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화학상에 바웬디, 브루스, 예키모프…‘QLED TV’ 탄생 공로

이정호 기자 2023. 10. 4.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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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이후 ‘양자점’ 연구 공로
선명한 색 구현…QLED TV 등에 활용
발표 4시간 전 수상자 사전 유출도
(왼쪽부터)올해 노벨화학상 수상자로 양자점을 연구한 문지 바웬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와 루이스 브루스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 알렉세이 예키모프 나노크리스털 테크놀로지 전 수석 연구원. AFP연합뉴스

올해 노벨화학상 수상의 영예는 선명한 색을 내는 고성능 텔레비전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양자점(퀀텀닷)’ 연구자 3인에게 돌아갔다. 이번 노벨화학상 발표는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의 실수로 공식 발표시간보다 약 4시간 일찍 수상자 명단이 처음 유출되면서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4일(현지시간) 올해 노벨화학상 수상자로 양자점을 연구한 문지 바웬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62)와 루이스 브루스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80), 알렉세이 예키모프 나노크리스털스 테크놀로지 전 수석연구원(78) 등 3명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들이 연구한 양자점은 아주 작은 반도체 나노 입자를 말한다. 입자 크기가 수㎚(나노미터·10억분의 1m) 수준으로 작아지면 전기 또는 광학적인 특성이 이전 과학기술 세계에서는 보이지 않았던 변화를 일으킨다. 양자점을 사용하면 밝은 화면은 더 밝게 보이게 하고, 어두운 화면은 더 어둡게 보이도록 할 수 있다.

양자점을 사용한 대표적인 기술이 ‘양자점 발광다이오드(QLED)’이다. QLED는 스스로 다양한 빛을 내는 수㎚ 크기의 양자점을 쓴 디스플레이다. 삼성전자에서 생산하는 최신형 TV에 이 기술이 쓰였다.

양자점 기술은 몸속 암 조직을 확인하는 의료 영상장비에도 활용이 가능하다.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을 할 때 환자 몸속에 넣는 조영제로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예키모프 전 수석 연구원은 1980년대 초에 유리를 활용해 양자점을 뽑아내는 기초 기술을 고안했다. 수년 뒤 브루스 교수는 유체 안에서 떠다니는 입자 크기를 조정해 양자점의 기능을 통제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1993년 바웬디 교수는 기존 양자점에 화학 변형을 가해 공학적으로 잘 다듬어진 양자점을 만들었다.

김성지 포스텍 시스템생명공학부 교수는 “양자점은 크기에 따라 서로 다른 색을 흡수하거나 방출할 수 있다”며 “입자 크기를 조절하는 일만으로도 자연 그대로의 다양하고 순수한 색을 구현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화학상 수상자 발표 직후 노벨위원회는 “미래에는 양자점의 활용 범위가 더 넓어질 것”이라며 “부드럽게 구부러지는 전자장치와 초소형 센서, 더 얇은 태양광 전지판 등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웬디 교수는 프랑스에서 태어났으며, 1988년 미 시카고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브루스 교수는 미국 출생으로 1969년 미 컬럼비아대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예키모프 전 수석 연구원은 구소련 출신이며 러시아 이오페물리기술대에서 1974년 박사 학위를 받았다.

수상자에게는 총상금 1100만크로나(13억5000만원)가 주어진다. 상금은 공동 수상한 3명이 똑같이 나눈다. 앞으로 노벨상 수상자는 5일 문학상, 6일 평화상, 9일 경제학상 순으로 발표될 예정이다.

한편, 이날 수상자 명단은 공식 발표 시점에 앞서 유출됐다. 스웨덴 현지 언론들은 수상자 발표 시각인 이날 오전 11시45분(한국시간 오후 6시45분)보다 4시간14분 앞선 오전 7시31분(한국시간 오후 2시31분)에 수상자 명단을 담은 보도자료를 받았다고 전했다. 보도자료는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가 실수로 공식 발표 전 현지 언론에 발송한 것이다.

2010년 스웨덴 현지 언론에 의해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 명단이 비공식적으로 알려진 적은 있지만, 1901년 노벨상 시상이 시작된 이후 시상 주체가 수상자를 사전 유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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