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노벨상] 올해 화학상은 자연의 색 구현한 반도체 입자 만든 3인

이종현 기자 2023. 10. 4.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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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노벨 화학상, 양자점 발견하고 합성법 만든 연구자들에게
루이스 브루스·알렉세이 에키모프는 양자점 찾은 공로
모운지 바웬디는 합성법 찾아 상용화 길 열어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4일(현지 시각) 올해 노벨 화학상 수상자로 모운지 바웬디(Moungi Bawendi·62)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 루이스 브루스(Louis E. Brus·80) 미국 컬럼비아대 명예교수, 알렉세이 에키모프(Alexey Ekimov·78) 전 나노크리스탈 테크놀로지 연구원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왼쪽부터) /각 대학

올해 노벨 화학상은 자연의 색을 거의 사실대로 구현해 차세대 디스플레이 핵심 기술로 각광받고 있는 양자점(quantum dots)을 발견하고 실제 합성법을 개발한 과학자들에게 돌아갔다. 양자점 연구는 나노 과학의 실질적인 출발선으로 꼽힌다. 작은 것들을 연구하는 나노 과학의 아버지들이 노벨상의 영예를 얻은 셈이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4일(현지 시각) 올해 노벨 화학상 수상자로 모운지 바웬디(Moungi Bawendi·62)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 루이스 브루스(Louis E. Brus·80) 미국 컬럼비아대 명예교수, 알렉세이 에키모프(Alexey Ekimov·78) 전 나노크리스탈 테크놀로지 연구원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노벨위원회는 이들의 연구가 “나노 기술의 중요한 씨앗을 심었다”고 평가했다. 브루스 교수의 제자이기도 한 류순민 포스텍 화학과 교수도 “나노 과학이라는 말의 출발점이 바로 양자점 연구라고 보는 게 타당할 것”이라며 “1980년대 출발한 나노 과학의 학문적인 확장과 성장이 이분들의 연구에서 시작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들은 퀀텀닷으로 불리는 양자점을 연구한 이들이다. 양자점은 금속이나 반도체 물질로 이뤄진 10㎚(나노미터, 1㎚는 10억 분의 1m) 내외 크기의 결정을 말한다. 보통 수백에서 수천 개의 원자로 이뤄져 있다. 처음 양자점이 나온 이후 30년에 걸쳐 연구가 이뤄진 끝에 양자점의 크기와 구조, 표면과 결함의 정밀한 제어가 가능해졌고, 이제는 실제 디스플레이에 활용되는 수준까지 기술이 진보했다.

모운지 바웬디(Moungi Bawendi·62)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가 2023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모운지 바웬디

바웬디 교수의 제자인 김상욱 아주대 교수는 “양자점이 노벨상을 받을 수 있는 이유는 실제 상업적인 활용이 가능해졌기 때문일 것”이라며 “삼성전자의 제품에 양자점이 들어가 있다”고 설명했다.

브루스 교수와 에키모프 연구원은 퀀텀닷을 처음 발견한 이들이다. 루이스 브루스 교수는 벨 연구소 시절인 1980년대 초 용액에 입자들이 균일하게 퍼진 ‘콜로이드’ 상태의 양자점을 발견했다. 처음에는 버려진 시료라고 생각했지만 용액 속에 있던 콜로이드의 결정 사이즈가 바뀌면서 빛의 색이 바뀌는 걸 보고 양자점을 발견했다.

에키모프 연구원은 반도체 물질로 이뤄진 양자점을 발견하고 전자 및 광학 특성을 연구한 업적을 인정받았다. 에키모프 연구원이 양자점을 처음 발견한 시점은 브루스 교수보다 빠르지만, 양자점의 이론적인 정립과 실제 합성법에는 브루스 교수가 더 많은 영향을 줬다. 두 사람은 양자점을 발견한 공로로 2006년 미국광학학회가 주는 로버트 우드 상을 함께 받기도 했다.

실제 양자점의 합성법을 찾은 건 브루스 교수의 제자인 바웬디 교수다. 바웬디 교수는 1993년 효율적인 반도체 양자점 합성법을 개발해 양자점 연구에 불을 지폈다. 바웬디 교수는 2020년 클래리베이트에서 꼽은 많이 인용된 화학자 중 한명이다.

바웬디 교수는 양자점을 합성하는 ‘급속 주입 방법’을 개발했다. 유기금속 시약을 뜨거운 용매에 빠르게 주입해 양자점 합성에서 씨앗의 역할을 하는 ‘핵’을 균일하게 만드는 방법이다. 이 과정에서 양자점이 뭉치는 것을 막는 계면활성제를 넣어 균일한 크기의 양자점을 합성하는데도 성공했다.

2023년 노벨 화학상을 받은 루이스 브루스(Louis E. Brus·80) 미국 컬럼비아대 명예교수와 류순민 포스텍 교수./루이스 브루스

현재 양자점은 탄소뿐 아니라 카드뮴이나 인듐, 납 등 다양한 재료를 이용해 합성되고 있다. 에너지 특성을 바꿔가며 태양전지나 발광소자, 광촉매, 트랜지스터, 센서, 바이오이미징 등에 사용할 수도 있다. 이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양자점은 분광학 연구나 광전자소자 응용, 생물학적 이미징에도 쓰일 수 있다. 바웬디 교수는 반도체 물질로 만든 양자점을 생물학적 조직에 침투시켜 구조를 시각화하는 ‘이미징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류순민 교수는 “지난 8월에 컬럼비아대에서 양자점 발견 40주년과 브루스 교수의 80세 생일에 맞춰서 심포지엄을 개최하기도 했다”며 “양자점 연구가 가지는 학문적인 영향력을 본다면 노벨상을 받을 만큼 충분히 무르익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바웬디 교수는 1961년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났다. 1988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브루스 교수는 1943년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태어나 1969년 미국 뉴욕 컬럼비아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에키모프 연구원은 1945년 구소련에서 태어나 1974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로페 물리기술연구소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미국 나노크리스털 테크놀로지에서 수석 과학자로 일한 이력이 있다.

올해 수상자 3명에게는 상금 1100만 크로나(약 13억 6400만원)가 삼등분으로 지급된다. 작년 상금은 작년 1000만 크로나였다.

이날 노벨 화학상 발표를 끝으로 올해 노벨 과학상 발표는 끝났다. 5일에는 문학상, 6일 평화상, 9일 경제학상 등 순으로 수상자가 발표될 예정이다. 노벨상 시상식은 알프레드 노벨의 기일인 12월 10일이 낀 ‘노벨 주간’에 스웨덴 스톡홀름(생리의학·물리·화학·문학·경제상)과 노르웨이 오슬로(평화상)에서 열린다.

참고자료

Journal of the American Chemical Society(1993), DOI : https://pubs.acs.org/doi/abs/10.1021/ja00072a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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