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고금리 쇼크] 고금리 장기화, 부동산 PF에 직격탄… 건설사 `부도 공포`

강현철 2023. 10. 4.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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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은행들, 채권 평가손 급증
달러 유동성↓… 세계경제 악재
IMF "단기에 진정되기 힘들어"
주택값 하락땐 부동산 PF 타격
부실 건설사·2금융권 비상사태

미국발 고금리 쇼크는 하반기 경기 회복을 기대했던 한국 경제에 치명적 악재다. 반도체 수출 향방이 변수이긴 하지만 정부의 '상저하고' 전망은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국제 유가는 아람코(국영석유회사)의 기업공개를 앞둔 사우디아라비아의 감산 지속으로 연말까지 고공행진할 공산이 크다. 고유가는 인플레이션을 장기화하고,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로 하여금 또다시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게 만들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한국은행도 오는 19일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현재 연 3.5%인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있다. 안동현 서울대 교수(경제학)는 "우리나라는 기축통화국인 미국과 달리 독립적인 통화정책을 펼칠 수는 없다"며 "고금리 장기화 시대인 만큼 리스크 관리에 집중해야 하며, 금융당국과 정부가 긴밀하게 정책적 대응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유가 고공행진에 달러 유동성은 축소 우려

미국 채권 금리가 급등(채권가격 폭락)하면서 미국 주요 은행들의 채권 평가손이 급증하고 있다. 이로 인해 미 국채를 담보로 한 월가 은행들의 신용창출이 급감하면서 또다시 금리가 연쇄적으로 오르는 후폭풍이 발생할 수 있는 양상이다. 이렇게 되면 세계적으로 달러 유동성이 급격히 축소하고, 달러 가치는 급등하게 된다. 이는 한국 등 신흥국이나 저개발국의 통화 가치를 떨어뜨리는(환율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오는 11월 회의에서 현재 5.25%~5.50%인 기준금리를 한차례 더 올릴 경우 이런 상황에 '기름을 붙는 격'이 될 수 있다.

'킹 달러'(달러 강세)는 글로벌 유동성을 미국으로 빨아들인다. 글로벌 단기 금융시장이 신용경색에 빠지고, 갑작스러운 위험 회피 현상이 발생해 자금을 한꺼번에 회수하는 일이 벌어져 외환위기가 발생하는 국가가 생길 수 있다.

연준의 금리 인상 이유인 인플레이션은 예상보다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 한동안 내림세였던 국제 유가가 6월 하순 이후 강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미 바이든 행정부의 환경보호 정책으로 인해 미국내에서 셰일 원유 생산이 줄어든 데다 주요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원유 감산 정책을 실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원유 선물상품에 생산량의 10배까지 투기하는 세력들이 늘어나면서 현재 배럴당 90달러 안팎인 국제 유가는 100달러 이상까지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 소비자물가는 지난 6월 전년 동기 대비 3.1%까지 내려온 이후 2개월째 반등, 8월 3.7%까지 올랐다. 미셸 보먼 연준 이사는 "저물가의 시대는 끝났다"며 "물가가 다시 오를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 리서치 애필레이트(Research Affiliates)에 따르면 2차 세계대전 이후 물가가 8% 이상 급등한 이후 안정적 범위인 2%까지 내려오는 데는 평균 4.1년이 걸렸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최근 "역사적으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한 지 5년 이내에 진정된 경우는 전체의 60%가 채 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부실 부동산 PF 많은 건설사에 치명적

관계당국에 따르면 정부는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지난 2분기에만 60억~100억달러의 보유외환을 소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고금리발 환율 상승이 재연될 경우 금리 인상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다. 비상시에 원화를 맡기고 달러화를 빌려쓸 수 있는 외환스와프 계약은 미국과는 해지됐으며, 일본하고만 100억달러 규모로 남아 있다.

환율이 속등하고 금리가 오르면 가장 직격탄을 맞는 곳은 부동산 시장이다. 주택가격이 하락하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이 많은 건설사와 증권사, 2금융권이 흔들리게 된다. 시장에선 부동산 PF 규모가 자기자본의 3배 이상에 달한 건설사의 경영이 흔들릴 수 있으며, 부도 공포가 화학 등 다른 업종으로 확산될 우려도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자기자본 대비 주의·위험 PF 보증비율은 지난 6월말 기준 △롯데건설 146.3% △태영건설 191.9%(별도기준) △KCC건설 42.9% △신세계건설 33.0% △GS건설 20.0% △포스코이앤씨 20.5% 등이다.부동산 PF 대출잔액은 133조1000억원이다.

전지훈 한신평 연구위원은 "유효 신용등급 보유 건설사중 15개사의 부동산 PF 보증액 27조7000억원 가운데 3개월이내가 23%, 3~12개월이 39%로 60% 이상이 1년내 만기가 돌아온다"며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처럼 악재가 있을 경우 차환위험이 크게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강현철기자 hck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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