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로 얼룩진 로아 카멘, 과제는 더 있다

스마일게이트 '로스트아크' 카멘 레이드 퍼스트 클리어 이벤트 'The FIRST'가 계정 도용을 악용한 부정적 플레이, 이른바 '대리' 이슈로 얼룩졌다.
The FIRST는 오랜만에 MMORPG 레이드 콘텐츠 열풍을 불러왔다. 로스트아크를 즐기지 않은 게임 전문 인플루언서나 해설자도 방송으로 카멘 레이드 관련 이야기를 나누거나 유튜브 콘텐츠로 활용할 정도다.
카멘은 로스트아크 세계관 내 최강 군단장이다. 카멘 레이드는 "역시 카멘이네"라고 경악할 만큼 역대급 난도로 설계됐다. 최초 군단장 레이드인 마수군단장 발탄을 제외하고 나머지 군단장 레이드는 유저들의 도전에 1주차를 버티지 못했다. 카멘은 11일 만에 최초 클리어 소식이 전해졌다.
어떤 공격대가, 어떤 클래스가 카멘을 정복하는지가 관심사였지만 10월 3일 대리 플레이 의혹이 제기되면서 이슈가 바뀌었다. 유저들은 어떤 유저가 대리 플레이로 카멘을 공략했는지 찾아내며 커뮤니티에 공유했다.
스마일게이트도 이슈에 즉각 반응했다. 금강선 로스트아크 총괄 디렉터는 1, 2, 3, 9번째 클리어 공격대를 제외한 나머지 공격대에 대리 플레이 의심 유저가 있어 임시 정지 조치를 취했다고 전했다. 만약 대리 플레이가 사실로 드러난다면 해당 유저가 속한 공격대의 클리어 기록 및 보상은 모두 무효된다.
여기서 짚어야 할 문제가 있다. 대리 이슈의 대응이 완벽했을까, 카멘 레이드의 문제였을까에 대해 묻는다면 대답은 "NO"다. 대리 플레이 유저 대응은 물론 콘텐츠 완성도에서도 미흡한 점이 많았다.
로스트아크는 분명 국내 최고 인기를 자랑하는 MMORPG 중 하나다. 그러나 인기에 비해 매번 늦은 대응으로 질타를 받았다. 카멘 출시로 분위기가 뜨겁게 달아올랐지만 이를 반복한다면 과연 유저들이 지금처럼 응원할 지 의문이다.
대다수 유저가 고개를 저으며 뒤돌아 설 것이다. 그만큼 불안한 요소가 많다. 카멘 레이드로 접수된 피드백을 철저하게 반영하고 운영 프로세스를 더욱더 탄탄하게 개선해야 계속해서 밝은 미래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 카멘 전부터 제기됐던 '대리' 이슈
![- 대리 플레이 의혹으로 임시 정지 당한 그린대표 유저와 대화 중인 봉킹 [출처: 봉킹 방송 中]](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310/04/HankyungGametoc/20231004164742071koub.jpg)
대리 플레이는 게임의 공정성을 해치는 요인으로 대다수 게임들이 근절을 외치고 있다. 로스트아크에서는 카멘 레이드 이전에도 대리 플레이 관련 제보가 끊이지 않았다.
가장 많은 대리 플레이 제보는 헬 난이도 콘텐츠다. 헬 난이도 콘텐츠를 성공하면 다양한 보상을 얻는다. 명예뿐만 아니라 군단장 카드 등 캐릭터 성장에 도움이 되는 보상도 포함돼 있다. 대부분 대리 의뢰 유저들은 이를 노리고 타인에게 계정을 맡긴다.
지난해 3월 열린 PvP 대회 '로열 로더스' 당시에도 대리 이슈가 불거진 바 있다. 관련 유저들이 로열 로더스 자체를 부정적으로 참가하진 않았다. 로열 로더스는 본인 인증 절차를 거쳐야 대회에 참가할 수 있기 때문에 참가자 전원 본인 명의 계정으로 참가했다.
문제는 이들 중 PvP 콘텐츠 대리 플레이 이력을 가진 유저가 있었던 것이다. 선량한 유저 입장에서 부정적인 플레이를 자행했던 유저들이 대회 상금을 가져가는 모습은 결코 탐탁지 않다. 대회와 별개로 해당 문제를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었다. 다수의 유저가 이를 거론했지만 단순 공지 외에 특별한 제재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후에도 PvP, 욕망군단장 비아키스 레이드 헬 난이도, 악마 사냥꾼 등 각종 콘텐츠 대리 플레이 의혹과 정황들이 꾸준하게 제보됐다. 제재는 반짝일 뿐 대리 플레이 제재 강도는 점점 느슨해졌다. 몽환군단장 무적의 공격대 칭호인 '몽환의 지배자' 대리 플레이가 100만 원 단위라는 소문까지 들려왔다.
물론 개발진 내부에선 과거와 똑같은 강도로 제재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다양한 루트에서 대리 플레이 관련 현황이 포착됐고 이를 본 많은 유저가 그 강도를 높여야 한다고 평가했다. 게임 내 파티 찾기에서도 대리 플레이 관련 모집 게시물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던 만큼 프로세스를 사전에 점검할 필요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 대응 판단은 옳지만 타이밍은 '글쎄'

결국 카멘 레이드에서 대리 이슈가 다시 불거졌다. 스마일게이트 공지에 따르면 1, 2, 3, 9번째 공격대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공격대에 대리 플레이로 의심되는 유저가 존재했다. 해당 유저들의 계정은 임시 정지 조치 이후 세밀 조사 단계를 거치는 중이다.
금 디렉터는 "추가 조사가 완료되고 규칙 위반이 확인될 경우 대상 계정이 참여한 공격대가 달성한 순위 기록을 무효로 처리하고 후속 클리어 순서에 따라 순위가 조정될 예정이다"고 전했다.
그의 조치는 분명 최선이었다. 하지만 타이밍이 다소 아쉽다. 자신의 힘만으로 공정하게 카멘 레이스를 참가한 정상 플레이 유저들까지 모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4번째 클리어 공격대에 속한 로스트아크 대표 스트피머 '봉킹'은 천재지변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8번째 클리어 공격대에 속한 전 리그 오브 레전드 프로게이머 '매드라이프'는 "관련 유저가 보이스 채팅을 하지 않았던 이유를 공략하고 알려준다고만 말했다. (자신의) 캐릭터와 스펙도 자격 미달이라 민폐가 되지 않기 위해 그냥 열심히 했다. 대리 플레이 유저였으면 무조건 하지 않았을 것이다"고 토로했다.
금 디렉터는 공지에서 클리어 파티가 등장할 때마다 전수 조사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대리 이슈가 불거진 시기는 10월 3일 오전 3시다. 4번째 공격대의 카멘 레이드 성공 시기는 9월 28일이다. 5번째 공격대는 9월 29일에 성공했다. 10월 3일 성공한 10번째 공격대의 조사 결과는 당일 이뤄졌다.
그렇다면 적어도 10월 3일 전에 4, 5번째 공격대 특정 인원을 대리 이슈 의혹으로 임시 정지하고 카멘 레이드를 공략 중인 유저들에게 미리 경고할 수 있었다는 의미다. 유저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기 전에 신속히 조치했다면 7~10번째 공격대 중에 피해를 보는 정상 유저가 줄어들지 않았을까.
■ 오래 준비한 레이드 대비 난무하는 '버그'
![- HP 0이 됐지만 버그로 죽지 않은 킬리네사 [출처: 명예훈장 방송 中]](https://t1.daumcdn.net/news/202310/04/HankyungGametoc/20231004164746269ebbv.gif)
대리 이슈가 큰 얼룩을 남겼지만 사실 카멘 레이드는 오래 준비했던 것 대비 완성도가 합격점이라고 말하긴 어렵다. 이는 로스트아크 레이드 콘텐츠의 고질적 문제이기도 하다.
카멘 레이드 재미는 부정할 수 없다. 직접 카멘 레이드를 체험한 기자 역시 스트레스를 조금 받긴 했어도 트라이 시간 내내 즐거웠다. 주변 인플루언서와 지인 대다수가 재밌다고 호평했다.
옥에 티는 버그였다. 클리어에 지장을 줄 만큼 치명적인 버그가 다수 발견됐다. 1관문 마지막 페이즈에서 눈 장판 기믹을 정상적으로 처리할 경우 보스의 HP가 0을 찍었는 데도 끝나지 않는 버그가 대표적이다. 로스트아크 인플루언서 공격대인 산악회 공략 영상을 보면 해당 버그로 1관문 공략 시간이 늦어지기도 했다.
이외에도 수많은 버그가 등장했다. 1주차 이후 패치 노트를 살펴보면 각종 버그 관련 수정 내역을 확인할 수 있다. 레이드를 공략하는 유저 입장에선 해당 과정이 숨겨진 기믹인지 버그인지 인지할 수 없다. 버그가 두 번만 반복되도 유저들은 혼동하고 정상적인 공략을 진행하기 어렵다. 레이드의 완성도가 중요한 이유다.
글로벌 대표 MMORPG인 파이널판타지14를 예로 들어보자. 파이널판타지14에서는 최상위 유저들을 위해 절 난이도 레이드를 매 확장팩마다 1~2개씩 선보인다. 지금껏 절 바하무트 토벌전, 절 알테마 웨폰 파괴작전, 절 알렉산더 토벌전, 절 용시전쟁, 절 오메가 검증전 총 5종이 출시됐다.
절 난이도 레이드는 기본 18~20분 정도 시간이 걸린다. 장시간 동안 공략에 문제가 될 정도로 치명적인 버그는 단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다. 절 난이도 레이드뿐만이 아니라 8인 레이드 일반, 영웅 난이도도 마찬가지다.
완성도 높은 레이드를 출시한 덕분에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와 파이널판타지14의 경우 출시 이후 지금껏 월드 퍼스트 레이스가 성행하고 있다. 스마일게이트는 퍼스트 클리어 이벤트를 마련할 정도로 카멘 레이드에 공을 들였다. 첫 시도인 만큼 대리 이슈가 없었다면 나름 성공적이었지만 아직 부족하다.
앞으로도 퍼스트 클리어 레이스를 계속 유도하고 성공시킬 계획이라면,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 받는 MMORPG로 거듭나겠다는 목표가 있다면 콘텐츠 완성도를 한층 더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 클리어 가능해도 '불합리한' 밸런스 현황
- 카멘 4관 점화 소서리스 클리어 [출처: 매드라이프 유튜브]
완성도와 함께 밸런스에도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물론 밸런스 현황은 콘텐츠마다 매번 달라진다. 불합리한 구조로 공략하기 매우 힘든 상황이라면 문제를 제기할 만하다.
로스트아크는 클래스마다 2개의 직업 전용 각인을 사용한다. 유저 입장에선 각인 세팅을 전환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은 만큼 1개의 각인을 1개의 클래스로 바라보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1개의 클래스를 2가지 형태로 사용할 수 있다는 개념이 맞다.
물론 하나의 캐릭터에 두 개의 세팅을 만드는 것보다 그 비용을 아끼고 캐릭터 하나를 더 육성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비용적인 문제를 고려하지 않았을 경우 암묵적으로 클래스 변경권을 제공하는 격이다.
카멘 레이드에서 유저들은 그동안 사용한 각인의 효율이 떨어지면 다른 각인으로 전환했다. 대표적으로 소서리스는 점화 대신 환류를 사용했다. 물론 점화로도 성공한 사례는 있다.
점화 소서리스로 카멘을 정복한 매드라이프는 "여건만 됐다면 곧장 환류로 전환했을 것이다. 환류로 전환하려면 장신구, 보석, 트라이포드를 전부 바꿔야 한다. 현재 자본으로는 불가능하다. 점화의 경우 신경 써야 할 요소가 너무 많고 생존도 최악이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소감을 남겼다.
중요한 것은 각 클래스의 DPS 손실율이다. 카멘을 정복한 유저들은 모두 로스트아크 최상위 실력을 자랑한다. 이는 부정할 수는 없다. 점화 소서리스의 경우 카운터 스킬 '돌풍'을 채용하면 디메리트가 크다. 게다가 무력화 능력도 좋다고 보기 어렵다. 매드라이프 말대로 생존까지 최악이니까 DPS 손실율이 크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카멘에서 요구하는 DPS 요구 수치를 1로 두고 점화 소서리스가 발휘할 수 있는 DPS가 0.8이라 가정하자. 다른 클래스가 1.2를 발휘하면 카멘의 DPS 요구 수치를 충족시킬 수 있다. 이에 따라 점화 소서리스가 카멘을 성공했어도 밸런스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말하기 어렵다. 소서리스만 예로 들었지만 불합리한 조건 속에 불쾌감을 참으며 콘텐츠를 진행하는 클래스는 수두룩하다.
소서리스의 경우 점화 대신 환류 각인이라는 다른 선택지가 있다. 카멘 정복에 성공한 3명의 소서리스 중 2명은 환류로 극복했다. 서머너 또한 주요 시킬인 '마리린'의 고질적 문제로 넘치는 교감 각인을 사용하기 어려워 상급 소환사로 극복하는 사례를 보여줬다.
이렇게 다른 각인으로 대체할 수 있다면 비교적 다행이지만 두 개의 각인 모두 답이 없는 클래스가 존재한다. 이들은 파티 입장조차 어려워 클래스 퍼스트 클리어 레이스 이벤트에서 소외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카멘 레이드 클리어 톱10에서 클리어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클래스는 데모닉, 기상술사, 디스트로이어, 블래스터 총 4종이다. 유저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거론되는 클래스는 블래스터와 디스트로이어다.
메인 각인으로 포격 강화를 사용하는 블래스터는 포격 모드 상태에서 공격을 퍼붓는 방식이다. 포격 모드에서는 움직일 수 없기 때문에 보호막으로 적의 대미지를 상쇄한다.
카멘 레이드에서는 피격 대미지가 워낙 높아 보호막으로 견디며 공격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피격 시 공략을 까다롭게 만드는 어둠 게이지도 충전되기 때문에 블래스터에게 불리하다. 화력 강화의 경우 카멘 출시 전에 수치 상향을 받긴 했지만 DPS 요구치를 충족시키기엔 여전히 약하다.
디스트로이어는 대부분 분노의 망치 각인을 사용한다. 하지만 카멘의 무빙이 빠른 탓에 헤드어택 적중률이 평소보다 낮아지고 디스트로이어 자체 기동성까지 느려 불리하다는 평가가 많다. 중력 수련 각인 또한 조건이 까다로워 대체재로 활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유저들은 "10월 밸런스 패치가 아니라 카멘 레이드 전에 밸런스 패치를 하고 라이브 데이터로 수정하는 것이 맞지 않느냐", "불합리한 스페이스 이동기와 카운터 스킬만이라도 개선을 하고 카멘을 출시했어야지", "개선을 빨리 받은 캐릭터들은 매번 다음 레이드에서 피해를 보는데 이게 올바른 밸런스 패치 방식인지 의문이다" 등의 밸런스 패치 피드백을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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