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사장의 소신발언…“전기료 26원 안올리면 붕괴”

이진한 기자(mystic2j@mk.co.kr) 2023. 10. 4. 23:09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4인가구 月 8000원 인상 수준
연료비연동제 미인상분 요구
‘상상할 수 없는 규모’ 쇄신안
이달 중 발표해 인상동력 확보
서울 시내의 주택 전력량계 [사진=연합뉴스]
올 상반기 기준 200조원이 넘는 누적부채에 시달리고 있는 한국전력이 추가 전기요금 인상을 예고했다. 전력 생태계 붕괴를 막기 위해선 전기요금을 1㎾h(킬로와트시)당 최소 25.9원 인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4인 가구 평균 전력사용량(304㎾h)을 기준으로 했을 때 월 8000원 가량이 오르는 셈이다.

4일 김동철 신임 한국전력 사장은 세종시에서 첫 기자 간담회를 열고 “발전 원가는 대폭 상승했는데 전기요금에 반영되지 않다 보니 한전 누적적자는 47조원이 넘은 상태”라며 “전기요금이 인상되지 않고서는 한전 재무 상황은 악화할 수밖에 없고, 언젠가 회사채를 비롯해 차입에도 한계에 부닥칠 것”이라고 빍혔다. 이어 “그렇게 되면 전력 생태계도 결국 붕괴될 수밖에 없다”며 “전기요금은 올리지 않는다고 해서 안 올려도 되는 게 아니고 결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한전의 누적적자 해소를 위해 ㎾h당 51.6원 인상이 필요하다는 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1~2분기 인상분은 ㎾h당 21.1원에 그쳤다. 이 중 기준연료비 인상분은 ㎾h당 19.4원이다. 한전 측은 기준연료비 기준 연내 미인상분인 ㎾h당 25.9원을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사장은 “정부의 국정운영에 있어서 여러 고려사항이 있기에 정부 측에서 판단하겠지만 정부가 당초 연료비연동제를 2021년 시행하면서 약속대로 이행한다면 올해 기준연료비를 ㎾h당 45.3원 인상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기요금 인상이 물가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김 사장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언급했지만 전기요금을 안 올려서 물가에 부담을 덜 주는 것이 아니다”며 “전기요금이 정상화하지 않으면 에너지 과소비가 일어나고 더 많은 에너지 수입를 수입하면 국제수지에 부담을 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역마진 구조로) 한전이 차입을 위해 회사채를 늘리면 사채 시장에도 교란을 일으켜 결국 물가와 금리인상 압박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고 강했다.

다만 전기요금 조정을 위한 선행 조건으로 한전 내부의 고강도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제기된 만큼 향후 추가 자구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한전은 지난해 8월 비상 경영을 선포하고 자산 매각, 비용 절감 등 25조7000억원의 재무구조 개선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지난 5월에는 △남서울본부 매각 △아트센터 3개층 임대 △조직·인력 효율화 △임금인상분 반납 등을 골자로 한 추가 자구대책을 발표했다.

김동철 신임 한국전력 사장 2023.10.4 [사진=한국전력]
김 사장은 “자산매각 등 일부 부진 분야는 계약조건 완화 등 추진전략을 구체화해 연내 목표달성을 추진할 것”이라며 “앞으로 2~3주 내 발표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전의 이번 자구노력은 조직규모 축소, 인력효율화를 넘어서는 역대 가장 강한 강도가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전기요금 결정 구조가 정치권 등 외풍에 취약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공감하는 뜻을 밝혔다. 원가 변경 요소를 중립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요금 결정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 사장은 “금융통화위원회가 시장상황을 감안해 기준금리를 정하는데 금리가 인상되도 정부 탓을 하지 않는다”며 “전기요금도 독립된 기관에서 연료비 원가에 연동해서 하는 것이 어떤 정부가 됐든 국정운영의 부담도 덜고 국민 수용성도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또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 첨단산업의 성공은 ‘수도권 대규모 전력공급’ 특단대책 마련이 핵심”이라며 “신규 원전과 재생에너지 수용 등 국가 에너지 믹스의 이행을 위해 전력망의 대폭 확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