궤도 수정하는 SK하이닉스 '괴물D램' HBM 생산 늘린다
라인 늘려 AI용 HBM 만들어
메모리 반도체 톱3인 SK하이닉스가 낸드플래시 전략을 수립하기 시작했다. 시장 경쟁이 극심한 상황에서 생산 능력 확대 대신 차세대 고부가가치 제품 경쟁력 확보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충북 청주에서 운영 중인 M15 공장을 확장해 낸드플래시와 더불어 D램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라인을 탑재하는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SK하이닉스는 그동안 이천 공장에서는 D램 메모리를, 청주 공장에서는 낸드플래시를 주로 생산해 왔다. 청주 공장에 D램 생산라인이 투입되는 것은 이례적이다.
청주 M15는 2018년에 가동을 시작한 하이닉스의 대표적 낸드 공장이다. 이곳에 HBM 생산라인인 'TSV(Through Silicon Via)' 패키징 라인을 신설한다. 이천 공장 등에서 공수한 D램을 이곳에서 패키징해 HBM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SK하이닉스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공급과잉 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낸드 부문에서 공급량을 줄이는 대신 고부가가치 제품인 HBM 생산량을 늘리겠다는 복안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HBM은 D램 여러 개를 수직으로 연결해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린 고성능 제품이다. 인공지능(AI) 시대의 필수재로 꼽힌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낸드 시장에서 공급과잉 상태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생산시설을 확충하기보다는 차세대 제품을 중심으로 수익성 개선에 나서겠다는 것이 SK하이닉스 판단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쿼드러플레벨셀(QLC) 방식을 이용한 제품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관측된다. 낸드플래시는 셀 1개에 비트 단위의 정보를 몇 개 저장하는지로 기술이 구분된다. 싱글레벨셀(SLC)은 1개 셀에 1비트, 트리플레벨셀(TCL)은 3비트가 저장되는 식이다. 저장 가능한 비트가 늘어날수록 집적 가능한 용량도 더 커진다. 현재 낸드 업계 주류는 TLC 방식이다. 차세대 QLC는 1개 셀에 4비트의 정보를 저장할 수 있다.
특히 SK하이닉스 자회사 솔리다임이 QLC 기술 측면에서 경쟁력을 지니고 있는 만큼 SK하이닉스는 강점이 많다. SK하이닉스의 QLC 방식 낸드 시장 점유율은 솔리다임 출범 후 크게 높아졌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QLC 낸드에 대한 SK하이닉스(자회사 솔리다임 포함)의 비트 기준 출하량 점유율이 지난해 9%에서 올해 13%로 4%포인트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중장기적 경쟁력 확보를 위한 고층 적층 경쟁도 집중한다. SK하이닉스는 지난 8월 321단 4D 낸드 샘플을 공개했다. 이는 현재까지 공개된 낸드 제품 가운데 최고층으로 꼽힌다. SK하이닉스는 321단 낸드의 완성도를 높여 2025년 양산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불황기에 낸드 부문에서 부진이 눈에 띄었다"며 "HBM이 수익성 개선의 효자 역할을 한 것처럼 물량보다는 고부가가치 제품을 중심으로 돌파구를 찾겠다는 것이 SK하이닉스 구상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오찬종 기자 / 최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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