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연구, 장·단기 균형·다양성 갖추는 게 중요"

고광본 선임기자 2023. 10. 4.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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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그달레나 스키퍼 네이처 편집장
기초연구서 뜻밖의 결과도 많아
단기 성과 낼수 있는 것과 함께
장기연구분야 지원도 이뤄져야
남성·서구 주도하는 연구 한계
성별·국가·인종 등 다양성 필요
마그달레나 스키퍼 네이처 편집장이 4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연구개발(R&D)에서 장·단기 균형과 다양성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고광본 선임기자
[서울경제]

“과학 연구에서 단기 성과를 원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장·단기 연구가 균형을 갖춰야 합니다. 무엇보다 연구에서 남성·서구가 주도하는 과학으로는 세계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어 성별·국가·인종·연구 분야 등 다양성을 갖춘 연구가 중요합니다.”

마그달레나 스키퍼 네이처 편집장은 4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네이처와 한국과학기술젠더혁신센터(GISTeR)가 함께 마련한 기자 간담회에서 “연구개발(R&D)에서 빨리 성과를 낼 수 있는 부분과 함께 장기 지원이 필요한 곳에 대한 지원이 같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한국 정부가 조기 성과를 강조하며 내년 기초연구 지원금을 포함해 대학·정부출연연구기관·기업에 지원하는 R&D 예산을 5조 원가량 감축한 것을 염두에 둔 것이다. 그는 네이처 154년 역사에서 2018년 첫 여성 편집장(8대 편집장)이 돼 ‘유리 천장’을 깼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이번에 네이처 편집장으로는 처음 방한했다. 앞서 그는 2001년 네이처 자매지에 합류하기 전 영국 케임브리지대 분자생물학연구소(LMB)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영국왕립암연구소에서 암을 연구했다.

그는 ‘여성으로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커털린 커리코 헝가리 세게드대 교수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의대에서 단기 성과를 종용받으며 교수로 적합하지 않다는 판정까지 받았다’는 지적에 대해 “장·단기 포트폴리오를 잘 갖춰야 한다. 다년간 연구해야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올 수 있는 분야가 있다”며 “블루스카이 연구(분명한 목적이 없거나 호기심과 아이디어에서 비롯된 기초연구)는 어느 방향으로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지만 좋은 성과를 보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유전자가위(크리스퍼) 연구가 분자생물학·의학·세포엔지니어링 등에 쓰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마그달레나 스키퍼 네이처 편집장이 4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연구개발(R&D)에서 장·단기 균형과 다양성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고광본 선임기자

그는 내년 큰 폭의 R&D 예산 삭감에 대해서도 “예산이 제한된 상황에서 정부가 단기 성과를 기대하는 경향이 있다”며 “일반적으로 3년 내 성과를 내는 단기 연구와 7~10년간 장기로 보고 하는 연구가 균형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네이처 주변의 크리코바이오메디컬연구소를 예로 들며 7~10년이 되기 전 중간 논문이나 연구 성과를 내지 않고 자유롭게 연구하도록 한다고 전했다. 정부 지원이 한정돼 있어 민간 기업과 재단, 독지가의 기부가 이뤄지는 생태계를 갖추면 좋을 것이라는 제언도 했다.

스키퍼 편집장은 이날 과학 연구에서 성별(sex and gender) 간 특성이 다름을 고려하는 연구 방법이 필요하다는 소신을 거듭 피력했다. 실제 10여 년 전부터 성별 특성을 반영한 편집을 고려해온 네이처는 지난해 관련 편집 정책을 발표했다. ‘연구에서의 성 평등’ 가이드라인도 배포했다. 성별에 따른 뇌의 다양성,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성별 위험 유전자 변이, 신약 임상 과정에서 성별 차이를 고려해야 하나 많은 과학 연구 중 성별 특성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실례로 여성은 남성에 비해 약 투여량, 독성학적 특성 등도 다른데 신약 임상·승인 과정에서 반영이 되지 않고 있다. 교통사고가 나더라도 안전벨트 임상 연구가 남성 상반신 기준으로 설계돼 여성이 더 큰 피해를 본다. 군·경찰이 착용하는 방탄조끼도 남성 중심으로 연구가 이뤄져왔다. 세포 단위, 동물 연구, 생리학 연구에서도 성별 특성 반영 연구가 부족하다. 그는 “노벨상 수상자들이 거의 남성, 서구 위주였으나 최근 여성이 늘고 있어 고무적”이라며 “노벨상 분야가 아닌 다양한 학문 분야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연구자들이 남성이 쓴 논문을 인용하는 빈도가 높고 여성의 기여도가 불충분하게 언급되거나 공동 연구자에서 제외되는 상황도 빚어지고 있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마그달레나 스키퍼 네이처 편집장과 이혜숙 한국과학기술젠더혁신센터(GISTeR) 소장. 고광본 선임기자

그는 일각에서 ‘과학은 진리’라고 보는 인식에 대해서는 “과학은 종교가 아니다. 진리나 진실이 아니고 사실을 확인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네이처와 GISTeR는 5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성별 분석을 통한 과학 연구 우수성 향상’을 주제로 ‘네이처 포럼’을 연다. 스키퍼 박사 외에 니라오 샤 스탠퍼드대 교수, 카렌 루 UCLA 교수, 제나 윈스 미시간대 교수, 김은준 KAIST 교수, 김나영 분당서울대병원 교수, 박성미 고려대 교수 등이 강연한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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