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민일보가 만난 사람] 10. 김종환(원주) 제31대 합참의장

남궁창성 2023. 10. 5.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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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70년 혈맹, 한반도 평화·경제성장 밑거름”
40년 군문 지킨 노장 ‘강원성우회’ 맏형
고향 강원도 야전군 지휘 전투력 향상
퇴역 후 원주 대성학원 이사장 후배 양성
건군 75주년 세계 6위 군사력 ‘자랑’
굳건한 동맹 북 미사일 위협 선제 대응
한미일 정상회의 안보협력 기반 구축
홍범도 흉상이전 논란 올바른 역사관 필요
▲ 김종환 예비역 육군 대장이 최근 서울현충원을 찾아 본지와 인터뷰를 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세훈

지난달 26일 아침 건국의 아버지, 호국의 아들이 잠들어 있는 애국(愛國)의 성지(聖地) 국립 서울현충원을 찾았다.

현충원 입구에 들어서자 가을비 속으로 저멀리 현충문과 현충탑이 우뚝하고 호국 영령들의 묘비가 하얗게 반짝였다. 의장대가 지키는 현충문 앞에 올해로 일흔일곱 살을 맞은 노장(老將)이 현충탑을 향해 부동자세로 동상처럼 서 있었다. 국군의 날(10월1일)과 한미동맹 70주년(10월1일)을 앞두고 제31대 합참의장을 지낸 김종환 전 육군 대장을 이날 서울현충원에서 만났다. 이날 오전 서울공항에서는 국군의 날 기념식이 열리고, 이날 오후 서울 도심에서는 육·해·공군, 해병대, 미군 장병들의 시가행진이 10년 만에 다시 펼쳐졌다.

40년간 군문(軍門)을 지킨 노장에게 소감을 물었다.

“올해로 건군 75주년을 맞은 국군은 세계 6위의 군사력을 자랑한다. 감회가 남다르다. 70주년을 맞은 한미동맹은 역사적으로 가장 오래되고 세계가 부러워하는 피로 맺은 혈맹(血盟)이다. 그 토대 위에서 우리는 6·25 전쟁의 잿더미에서 세계 10대 경제강국으로 성장했다.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하는 나라가 된 것이다. 기적의 역사에 국군이 있었고 한미동맹이 있었다. 자랑스럽다.”

김종환 장군의 한미동맹에 대한 평가는 이어졌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5일 발표한 여론조사는 우리 국민 10명 중 9명(91.6%)이 “한미동맹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절반 이상(53.7%)은 “한미동맹을 지속적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답했다.

“한미연합전력은 70년 동안 북한의 수많은 도발에도 불구하고 한반도에서 전쟁을 억제하는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해왔다. 덕분에 국민들은 안정적으로 경제활동을 할 수 있었다. 경제와 안보는 동전의 양면이다. 앞으로도 한미동맹은 한반도에서 전쟁을 억제하고 경제발전과 영원한 평화를 보장하는 최고의 수단이 될 것이다.”

인터뷰 화제는 자연스럽게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 및 점증하고 있는 실존적인 핵 위협으로 옮겨갔다.

“한미동맹 체제에서 우리 스스로 핵을 개발해 보유하는 것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비하는 최고의 방책이다. 우리는 지금 당장 핵 개발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충분히 갖고 있다. 그러나 물리적으로 절대 불가능하다. 국제사회는 지구촌 어떤 국가도 더 이상의 핵 개발을 용인하지 않는다. 비(非) 공식적인 핵 개발도 국제사회로부터 각종 제재를 초래해 불가능하다. 지난 4월26일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을 갖고 ‘워싱턴 선언’을 통해 미국의 핵 우산, 즉 핵 확장억제 제공을 재확인했다. 굳건한 한미동맹으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선제적으로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본다.”

김종환 장군은 지난 8월 윤석열 대통령, 조 바이든 미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강화되고 있는 3국간 안보협력에 대해서도 평가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 및 중국·러시아의 방조가 한미일 안보·경제협력 강화의 계기가 됐다고 해석했다.

“북한, 중국, 러시아는 냉전시대부터 군사협력을 강화하면서 오히려 한국, 미국, 일본에 도전해온 전체주의 국가들이다. 지난 8월18일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는 한미일 공조체제를 확립해 경제와 안보 블록을 구축하고 중국과 북한의 위협에 대비하는 원칙과 정신을 천명했다. 한미일 정상들이 다자 외교무대가 아니라 단독으로 정상회의를 갖고 한미일 협력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본다. 세 정상은 향후 한미일 협력의 지속력 있는 지침이 될 캠프 데이비드 원칙(Principles)에 합의했다. 동시에 한미일 협력 비전과 그 이행 방안을 담은 문서인 ‘캠프 데이비드 정신(Spirit)’도 마련했다. 한미일 정상들은 3국 협력의 안정적인 발전을 위해 다양한 수준과 분야에서 3국 협력의 제도적 기반을 구축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특히 3국 공동의 이해를 위협하는 역내 긴급한 현안이 발생할 경우 신속하게 협의하고, 대응하기 위한 소통 채널을 수립한 것은 정말 군사 안보적으로 매우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결론적으로 북·중·러 군사 위협이 오히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한미일 경제·안보협력을 강화하는 계기를 만들어 준 셈이라고 생각한다.”

노장에게 육군사관학교 홍범도 장군 흉상이전 논란에 대해 물었다.

“역사는 왜곡되어서는 안된다. 또 왜곡된 역사는 계속해 지속될 수도 없다. 흉상이전 논란은 이념대립이 아니라 역사를 왜곡한 사건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귀중한 교훈이다. 올바른 역사관을 기준으로 판단해서 처리하면 쉽게 해결할 수 있다.”

김종환 장군은 임관후 육군 7사단장, 5군단장, 1군 사령관 등으로 복무하며 오랜 시간 고향 강원도에서 야전군을 지휘했다.

“고향에서 사단장, 군단장, 군사령관으로 복무하며 전선의 최일선을 지키고 합참의장까지 역임했다. 내 생애 최고의 행운이다. 일선 부대를 지휘하면서 항상 지역경제 활성화, 화천 비목문화제 성공 개최, 태풍 ‘루사’ 피해복구 지원 등 강원도민들과 함께하면서 우리 군의 전투력을 크게 향상 시켰다. 원주가 고향이라고 하면 안되는 일이 없었다. 인심 좋은 강원도민 여러분들에게 거듭 감사 인사를 드린다.”

김종환 장군은 현재 강원도 출신 예비역 장성 모임인 ‘강원성우회’에서도 원로로서 맏형 역할을 하고 있다.

“접경지역의 중요성을 감안해 강원성우회는 강원도 출신 육·해·공군과 해병대 예비역 장성 200여 명이 참여해 활동하고 있다. 전국에서 유일한 도단위 성우회 조직으로, 고향의 지역경제와 안보증진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강원성우회 회원인 한기호 국회 국방위원장도 중책을 잘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우리 강원성우회는 예비역 장교 출신으로 구성된 대한민국 예비역 장교 연합회 강원도지회와도 협력해 고향발전에 앞장서고 있다.”

김종환 장군에게 고향 원주 이야기를 청했다.

“원주 대성고를 다녔다. 3학년 재학중 선생님들이 교무실로 불러 육군사관학교 진학을 권유했다. 당시는 학교마다 재학생의 육사 진학이 학교 명예에 중요했던 시절이다. 개인적으로는 의대에 진학해 의사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시험만 보기로 했는데 결국 육사에 합격했고 임관해 4성 장군으로 합참의장까지 지냈다. 운명으로 알고 항상 감사하고 있다. 퇴역 후에는 2020년 4월부터 모교인 원주 대성중·고교를 운영하는 대성학원 이사장으로 봉사하고 있다. 매주 한 번씩 고향을 찾아 후배들이 국가관, 애국심, 인성을 갖춘 훌륭한 인재로 자랄 수 있도록 힘을 보태고 있다. 은사님들도 뵙고 친지와 친구들도 만나 너무 좋다.”

노장은 일흔일곱 희수(喜壽)가 무색하게 건강하고 40대와 같은 얼굴과 목소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 비결이 궁금했다.

“아직 복용하는 약이 하나도 없다. 이 나이에 흔히 나타나는 당뇨도 없고 혈압도 정상이다. 군에 있으면서 산을 많이 다녀 이제 산은 안 간다. 주로 생활 속에서 운동을 한다. 평소 많이 걷는다. 오늘도 집이 현충원 근처여서 걸어올까 했는데 비가 내려 운전을 하고 왔다. 평생 욕심 없이 살아왔다. 마음이 평안하니 몸도 건강하다.”

김종환 장군은 1시간여 동안 이어진 인터뷰를 마치며 빗속에 기자를 현충탑 옆 사병묘역으로 안내했다. 수많은 호국 영령들이 잠든 묘역을 둘러보던 노장은 걸음을 멈추더니 묘비에 새겨진 ‘육군 상병 정인학’의 이름을 부르며 그에게 우산을 씌웠다. 노장의 굽은 어깨 넘어 저만치 보이는 현충탑에 새겨진 현충시가 눈에 들어왔다.

‘여기는 민족의 얼이 서린 곳/조국과 함께 영원히 가는 이들/해와 달이 이 언덕을 보호하리라.’

 

 

▲ 김종환 예비역 육군 대장이 최근 빗속에 서울현충원 사병 묘역을 찾아 정인학 육군 상병의 묘비에 우산을 씌우고 있다. 이세훈

◆ 김종환 제31대 합참의장은?

1946년 원주에서 태어났다. 원주 대성고와 육군사관학교(제25기)를 졸업했다. 경남대대학원 정치학 박사. 임관후 1군단 참모장, 7사단장, 5군단장을 거쳐 1999년부터 2001년까지 국방부 정책보좌관, 2001년부터 2년간 1군 사령관을 역임했다. 2003년 제31대 합참의장에 취임해 2년간 육·해·공군 작전부대의 작전 지휘 및 감독을 총괄하고 2005년 퇴역했다. 2020년부터 원주 대성 중·고교를 경영하는 대성학원 이사장으로 봉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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