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화학상, ‘나노기술의 씨앗’ 양자점 발견 3명에게

초고화질 텔레비전, 의료 영상기기 등 활용되는 양자점 발견·연구 발전 공로

한스 엘레그렌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 사무총장(가운데)이 3일(현지시각)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2023 노벨화학상 수상자를 발표하고 있다. 화면 왼쪽부터 문지 바웬디, 루이스 브루스, 알렉세이 예키모프. 이들은 양자점(퀀텀도트)을 발견하고 연구를 발전시킨 성과를 인정받는다. AP/연합뉴스

2023년 노벨 화학상은 양자점을 발견하고 발전시킨 과학자 3명에게 돌아갔다. 양자점은 크기가 수 나노미터(㎚, 10억분의 1m) 크기에 불과한 초미세 반도체 입자를 말한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4일(현지시각) 문지 바웬디(62)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 루이스 브루스(80) 컬럼비아대학교 명예교수, 알렉세이 예키모프(78) 나노크리스털스 테크놀로지 소속 박사 등 3명을 올해 노벨 화학상 공동 수상자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외신들은 바웬디는 프랑스, 브루스는 미국, 예키모프는 러시아에서 태어났다고 전했다. 앞의 두 사람은 바웬디가 브루스 밑에서 박사후 연구원을 한 사제 관계이기도 하다.

노벨위원회는 “수상자들은 양자 현상에 의해 특성이 결정될 정도로 작은 입자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양자점이라고 불리는 이 입자는 현재 나노 기술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선정 이유를 밝히면서 이들의 업적을 ‘나노 기술의 중요한 씨앗을 심은 것’에 비유했다.

나노미터 크기의 초미세 반도체 결정인 양자점은 크기에 따라서 서로 다른 색을 흡수하거나 방출할 수도 있고, 빛이나 전류를 받아도 크기에 따라 다양한 색을 낼 수 있다. 과학자들은 물질이 나노 크기로 줄어들면 이런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오랫동안 알고 있었지만 실제 구현한 것은 이번 수상자들이 처음이다.

김성지 포항공대 교수는 “1980년대 초 예키모프와 브루스는 각각 러시아 바빌로프 국립광학연구소와 미국 벨연구소에서 수백에서 수천개의 원자들로 이루어진 양자점을 처음 발견했고, 바웬디 박사는 그 뒤 엠아이티에서 혁신적인 양자점 합성법을 개발하여 상용화에 이르는 기초를 닦았다”고 말했다.

이들의 성과를 바탕으로 양자점은 이미 큐엘이디(QLED) 텔레비전에 상용화된 단계이고, 태양전지, 의료 영상기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 가능성이 기대되고 있다.

노벨위원회는 지난해보다 100만크로나 오른 상금 1100만크로나(약 13억5000만원)가 세 사람에게 3분의 1씩 돌아간다고 밝혔다. 이날 노벨 화학상 발표를 끝으로 올해 노벨상 과학 분야 발표는 끝났다. 이어 5일 문학상, 6일 평화상, 9일 경제학상 수상자가 발표될 예정이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