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2030은 소맥·와인보다 ‘이 술’…“맛도 좋은데 배달도 되네?”

MZ세대 사로잡은 전통주 돌풍
한식 맡김차림에 전통주 페어링해주고
전통주 배달해주는 ‘정기구독 서비스’도

지평주조 한식 맡김차림(오카마세) 식당 ‘푼주’에서 메뉴와 함께 올려진 프리미엄 막걸리 ‘푼주’ 시리즈 송순주 <사진=지평주조>

와인과 위스키에 이어 전통주가 뜨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커진 프리미엄 주류에 대한 관심이 20~30대 젊은층을 필두로 약주·탁주·증류주 등의 전통주로 넓어지는 모양새다.

한식 맡김차림(오마카세)에 전통주를 ‘페어링(어울리는 술과 음식을 맞춰 먹는 것)’하는 식당도 인기다. 기존의 고가 일식 맡김차림 유행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한식으로 흐름이 넘어가는 것이다. 젊은층에서는 아예 전통주를 정기구독해 집에서 주기적으로 받아보는 서비스도 인기를 얻고 있다.

국세청 통계에 따르면 2010년 433억원 규모에서 매년 횡보하던 전통주 시장 규모는 2021년 941억원, 지난해 1629억원으로 최근 3~4년 사이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다. 전체 주류시장 매출에서 보면 비중은 미미하지만 업계에서는 가파른 성장세에 주목하고 사업화를 도입하고 있다.

전통주와 함께하는 한식당으로는 탁주(막걸리) 제조업체인 지평주조가 지난해 문을 연 ‘푼주’가 대표적이다. 지평주조는 지난해 4월 서울 송파구 문정동에 푼주를 열고 자사의 프리미엄 전통주를 한식에 곁들여 선보이고 있다. 김세진 셰프가 총괄하는 푼주에서는 한국식 식재료와 조리법을 접목한 코스요리가 그에 어울리는 전통주와 함께 제공된다.

푼주라는 이름은 옛날 사대부 또는 왕실에서 식음을 담던 전통 식기에서 따왔다. 프리미엄 전통주라는 콘셉트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곳의 수저와 잔, 그릇 등은 리움미술관과 협업해 전통공예작가 전상근의 작품을 사용하고 있다. 각 술에 어울리는 모양의 술잔부터 달걀찜 요리에는 깨진 달걀을 형상화한 전용 그릇을 사용하는 식이다. 지평주조 측은 “(한식당 푼주는) 우리 술과 음식, 문화의 페어링 품질을 높여 한국 술 문화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기획됐다”며 “고급화된 한국 술 문화 플랫폼을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식당 이름인 푼주는 동시에 지평주조가 내놓는 프리미엄 막걸리 브랜드의 명칭이기도 하다. 지평주조는 지난해 8월 석탄주·부의주·백화주 3종을 시작으로 푼주를 본격 출시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송순주’를 추가로 내놓으며 제품군을 다각화하고 있다. 선조들의 막걸리 주조 방식에 현대적 제조공법을 접목해 재료에서 오는 자연 감미와 감칠만을 느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석탄주’는 “향과 맛이 너무 좋아 입에 머금고 차마 삼키기 아까워 탄식한다”는 의미를 담은 술이다. 가벼우면서 자연스러운 탄산감이 식사 전이나 도중에 입 안을 정리하기에 좋다. 알코올 도수는 일반 막걸리보다 2배가량 높은 12도다. ‘부의주’는 발효할 때 떠오르는 찹쌀의 모습, 음식과 어우러지는 술의 느낌이 ‘하늘에 뜬 구름’과 같다는 뜻에서 이름 지어졌다. 알코올 도수는 8.5도이며, 목넘김이 부드럽고 옅은 단맛으로 대부분의 요리에 잘 어우러진다. 마찬가지로 알코올 도수 8.5도인 백화주는 이름처럼 꽃향기가 인상적인 술이다. 풍성한 단맛 때문에 술만 따로 마시거나, 디저트와 함께 마시기 적합하다. 막걸리에 거부감을 느끼는 이들이 쉽게 입문하기 좋은 술이다.

새로 출시된 송순주는 “이른 봄에 새로 자란 소나무의 새순을 이용한다”는 의미에서 비롯됐다. 강원도 찹쌀을 주원료로 멥쌀, 생강, 소나무 순을 사용해 푼주 시리즈 중에서도 한국적인 정취가 두드러진다. 알코올 도수는 11도로 막걸리 치고는 높은 편이지만, 부드러운 풍미 때문에 식사 중 반주로 어울린다. 360㎖ 용량에 가격은 3만9000원으로 다소 높은 편이다.

지평주조 측은 송순주를 필두로 새로운 종류의 푼주 시리즈를 매달 연이어 출시할 예정이다. 때문에 새 막걸리를 내놓으면서 백화주 등 기존의 품목은 생산을 중단하고, 소비자 반응 등을 고려해 생산 제품군을 선별할 방침이다. 푼주 시리즈는 지금까지 한식당 푼주와 용산구 이태원 경리단길의 레스토랑 ‘초승달’ 두 곳에서만 판매했다. 각 제품별로 한정된 생산량과 프리미엄 제품군으로서의 희소성을 고려한 선택이지만, 접근성이 지나치게 떨어진다는 지적이 이어져왔다. 지평주조 관계자는 “앞으로 고급 레스토랑 등으로 유통 채널을 확대해 판매량을 늘릴 예정”이라며 “소비자들의 반응에 따라 전국 유통 및 대중화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식 퓨전 요리와 함께 전통주를 판매하는 리파인 압구정로데오점. [사진 출처=리파인 압구정로데오점 SNS]

이외에도 전통주를 전문으로 다루는 식당은 곳곳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한식을 적용한 퓨전 요리에 10여종 이상의 전통주를 함께 판매하는 프랜차이즈 ‘리파인’이 대표적이다. 이곳에서는 전통주가 낯선 이들을 위해 3~4종을 골라 시음해보고 골라서 주문할 수 있다. 서울 성수동과 압구정, 망원동, 연남동, 문래동 등 젊은 세대가 자주 찾는 지역을 중심으로 포진해 인기를 끌고 있다.

아예 집에서 손쉽게 전통주를 주문해 마시는 서비스도 인기를 끌고 있다. 온라인 판매가 금지된 다른 주류 품목들과 달리 전통주는 2017년부터 일반 인터넷 쇼핑몰에서도 구입이 가능하다. 주세 감면 혜택도 있다.전통주 보호를 위해서다. 법적인 의미에서의 전통주는 법적으로 인정된 농업경영체와 생산자단체가 직접 생산하거나, 제조장 소재지 및 인접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주원료로 하는 술을 뜻한다. 국가무형문화재, 시도무형문화재 보유자, 식품명인 등이 만든 민속주도 포함된다.

‘술담화’라는 서비스는 한 달에 3만9000원을 내면 매달 한 번씩 전통주 3병을 집으로 배송받을 수 있다. 단순히 술만 배달되는 것이 아니라 원재료나 각 술의 제조과정, 향미, 어울리는 음식, 추천 잔, 보관방법까지 설명자료로 함께 받아볼 수 있다. 술담화 서비스를 이용하는 20대 직장인 구 모씨는 “다양한 종류의 술에 관심이 있는데, 전통주는 생소하기도 하고 오프라인에서 살 곳이 많지 않은데 구독으로 접할 수 있어 편리하다”며 “매달 3병씩 설명을 읽으며 마시다보니 전통주 자체에 애착도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