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IP 2개가 1989만번 클릭…‘암호화’ 사용자 추적 어려워
대부분 네덜란드·일본 IP
로그인·횟수 제한도 없어
4강전 우즈벡도 96% ‘광클’
포털사이트 다음의 항저우 아시안게임 축구 한·중전 응원 페이지에 중국을 지지하는 조직적 대규모 ‘클릭응원’이 이뤄졌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단 2개의 해외 인터넷주소(IP)에서의 클릭이 2000만건에 육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누가 조작에 가담했는지 추적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워 정치적 논란만 증폭될 가능성도 크다.
지난 1일 열린 아시안게임 한·중 남자축구 8강전 당시 다음의 클릭응원 페이지에서 중국 응원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이 논란의 발단이다. 4일 다음을 운영하는 카카오에 따르면 약 3130만건의 클릭응원 가운데 한국 응원은 6.8%(211만건)에 그친 반면, 중국은 93.2%(2919만건)로 압도적이었다. 국내 포털에서 일방적 중국 응원이 드러나자 여권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클릭응원에 참여한 것으로 확인된 IP는 총 5591개이며, 이 IP들은 총 2294만건의 클릭을 했다. 이 중 국내 IP가 5318개(95%)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해외 IP는 나머지 273개(5%)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 해외 IP가 만들어낸 응원 숫자는 무려 1993만건(86.9%)에 달했다.
특히 그중 단 2개의 해외 IP가 1989만건으로 절대다수를 차지해 의혹을 키웠다. 이 2개 IP 클릭은 경기가 끝난 지난 2일 0시30분쯤부터 이뤄졌다. 지역 비중은 네덜란드 79.4%(1539만건), 일본 20.6%(449만건)로 나타났다. 가상사설망(VPN)으로 우회 IP를 사용한 국가들로 추정된다.
다음은 클릭응원 제도를 2015년 처음 내놓았다. 횟수 제한을 두지 않고 있어 한 사람이 수백, 수천 건 응원을 할 수 있다. 로그인을 하지 않아도 돼 매크로(자동화 프로그램)를 사용한 응원수 조작에 취약한 구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당일 같은 경기에서 네이버가 실시한 ‘터치응원’에서는 한국을 응원한 비율이 94%, 중국은 6%로 정반대였다. 네이버의 해당 페이지는 로그인이 필수다.
카카오 측은 “경기 도중 마음이 바뀌면 상대편을 누를 수도 있게 하는 등 로그인이라는 허들(장벽)을 낮춘 하나의 재미 요소로 도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측 조작으로 단정짓기에는 이르다는 반론도 적잖다. 다음이 국내 서비스이기는 하지만 국가 대항 경기에서 무조건 한국팀 응원 비율이 높게 나타나지는 않는다. 지난달 28일 한국 대 키르기스스탄 축구경기에서는 한때 키르기스스탄 응원 비율이 85%에 달했으며, 지난해 9월 카메룬과 벌인 남자축구 A매치 평가전에서도 카메룬 측 응원 비율이 83%로 더 높게 나타난 적이 있다. 4일 우즈베키스탄과의 남자축구 4강전 응원 비율도 지난 2일 기준 우즈베키스탄 96%, 한국 4%로 나타났다.
논란이 확산되자 카카오는 지난 2일 해당 서비스부터 중단했다. 그러면서 “서비스 취지를 훼손시키는 중대한 업무방해 행위로 간주,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확히 누가 클릭수 조작에 가담했는지 실체를 밝혀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VPN을 사용해 제3국으로 우회한 경우, 실제 사용자를 추적하기 위해서는 VPN 업체와 해당국 인터넷서비스제공자(ISP) 등의 협조를 얻어야 한다. 협조를 얻더라도 IP가 암호화돼 근원지를 밝혀내는 일은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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