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도구 예찬, 도구가 문명을 이루었다
벤저민 프랭클린은 '인간은 도구를 만드는 동물'이라고 말했다. 도구 사용은 인간의 위대한 능력이며 창작은 인간의 본성 중 하나다. 도구를 사용하고 뭔가를 만드는 인간을 '호모 파베르'(Homo Faber), 즉 공작인이라고 부른다. 지구상에 현생 인류가 출현한 건 약 20만년 전. 그 오랜 세월 동안 인간은 생존과 편익을 위해, 때로는 즐기기 위해 부단히 무언가를 만들었다. 종이, 나침반, 수레바퀴, 계산기, 화약, 증기기관, 철도, 자동차, 컴퓨터, 인터넷 등 위대한 발명은 인류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았다. 역사의 과정에서 탄생한 무수한 도구와 발명품을 선으로 이으면 그게 바로 인간 문명사가 된다. 이런 도구의 활용이 없었다면 신체적으로 약한 인간은 결코 만물의 영장이 될 수 없었을 것이다.
인간은 도구를 발명하고 도구는 진화한다. 처음부터 완전하지는 않다. 어떤 도구가 처음 발명된 후 시간이 지나면 문제점이 나타나기 마련이고 드러난 단점을 보완·개선하면서 도구는 진화한다. 새 혁신 도구가 나타나면 기존 도구는 폐기된다. 가령 사람과 화물을 실어 나르는 배는 아주 오래된 교통수단이다. 문명의 발상지 이집트에서는 기원전 3000년경 판자로 배를 만들고 돛을 달아 바람을 이용해 이동했다. 이후 그리스인은 노 젓는 배를 만들었고 중세에는 바이킹 배와 범선이 등장했으며 산업혁명 시기에는 증기선이 발명됐다. 에너지원이 석유로 바뀌자 터빈을 석유로 작동하는 여객선과 화물선이 나타났다. 5000년 선박의 역사에서 수많은 종류의 배가 만들어졌다. 선박 외형은 물론이고 에너지원과 작동방식도 변화·발전해왔다. 지금은 첨단기술 덕에 바다 위를 떠서 날아다니는 '위그선'(WIG·Wing In Ground effect craft)이라는 공중부양선이 개발됐다.
인간 문화의 정수라 할 만한 요리에서도 도구를 빼놓을 수 없다. 18세기 영국 작가 제임스 보즈웰은 동물 세계에서 인간에게만 유일한 것으로 '요리'를 꼽았다. 날것을 그냥 먹지 않고 볶고 튀기고 삶아 먹고 게다가 향신료와 양념까지 사용해 요리하는 동물은 인간밖에 없다. 20세기 석학, 프랑스 문화인류학자 클로드 레비스트로스도 '날것과 익힌 것'의 차이는 인간과 다른 동물을 구분 짓는다고 말했다. 신선한 음식재료를 골라서 씻고, 다듬고, 숙성하고, 익혀 먹는 요리는 인간 문화의 최고봉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요리의 사전적 의미는 조리과정을 거쳐 음식을 만드는 것이지만 단순히 익히는 것만 뜻하지는 않는다. 날것을 섭취하면 소화가 어렵고 기생충이나 병원균 감염 위험이 있어 생존을 위해 익혀 먹는 거겠지만 그보다 더 맛있게 먹는 식도락의 기쁨이야말로 보다 중요한 요리의 가치다. 조리과정에서는 다양한 도구가 사용된다. 칼, 도마, 웍, 강판, 믹서, 오븐 등 도구는 조리를 편리하게 해주고 더 맛있는 음식을 맛보게 해준다.
첨단 디지털 시대에는 다양한 디지털 도구를 사용한다. 정보화 혁명을 촉발한 컴퓨터, 초연결사회를 가능케 해주는 인터넷과 모바일, 초지능사회를 견인하는 AI(인공지능) 등은 새로운 첨단도구다. 문화는 자연상태에서 벗어나 일정 목적이나 생활 이상을 실현하고자 사회구성원에 의해 습득·공유·전달되는 행동양식, 생활양식과 그 과정에서 이뤄낸 물질적·정신적 소산을 가리킨다. 도구는 문화와 문명의 핵심이다. 또한 도구와 문화는 불가분의 관계다. 도구를 만들고 사용하는 게 인간의 문화다.
우리는 매일 도구와 함께 산다. 교통도구로 이동하고 통신도구로 연락하고 디지털도구로 일하고 학습한다. 전쟁에도 도구가 사용되고 심지어 폭력배도 연장을 사용한다. 컴퓨터와 챗GPT, 스마트폰 등 문명의 이기를 능숙하게 잘 사용하는 것은 문화적인 삶이다. 역사를 돌아보면 도구와 함께한 시간은 눈부셨다.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도구와 함께한 모든 날이 좋았다.
최연구 (과학문화칼럼니스트·필로 스페이스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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