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프리즘] 탄소중립, 그 최적 경로를 향한 탐구

2023. 10. 5.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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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평균온도 상승 가팔라
기후위기 대응 중요성 커져
대기 개선, 온난화 일부 영향
과학적 진단 통해 해법 모색

비영리 기후 감시 단체인 ‘버클리 어스(Berkeley Earth)’는 2023년이 1850년 이후 1∼8월 지구 평균온도가 가장 높은 해로 이와 같은 경향성은 올해가 끝날 때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했다. 특히 지난 8월 전 지구 평균온도는 1850∼1900년 대비 약 1.68도 높아 지난 170여년 중 가장 더운 달로 기록됐다. 2023년이 아직 세 달이 남아 있긴 하지만 산업혁명 이후 전 지구 평균온도가 가장 높은 해로 기록될 불명예(?)를 얻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 것이다. 특히 현재 열대 중·동태평양에서 발달하고 있는 엘니뇨로 인해 그 가능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엘니뇨는 열대 중·동태평양 지역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아지는 현상으로 엘니뇨가 발생하면 전 지구 평균온도 또한 상승하게 된다.

2015년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모두 참여한 새로운 기후변화 대응 체제인 파리협정의 가장 궁극적인 목표는 산업혁명 이전 대비 지구 평균온도 상승 폭을 2도보다 낮은 1.5도 이내로 억제하자는 것이었다. 최근 세계적 과학잡지인 네이처는 그러나 올해 전 지구 평균온도가 산업혁명 이전 대비 1.5도를 넘을 가능성이 약 55%가 될 수 있다고 기후 예측 모델 결과를 인용해 보도했다.
예상욱 한양대 교수·기후역학
예상보다 너무 빠른 전 지구 평균온도의 산업혁명 이전 대비 1.5도 상승으로 탄소중립에 대한 관심과 중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2019년 기후행동 정상회의와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 등에서 기후위기 대응 행동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탄소중립에 대한 국제사회 논의가 확산되기 시작했으며 현재 우리나라를 포함해서 지난해 11월 기준 전 세계 탄소의 90%를 배출하는 140여개 국가가 2050년 전후의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유일한 그리고 최고의 방안인 탄소중립 달성에 매우 중요한 세 가지 요소가 있는데 기술 개발, 최적 경로 개발 그리고 지속 가능한 성장 방안이 그것이다. 이들 중 최적 경로 개발은 국제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최적의 이행 경로를 개발하는 것으로 탄소중립을 이루는 과정의 매 시점마다 정확한 전략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한 최적 경로 개발 과정에 중요한 이슈들은 무엇이 있을까? 아마도 그중 하나는 탄소중립과 대기 환경의 트레이드오프(trade-off) 관계에 대한 정확한 이해일 것이다. 트레이드오프는 경제학 용어로 완전 고용과 물가 안정의 관계 즉 실업률을 줄이면 물가가 상승하고, 물가를 안정시키면 실업률이 높아진다는 모순적 관계를 이르는 말이다. 최근 기후 과학계에서는 대기 환경 즉 대기질 개선과 탄소중립을 통한 지구 온난화 방지 사이의 트레이드오프 상관성에 대한 다양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특히 동아시아 지역의 경우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대기질 오염 물질 배출량이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지역 중의 하나로 탄소중립과 대기 환경의 상호 작용에 대한 이해가 어느 지역보다 중요하다. 예를 들어 최근 동아시아 지역 평균온도의 상승률은 전 세계 평균온도의 그것보다 빠른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 원인 중의 하나는 중국을 포함하는 동아시아 국가들의 적극적인 대기질 개선이 일정 부분 기여한 것이라고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대기질이 개선되면 대기 중 에어로졸(대기 중에 떠도는 고체 또는 액체의 미세한 입자)의 농도가 낮아진다. 에어로졸 농도가 낮아지면 지면에 입사(入射)되는 태양 복사에너지의 양이 증가하면서 지면 온도가 상승하게 된다. 즉 대기질 개선으로 인한 대기 환경 개선이 오히려 온난화를 강화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한편 탄소중립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로 인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변화는 지구 기후 시스템에 내재되어 있는 대기 순환의 변화를 가져와 대기 환경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탄소중립은 국제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면서 달성되어야 하며 또한 탄소중립 과정에서 국민들의 건강·보건을 포함하는 삶의 질 향상과 직접적인 관련성을 가지고 있는 대기 환경의 문제 또한 동시에 고려돼야 한다. 따라서 탄소중립 과정의 매 시점에서 탄소중립과 대기 환경의 상호작용에 대한 과학적 진단과 이해를 통해 최적 경로가 개발돼야 한다.

예상욱 한양대 교수·기후역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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