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영정 끌어안고 디엘이앤씨 본사 앞에 선 엄마 “우리 애가 왜…”
중대재해 사망 강보경씨 유족
시민단체와 함께 대책위 발족
재해 근절 대책과 사과 촉구
아들을 잃은 어머니는 유난히 길었던 명절을 눈물로 지새웠다. “우리 아기 어디 갔나….” 이숙련씨(70)는 아침저녁으로 읊조렸다고 했다. “추석을 영영 빼앗겨버렸다”는 이씨와 그의 딸 강지선씨(33)는 4일 검은 상복을 입고 서울 종로구 DL이앤씨(디엘이앤씨·옛 대림산업) 본사 건물 앞에 섰다. 노모는 환하게 웃고 있는 아들의 영정을 끌어안고 눈물을 흘렸다.
이씨의 아들이자 지선씨의 동생인 고 강보경씨(29)는 지난 8월11일 세상을 떠났다. 하도급업체 KCC 소속 일용직으로 일하던 고인은 디엘이앤씨의 부산 연제구 신축 아파트 6층에서 창호 교체작업을 하다가 20m 아래로 추락했다. 강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사망했다. 7월부터 근무를 시작했던 강씨가 창호 보수작업에 투입된 것은 사고 당일이 첫날이었다고 한다. 현장에 추락 방지 고리·안전망 등 안전장치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유가족들은 중대재해에 대한 고용노동부와 검찰의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고, 사고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 노동·시민사회 단체도 힘을 보탰다. 중대재해 없는 세상 만들기 운동본부 등으로 구성된 ‘디엘이앤씨 중대재해 근절 및 고 강보경 일용직 하청노동자 사망 시민대책위원회’는 이날 오전 유가족들과 디엘이앤씨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발족을 선포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난해 1월 이후 디엘이앤씨 공사현장에선 중대재해만 7건이 발생해 강씨를 포함한 8명이 숨졌다. 강씨의 누나 지선씨는 “배운 것도 가진 것도 없는 사람이지만, 이 회사의 작업장이 안전하지 않다는 것만은 알겠다”며 “동생 이후 8번째, 9번째 사고가 또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했다. 유관기관의 수사가 진행 중이지만 노동자 8명이 숨지는 동안 디엘이앤씨 대표이사가 검찰에 송치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유가족들에게 청천벽력 같았을 사망 소식 이후 강씨의 죽음에 대해 알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었다. 지선씨는 사고 다음날 현장 관리자들과 함께 사고 현장 답사를 갔지만 동생이 작업했던 6층 거실은 잠금장치가 걸려 있어 들어갈 수 없었고, 사진 촬영도 제지당했다고 했다.
유가족과 시민대책위는 디엘이앤씨에 중대재해 발생을 막기 위한 근본 대책을 수립하라고 요구했다. DL그룹과 디엘이앤씨 대표에게는 유가족에게 공개 사과할 것을 촉구했다. 지선씨는 “장례식 이후 두 달이 되도록 그 누구에게도 죄송하다는 말을 들을 수 없었다”고 했다.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대통령실 “김 여사, 다음 순방 동행 않기로”…이후 동행 여부는 그때 가서 결정
- 명태균 “청와대 가면 뒈진다고 했다”…김건희에게 대통령실 이전 조언 정황
- 김예지, 활동 중단 원인은 쏟아진 ‘악플’ 때문이었다
- 유승민 “역시 ‘상남자’···사과·쇄신 기대했는데 ‘자기 여자’ 비호 바빴다”
- [제주 어선침몰]생존자 “그물 들어올리다 배가 순식간에 넘어갔다”
- [트럼프 2기] 한국의 ‘4B’ 운동이 뭐기에···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서 관심 급증
- ‘프로포폴 불법 투여’ 강남 병원장 검찰 송치···아내도 ‘중독 사망’
- 서울대 외벽 탄 ‘장발장’···그는 12년간 세상에 없는 사람이었다
- 주말 서울 도심 대규모 집회…“교통정보 미리 확인하세요”
- 조훈현·이창호도 나섰지만···‘세계 유일’ 바둑학과 폐지 수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