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톡 vs 변협’ 8년간 공방 사실상 마침표…혁신의 문 열리나
[IT동아 김동진 기자] 변호사 광고 플랫폼 ‘로톡’을 두고 무려 8년간 이어진 대한변호사협회(이하 대한변협)와 플랫폼 제작사 로앤컴퍼니 간 공방이 사실상 마침표를 찍었다. 법무부가 최근 변호사징계위원회(이하 징계위)를 열어 로톡 가입 변호사 123인에 대한 대한변협의 징계 처분을 모두 취소했기 때문이다. 대한변협은 “유감”이라면서도, 로톡 영업 방식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징계위 의견을 근거로 징계의 정당성이 인정됐다며 추가 대응을 시사했다. 반면 로앤컴퍼니는 법무부의 징계 처분 취소로 “족쇄를 벗었다”며 “로톡을 앞세워 3~4년 내 리걸테크 유니콘이 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8년간 이어진 공방...굳게 닫힌 혁신의 문
변호사 광고 플랫폼 로톡을 개발한 로앤컴퍼니는 리걸테크 기업이다. 리걸테크는 법률(Legal)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법률적인 문제 해결을 돕기 위해 등장했다. 리걸테크 기업들은 근로계약서 위험조항 분석과 변호사 광고 등에 AI 기술을 적용해 다수가 법률서비스를 합리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진입 문턱을 낮추고자 했다. 하지만 기득권의 강력한 반발로 혁신의 문은 아직 열리지 않았다.
로앤컴퍼니가 2014년 출시한 ‘로톡’은 변호사들에게 일정 광고료를 받은 후 법률 자문을 구하는 소비자가 볼 수 있도록 변호사 목록과 광고를 실어주는 리걸테크 서비스다. 법률소비자 입장에서 영역별 전문변호사를 쉽게 확인할 수 있고 어려운 법률용어에 대한 해석도 접할 수 있어 유용하다. 로앤컴퍼니가 로톡을 선보이며 법률시장 혁신을 자신한 이유다.
기득권의 생각은 달랐다. 로톡이 광고료를 지불한 변호사를 법률소비자에 소개, 알선했다고 주장하며 변호사가 아님에도 법률사무를 취급했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의견차는 2015년 서울지방변호사회가 로톡을 변호사법 위반으로 고발하면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 당시 검찰은 해당 사건을 무혐의 처리했다. 이듬해 대한변협이 로톡을 포함한 변호사 소개 사이트 4곳을 재차 고발했지만, 결과는 같았다.
이처럼 무혐의 처리가 이어졌음에도 직역수호변호사단을 비롯한 변호사단체는 로톡이 변호사법을 위반했다는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 오히려 판례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개인정보를 침해했다며 2020년 11월, 변호사법 위반에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까지 추가해 로앤컴퍼니를 재차 고발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결과는 같았다. 해당 사건은 지난해 초 서울 서초경찰서에서 서울경찰청 반부패, 공공범죄수사대로 이첩된 후 같은 해 12월 불송치 결정이 났다.
고발단체는 납득할 수 없다며 경찰의 결정에 이의신청했다. 이후 검찰은 재차 로톡이 광고료 외 법률상담과 관련한 수임을 받지 않기 때문에 변호사를 소개, 알선한다고 볼 수 없다며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부정한 수단이나 방법으로 판례를 수집하지 않았기 때문에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대한변협은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을 개정, 플랫폼 업체에 광고를 의뢰하는 변호사를 징계하는 내부규정을 만들었다. 사실상 변호사들의 로톡 이용을 원천 차단하는 조치였다. 상황이 이렇자, 로앤컴퍼니는 대한변협의 조치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변협의 규정이 플랫폼 사업자의 재산권을 침해했고, 변호사법을 위반하지 않은 플랫폼 이용을 금지하는 조치는 변호사의 직업 선택 및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헌법재판소의 판단은 ‘일부 위헌’이었다. 변호사들이 로톡 등 리걸테크 기업에 광고비를 내고 광고하지 못하도록 막은 변협의 내부 규정은 헌법에 어긋난다고 보았지만, 변호사가 아닌 자가 상호를 드러내 변호사로부터 대가를 받으며 변호사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행위를 금지한 규정에 대해서는 합당하다고 봤다. 헌재 판결로 지루한 공방이 끝나리라 기대했지만 오히려 공방은 거세졌다. 대한변협이 로톡을 이용하는 변호사 123인에 대한 징계 절차를 강행했고 해당 변호사들은 이의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변호사법에 따라 대한변협이 내린 변호사 징계에 대한 이의신청은 법무부 변호사징계위원회가 맡으므로, 공은 법무부로 넘어왔다.
법무부 변호사징계위원회, 로톡 가입 변호사 123인 징계 취소
법무부 징계위는 장고 끝에 지난 9월 26일 ‘로톡’에 가입해 활동했다는 이유로 대한변협이 소속 변호사 123명에게 내린 징계를 모두 취소한다고 밝혔다. 법무부 징계위는 “로톡의 서비스가 광고규정 일부를 위반한 건 맞지만, 징계 대상 변호사들이 로톡을 이용할 당시 광고규정에 대한 헌법재판소 심사가 진행 중이어서 광고규정 위반 사실을 인지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근거를 밝혔다.
징계위는 이어 “로톡은 가입 변호사 전원을 노출하고 그 정보를 소비자가 직접 확인한 후 변호사를 선택할 수 있는 방식으로 운영되므로, 변호사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서비스는 아니다”라며 “로톡이 광고 시 상호를 직접 노출하며 스스로를 드러낸 것과 과거 운영했던 형량 예측 서비스는 광고 규정 위반에 해당한다”며 영업방식 개선을 권고했다.
로톡을 운영하는 로앤컴퍼니는 4일 기자회견을 열고 법무부의 로톡 가입 변호사 123인에 대한 전원 징계 취소를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향후 계획을 전했다.
김본환 로앤컴퍼니 대표는 “법무부의 이번 결정은 대한변협이 내부 광고규정을 개정해 변호사들이 온라인 플랫폼에 가입만 해도 징계할 수 있도록 만든 날부터 꼬박 829일 만에 나온 징계 취소 결정”이라며, “장기간 숙의를 거쳐 합리적 판단을 한 법무부 징계위에 감사를 표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법무부의 권고 사항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법률플랫폼의 모범이 될 것”이라며 “사용자 가치라는 본질에 더욱 집중하기 위해 ▲서비스 고도화 ▲AI 기술에 기반한 신규 서비스 개발을 최우선 과제로 삼을 것이다. 청년 변호사 저변 확대를 위해 개업 후 첫 6개월은 로톡에서 무료로 광고할 수 있게끔 할 것이며, 법률 소외 계층이 쉽게 변호사 조력을 받을 수 있도록 연 매출액 3%를 이들을 위한 법률상담 지원 비용으로 투입하겠다. 3~4년 안에 대한민국 최초의 ‘리걸테크 유니콘’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대한변협은 징계 취소에 대해서는 유감이지만, 광고규정 위반을 확인한 만큼, 징계는 정당했다는 입장을 밝혀 추가 공방을 예고했다.
리걸테크 업계 관계자는 "8년간 공방을 벌이는 사이 리걸테크 혁신의 골든타임은 멀어져만 간다"며 "이제 변화를 수용하고 그 과정에서 필요한 사항이 무엇인지 함께 논의하고 발을 맞춰 나아가야 할 때"라고 말했다.
글 / IT동아 김동진 (kdj@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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