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기사 댓글과 결 다른 클릭응원에 ‘북 선거개입’ 들먹

정대연 기자 2023. 10. 4.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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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여당, ‘다음 중국 응원 조작’ 빌미 포털 길들이기
무제한 클릭 가능한 응원
‘제한적 글’ 댓글 성격 달라
조작 증거도 없이 몰아가기
경기 종료 후 비정상 증가에
IT 업계선 ‘해프닝’에 무게

정부·여당이 또다시 ‘포털 때려잡기’에 나섰다. 이번엔 지난 1일 치러진 한국과 중국 간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8강전이 끝난 뒤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중국에 대한 ‘클릭응원’ 수가 한국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던 것을 문제 삼았다.

로그인하지 않고 횟수 제한 없이 참여할 수 있는 클릭응원은 로그인해 제한적으로 달 수 있는 기사 댓글과는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그럼에도 여권은 중국과 북한이 선거개입, 여론조작을 벌일 수 있다는 식으로 몰아가고 있다. 이번 사건과 무관한 네이버까지 싸잡아 때리기 대상에 올랐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여권의 포털 길들이기가 노골화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번 중국에 대한 클릭응원이 조직적인 조작이란 증거는 없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중국에 대한 클릭응원 수가 경기 중이 아닌 경기 종료 후 비정상적으로 증가한 것 등을 근거로 이번 일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다기보다는 국내 몇몇 젊은층이 벌인 해프닝일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한 IT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자신이 매크로 프로그램으로 이 같은 ‘장난’을 쳤다고 주장하는 사람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그런데도 정부·여당은 대통령실·국무총리까지 나서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과 연관지어 포털 때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여당 간사인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선거기간에 민감한 정치뉴스에 이 조작행위가 동일하게 자행될 수 있는데도 네이버, 다음만 수수방관 중”이라며 검찰, 경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 등이 나서 “여론조작 세력”을 엄단할 것을 촉구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1월 자신이 대표발의한 댓글 국적표기법안의 정기국회 처리와 국가정보원의 점검 등을 촉구하며 “다음이 여론조작의 숙주 역할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이달 국정감사에서 포털 관계자들에 대한 증인 채택을 추진 중이다. 국민의힘은 중국이나 북한이 개입한 사실이 전혀 밝혀진 바 없는데도 ‘차이나 게이트’란 용어를 써가며 “중국과 북한의 온라인 여론조작 시도가 가시화된 것 아니냐”고까지 주장했다.

윤석열 정부의 포털 때려잡기 시도는 계속돼왔다. 최근에는 뉴스타파의 ‘김만배 조작 인터뷰 의혹’을 계기로 포털이 ‘가짜뉴스 유통의 숙주’라며 직접 책임이 없는 포털을 때렸다. 국민의힘이 구성·운영 방식을 집중 공격한 이후 포털 뉴스 제휴 심사를 담당하는 자율기구인 뉴스제휴평가위원회가 지난 4월 활동을 잠정 중단했다. 국민의힘의 문제 제기에 방통위는 포털 알고리즘 편향성 실태 점검을 진행 중이다. 문화체육관광부도 ‘가짜뉴스 퇴치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포털 알고리즘 투명성 확보 등 개선책을 논의 중이다.

국민의힘은 포털 기사 배열 방식과 알고리즘, 책임자를 공개하도록 하는 법안, 포털 기사 배열을 심의하는 별도 위원회를 두도록 하는 법안, 포털을 언론으로 규정하는 법안 등 포털 뉴스 서비스 규제 법안을 잇따라 발의했다. 한 IT 업계 관계자는 “정치권 압박에 포털 기사를 통한 여론조작 가능성은 이미 사실상 차단됐다”며 “총선을 앞두고 포털을 길들이려는 의도가 뻔히 보인다”고 말했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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