 42% 커진 공연 시장… 블록버스터 뮤지컬이 쏟아진다

이태훈 기자 2023. 10. 5. 03:0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올해 피날레 장식할 대작들
‘오페라의 유령’에서 2막 도입부의 웅장한 합창과 춤 ‘가면무도회(Masquerade)’는 뮤지컬 무대가 표현할 수 있는 화려한 스펙터클의 극치를 보여준다. 부산에 이어 서울에서 공연 중인 이 뮤지컬은 연말 대구로 간다. /에스앤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이 이달 13일 서울 샤롯데시어터에서 한국 공연 누적 1500회를 돌파한다. 이 뮤지컬은 지난 4월 부산에서 한국 누적 관객 150만명을 넘어섰다. 내한 세 번과 라이선스 세 번, 도합 여섯 번의 프로덕션으로 도달한 숫자다. 부산을 찍고 서울을 달군 이 뮤지컬은 연말 대구로 간다. 8월 개막한 뮤지컬 ‘레베카’는 지난달 17일 공연으로 누적 관객 100만명을 넘어섰다. 2013년 국내 초연 이후 10년, 7번째 시즌 만.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선수’들 면면도 화려하다. 뮤지컬 ‘레미제라블’은 오는 11일 부산 남구 드림씨어터에서 7년 반 만에 세번째 시즌 공연을 개막한다. 역시 서울로 왔다가 대구에서 여정을 마무리할 계획. 뮤지컬 ‘렌트’도 다음 달 11일 서울 삼성동 신한카드 아티움에서 2000년 이후 9번째 시즌의 문을 연다. 폭풍 성장한 공연 시장의 올해 피날레를 화려하게 장식할 대작 뮤지컬들이 속속 무대에 오르고 있다.

뮤지컬 '렌트' 2020년 공연 사진. /신시컴퍼니

◇공연, 코로나 딛고 폭풍 반등

‘거리 두기’ 필수, 공연 중단은 다반사였던 코로나 사태 기간 공연 시장은 치명적 타격을 입었다. 상처가 깊었던 만큼 올해 초부터 시작된 반등의 폭도 컸다. 예술경영지원센터 공연예술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공연 티켓 판매액은 502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2% 늘어났다. 그중 티켓 판매액 2260억원 규모인 뮤지컬의 비율이 절반 가까운 45%에 달한다. 티켓 판매 상위 20위 공연 중에도 ‘베토벤’ ‘물랑루즈’ ‘데스노트’ ‘오페라의 유령’ ‘캣츠’ 등 뮤지컬이 14편이다. 우리 공연 시장에서 뮤지컬의 비중은 절대적이다.

4분기로 접어든 올해 공연 시장에서, ‘레베카’ ‘오페라의 유령’ ‘레미제라블’ ‘렌트’ 등 블록버스터 뮤지컬들은 공연 시장이 반가운 상승세를 이어갈 엔진이 되어줄 전망이다. 우리 관객이 특히 사랑하는 블록버스터 뮤지컬들을 살펴 보면 일정한 패턴이 보인다.

그래픽=김현국

◇①탄탄한 원작

관객을 사로잡는 것은 무엇보다 이야기의 힘. 뮤지컬 ‘레베카’는 영국 작가 대프니 듀 모리에의 동명 소설(1938)과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이 조앤 폰테인과 로런스 올리비에 주연으로 찍은 1946년작 동명 영화가 원작이다. 뮤지컬은 흑백영화의 우아한 분위기를 옮겨오되, 정서적 폭발력이 있는 음악과 대극장의 화려한 무대 효과를 활용해 관객의 몰입을 극대화한다. ‘오페라의 유령’ 역시 지금은 뮤지컬이 더 유명하지만, 20세기 초 프랑스 소설가 가스통 르루가 쓴 동명의 고딕 호러 소설이 원작이다. 뮤지컬 속 간략하게 제시되는 설정이 궁금한 관객들은 지금도 이 소설을 찾는다. 레미제라블의 원작은 프랑스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소설. 뮤지컬 ‘렌트’는 푸치니 오페라 ‘라보엠’이 원작이다. 19세기 말 파리의 결핵을 1990년 뉴욕의 정체불명 바이러스(AIDS)로 치환했지만, 옥탑방에서 살아가는 가난한 예술가들의 이야기인 건 마찬가지다.

그래픽=김현국

◇②압도적 스펙터클

대극장 무대를 꽉 채우는 압도적 볼거리들도 비싼 티켓 값을 치르게 하는 유혹 요인. ‘레베카’의 2막 시작 부분, 일그러진 집착을 가진 댄버스 부인에게 짓눌려 있던 저택의 새 주인 ‘나’가 함께 서 있던 발코니가 빠르게 회전하며 객석을 덮치듯 다가온다. 한국 공연에만 있는 명장면이다. ‘오페라의 유령’에선 웅장한 합창과 군무로 이뤄진 2막 시작 부분의 ‘가면무도회’ 장면을 놓쳐선 안 된다. 다채로운 의상과 조명의 조합으로 뮤지컬이 보여줄 수 있는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스펙터클.

‘레미제라블’에선 1막을 마무리하는 합창 ‘내일이 오면(One day more)’를 인상적이라 꼽는 관객이 많다. 극 중 캐릭터가 거리에서 하나둘 등장하며 저마다의 입장에서 움트는 혁명을 바라보는 장면. 세트 뒤로 각 캐릭터의 미묘한 감정 변화까지 섬세하게 표현하는 영상이 한 순간도 멈추지 않고 흐른다. ‘렌트’에서 모든 출연 배우들이 객석을 향해 선 채 함께 ‘사랑의 계절(Seasons of Love)’를 부르는 부분도 놓칠 수 없는 명장면. 이 뮤지컬은 아프고 팍팍한 삶이어도, 지금 이 순간 당신 앞의 그 사람을 가장 뜨겁게 사랑하라고 노래한다.

애끓는 사랑 이야기는 블록버스터 뮤지컬의 필수 요소. '레베카'의 '댄버스 부인'(옥주현)은 죽은 저택 안주인에게 집착해 극을 파멸로 이끈다. /EMK뮤지컬컴퍼니

◇③애끓는 사랑

감정적 폭발력을 발휘하는 애끓는 사랑 이야기를 담은 것도 공통점. 파멸을 부르는 집착이거나(레베카), 욕망과 순정이 뒤엉키거나(오페라의 유령), 신분의 벽을 넘어 엇갈리다 고귀한 희생으로 연결되기도 하고(레미제라블), 끝없는 비극을 넘어선 희망(렌트)을 말하기도 한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