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열풍의 이면… 부산영화제 개막작 ‘한국이 싫어서’ [엄형준의 씬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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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의 개막작은 장건재 감독의 '한국이 싫어서'다.
4일 개막식에 앞서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중극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올해 영화제의 집행위원장 대행을 맡은 남동철 수석 프로그래머는 "이게 지금 맞는 얘기냐고 생각하실 분들도 계실 것이다 아마도 지금 많은 사람이 K-팝, K-드라마, 한국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뜨겁고 그러면서 한국에 대해 뭔가 판타지를 가질 수 있지만, 이렇게 한국에서 사는 사람들의 입장, 함께 사는 젊은이들의 입장에서는 이런 생각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시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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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제목 달았지만 한국만의 얘기 아냐”
감독 “왜 그런 선택 했는지 공감하는 얘기
피로감·행복, 각각의 믿음 경청하는 영화”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의 개막작은 장건재 감독의 ‘한국이 싫어서’다. K-팝, K-드라마 열풍에 세계의 많은 젊은이가 한국을 동경하지만 정작 한국의 젊은이들은 ‘헬조선’을 말한다. 장강명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한국이 싫어서’는 세계의 영화 팬들에게 한류 열풍의 그림자 같은, 대한민국 청춘의 민낯을 드러낸다.

“왜 한국을 떠나느냐. 두 마디로 요약하면 한국이 싫어서, 세 마디로 하면 여기서는 못 살겠어서.”
계나는 자신이 아프리카 초원의 톰슨가젤 중 무리에 어울리지 못한 채 이탈돼 표범의 표적이 되는 먹잇감인 것만 같다. 계나의 삶엔 우리 시대 청년들의 고민이 녹아 있다. 인천 집에서 마을버스로 열두 정거장을 가 지하철을 탄 뒤 신도림역에서 갈아타고 강남까지 가는 지옥 같은 출근길, 틀린 것을 틀리다고 말할 수 없는 불합리한 직장 생활, 학벌과 재력으로 구분되는 보이지 않는 신분과 남자친구 부모의 냉랭한 시선. 엄마는 대학 다닐 때부터 사귄 남자친구 지명(김우겸)과 결혼하고 애 낳고 사는 게 평범한 삶이고, 훗날 고생은 보답 받을 것이라고 말하지만, 계나에겐 그런 미래가 아름다워 보이지 않는다. 지명은 해외로 나가도 삶은 힘겹고 차별에 시달릴 거라며 붙잡지만 계나는 뉴질랜드에서의 새로운 삶을 택한다.
아시아 대표 영화제인 BIFF는 왜 제목부터 부정적 인식이 들 수 있는 이 영화를 개막작으로 택했을까.
4일 개막식에 앞서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중극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올해 영화제의 집행위원장 대행을 맡은 남동철 수석 프로그래머는 “이게 지금 맞는 얘기냐고 생각하실 분들도 계실 것이다… 아마도 지금 많은 사람이 K-팝, K-드라마, 한국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뜨겁고 그러면서 한국에 대해 뭔가 판타지를 가질 수 있지만, 이렇게 한국에서 사는 사람들의 입장, 함께 사는 젊은이들의 입장에서는 이런 생각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시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이야기가 ‘한국’을 제목으로 정했지만, 한국만의 이야기는 아니라고 부연했다. 각각의 사정은 달라도 여러 나라의 청년들이 고민을 안고 살아가고, 일종의 ‘밈’(온라인상의 유행과 파생)처럼 ‘인도네시아가 싫어서’, ‘필리핀이 싫어서’ 같은 후속작이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영화는 어둡고 음침한 겨울의 서울과 맑고 푸른 여름 오클랜드의 색채적 대비를 통해 떠나고픈 열망을 불러일으킨다. 계나는 뉴질랜드에서 더 많이 웃지만, 떠난 모든 이가 행복한 건 아니다. 누군가는 고국을 그리워하고, 한국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이들이 있다.
“다양한 감정을 갖고, 각각의 위치에서 느끼는 한국 사회의 피로감 혹은 행복할 수 있다는 믿음 등 각각의 의견을 경청하는 영화”라는 장 감독의 말처럼 영화에 대한 판단은 관객의 몫이다.
BIFF는 이날 개막식을 시작으로, 13일까지 부산 일대에서 개최된다. 올해는 69개국 209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부산=엄형준 선임기자 t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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