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시간 노동 ‘특례업종’…노동부는 ‘방관’
택시·항만하역 등 5개 업종
사실상 근무시간 무제한 가능
근로감독 손놓은 노동부는
이주노동자로 채우려고 해
윤건영 의원 “근로감독해야”
고용노동부가 2018년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근로시간 특례업종이 5개로 축소된 이후 특례업종에 초점을 둔 근로감독을 한 번도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근로시간 특례업종(근로기준법 59조)은 사용자가 근로자 대표와 서면합의를 하면 근로시간을 사실상 무제한으로 늘릴 수 있어 장시간 노동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돼왔다.
노동부는 4일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서 “특례업종 5개만을 대상으로 근로감독을 실시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앞서 국회는 근로시간 특례업종이던 버스 기사의 졸음운전으로 인한 사고가 잇따르자 2018년 3월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특례업종 수를 26개에서 5개로 축소했다. 특례가 유지된 5개 업종은 육상운송업(노선여객자동차 제외)·수상운송업·항공운송업·기타 운송 관련 서비스업·보건업이다. 이들 5개 업종엔 노동자 100만명 이상이 종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아울러 특례업종에서는 근로일 간 11시간 연속휴식을 보장하도록 했다.
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가 2019년 8월 노동부에 제출한 ‘특례업종 실태조사 및 제도개선 방안 연구’ 보고서를 보면, 택시·항만하역 등의 업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11시간 연속휴식을 보장받지 못한 사례가 있었다. 특히 노사가 특례적용에 합의한 택시사업장 중 11시간 연속휴식이 보장되지 않는 곳은 71.1%에 달했다. 또 노사 서면합의 없이 근로시간 특례를 활용하는 택시사업장도 있었다.
근로시간 특례업종으로 존치된 5개 업종 중 일부에서 근로기준법 위반이 있다는 점이 지적됐는데도 노동부는 5개 업종에 대한 근로감독을 집중적으로 실시하지 않았다. 노동부는 5개 업종 전체에 대한 근로감독은 하지 않았지만 기타 운송 관련 서비스업에 대해선 점검을 했다고 설명했다.
노동부는 “2021년 야간근로 취약사업장 근로감독 시 특례업종인 ‘기타 운송관련 서비스업(운수·창고업)’ 사업장에 대해 연속 휴식시간 점검을 했다. 운수·창고업 6개소에서 일부 노동자에게 11시간 연속 휴식시간을 부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노동부는 근로시간 특례업종을 추가로 축소하는 것에 대해선 “특례업종 추가 조정은 해당 업종 노사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노사 간 견해도 다를 수 있어 공감대 형성 및 논의가 충분히 이뤄져야 하는 사안”이라며 선을 그었다.
노동계는 최근 정부가 ‘빈 일자리’를 채우기 위해 저임금, 장시간 노동이 만연한 근로시간 특례업종을 규제하기보다 이주노동자 공급이라는 손쉬운 방법을 선택했다고 지적한다. 노동부는 지난 8월24일 발표한 ‘노동시장 활력 제고를 위한 킬러규제 혁파방안’에서 근로시간 특례업종인 택배업과 공항 지상조업 상·하차 직종도 E-9(비전문취업) 비자 이주노동자 사용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윤건영 의원은 “노동부는 지난 3월 입법예고 뒤 ‘주 69시간’ 논란으로 역풍을 맞은 근로시간 제도 개편 추진을 중단하고, 근로시간 특례업종에 대한 전면적 근로감독부터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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