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목 칼럼] 韓中日과 아세안, 공동체적 협력시대로 나아가야

2023. 10. 4.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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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아세안플러스쓰리(ASEAN plus Three)'는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미얀마 등 동남아시아 10개국의 연합인 아세안과 한국 중국 일본 3개국이 모이는 동아시아 최대의 국제회의체다. 1997년부터 정상회의 등 관련 회의체를 갖추고 정기적으로 회동하고 있으니 25년이 지났다. 유럽과 아메리카 등 여타지역에서는 지역단위 협의체가 경제공동체로 발전하여 국제무대에서 정치경제적으로 강력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에 비해 동아시아지역에서는 정기적인 협의는 개최해오고 있으나, 정치경제 공동체로의 발전은 요원한 과제로만 여겨져 왔다.

그동안의 아세안플러스쓰리는 수많은 성명과 협력방안을 생산해낸바 있으나, 이는 대부분 협의 자체가 목적이고 후속적 실행이 따르지 못했다. 타지역에 비해 국가간 이해관계가 상이하고 역사·문화적 배경이 상이한 동아시아지역에서 공동체를 형성하는 일은 그만큼 어려운 과제임에 틀림없다. 그렇더라도 전 세계가 블록화 체제로 나아가고 있고 각 블록내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동아시아지역 자체가 단순한 협의체 형태로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최근 아세안플러스쓰리 내에서 새로운 차원의 협력 움직임이 벌어지고 있음은 고무적이다. 그동안 아세안플러스쓰리가 투자, 여행, 노동, 외교, 교육, 보건 등 전통적 협력이슈들을 동아시아지역 차원에서 논의해온 것은 소중한 자산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협력 분위기를 바탕으로 새로운 이슈에 대한 협력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프로그램들을 실행해야 한다.

청소년 문제, 에너지 협력, 이민 및 국경관리, 사회복지와 경제개발, 전기자동차 환경생태계 구축, 인신 거래(human trafficking) 문제, 사이버 범죄 등과 같은 새로운 이슈와 분야에서의 협력프로그램은 이미 가동되고 있다. 국경간 범죄에 관한 고위당국자모임 개최에도 합의해놓고 있다.

이 모임을 인신 거래, 테러리즘, 그리고 사이버범죄 분야에서의 적극 협력채널로 활용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아세안플러스쓰리가 동아시아에서 유엔경제사회이사회(ECOSOC)나 국제경찰기구(Interpol)의 역할까지 대체하여 수행할 수 있도록 발전시켜야 한다.

이러한 특정 이슈에 대한 적극적 협력은 동아시아 공동체 형성의 강력한 기반으로 작용하게 된다. 유럽연합의 경우도 석탄과 철강이라는 특정 산업분야에서의 적극적 협력의 경험을 기반으로 정치경제공동체로 발전하는데 성공했다.

정부간 협력뿐만 아니라 민간 부문끼리의 적극적 협력도 공동체 형성을 위해 필수적이다. 그동안 아세안플러스쓰리 기업이사회(Business Council)가 정기적으로 개최되어 왔지만, 구체적인 경제협력의 성과물은 도출하지 못했다.

앞으로 중소기업, 공공부문과 민간부문간의 상호작용, 교역 촉진, 디지털 경제, 친환경 순환 경제 등과 같은 분야에서 민간협력이 동아시아 지역 차원에서 본격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시장과 기업환경을 상호 연결하고, 지역 물류체제의 지속가능성을 유지시키기 위한 민간 협력도 필요하다. 특히 각국 경제에 필수적인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역내 공급망을 지속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앙정부간 협력은 물론이고 지방정부간 협력도 촉진돼야 한다. 그동안 스마트도시 개발과 관련한 아세안플러스쓰리 차원의 협력은 좋은 사례다. 각종 도시 문제 해결과 인구집중 및 저출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지방개발 시대를 열어야 하는 것은 동아시아지역의 공통된 과제다. 각국이 지방개발을 위한 시간과 자원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도록 각자의 노하우와 개발자원을 공유해야 한다.

동아시아 차원의 평화적 분쟁해결 메커니즘도 구축해야 한다. 국제재판 및 중재제도를 통한 갈등의 종국적 해결관행도 수립해야 한다. 정보의 부족이나 왜곡으로 인해 국가간의 분쟁이 심화되는 일이 동아시아지역에서 빈발하고 있다. 동아시아 지역에서 국가간의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는 사실관계나 논리를 객관적으로 소개하고 각국의 입장을 한꺼번에 비교분석할 수 있도록 갈등관리용 데이터베이스를 공동으로 구축할 필요도 있다. 국제적으로 권위 있고 객관성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들로 하여금 이러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관리하고, 엄선된 전문가들이 책임있는 의견을 정기적으로 이에 올릴 수 있게 하는 것도 분쟁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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