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경제 한파' 또 휩쓴다…치솟는 금리·환율에 고물가까지 '오래 갈 것'
환율 1400원 전망에 유가 100달러 우려 '사면초가'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 여파로 금리와 환율이 치솟으면서 금융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여기에 국제유가마저 연중 최고치를 갈아치우면서 고금리·고환율·고물가의 3고(高) 현상이 작년 말에 이어 다시금 한국을 휩쓸 채비를 마친 듯하다.
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최근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우리나라를 둘러싼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확대됐다.
간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4.8%를 넘어서면서 2007년 8월 이후 16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30년물도 4.9%를 돌파하면서 2007년 9월 이후 최고치를 다시 썼다.
'킹달러' 현상도 강해졌다. 달러 인덱스는 지난해 11월 이후 가장 높은 지점인 107선을 뚫었으며 아시아 국가 통화는 일제히 약세를 나타냈다.
국제 금융계에서는 이 같은 시장 상황을 '긴축 발작'으로 평가할 정도였다.
소규모 개방 경제인 우리나라는 자연스레 소용돌이 한복판에 놓였다. 유상대 한은 부총재는 이날 개최한 시장 점검 회의에서 "국내 금융·외환 시장 역시 대외 여건의 변화에 따라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원·달러 환율은 이날 1360원 연고점으로 장을 시작해 장중 1363원을 터치했으며, 시장에서는 이달 안으로 1400원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을 속속 내놨다.
한국 국채 금리도 크게 올랐다. 이날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지난해 10월 이후 처음 장중 4.3%대를 돌파하면서 연고점(4.054%)을 경신했다. 연저점(3.148%)과 비교해 1%포인트(p) 이상 높은 수준이다.

더욱 큰 문제는 이같이 높아진 환율과 금리를 끌어내릴 재료가 현재로서는 부족해 보인다는 점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 경제 상황을 봤을 때 고금리·고환율 현상은 오래 갈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환율은 일본 정부의 개입이나 경상수지 등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계속 오를지 더 지켜봐야 하지만, 금리는 미국이 추가 인상 가능성이 있고 고금리를 상당 기간 유지하겠다고 밝혔기에 높은 수준을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환율 상단을 2차 저항선인 1400원까지 상향한다"면서 "강달러 흐름은 연말 미국의 경기 변화에 의한 연준의 스탠스 변화를 소화하기 전까지는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처럼 고금리·고환율 상황만 보면 그간 동결 기조를 이어온 한은의 추가 금리 인상을 배제할 수 없다. 아직 환율이 지난해 말처럼 1400원 선을 뚫고 1440원대까지 치솟진 못했으나, 지난달 평균 1330원대에서 갑작스레 1360원대로 올랐다는 점에선 금리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릴 수밖에 없다.
김정식 교수는 "환율이 너무 높아져 자본 유출 우려가 커지고 수입물가가 높아지면 한은은 금리를 한 차례 높일 수 있다"고 예상했다.
문제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불안과 가계·자영업자 대출 부실 위험이다. 추가 금리 인상은 취약 가계와 자영업 차주를 중심으로 도미노 부실을 불러올 수 있고,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와 같은 부동산 PF 불안을 다시 터뜨릴 수도 있다.
금리를 높이기도 내리기도 어려운 답답한 현실 속에서 한은은 오는 19일 기준금리 결정 회의에서 결단을 내려야 한다.

거시 경제 측면에서는 고금리·고환율만 아니라 '물가'까지 발목을 잡는다.
국제유가는 3개월 전만 해도 60달러대 후반에서 안정된 모습을 보였으나 8월 말부터 고개를 들더니 최근 들어서는 90달러 선을 가뿐히 넘으면서 배럴당 100달러를 찍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배럴당 100달러는 지난해 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에 등장했던 수치다.
골드만삭스는 1년 후 브렌트유 가격 전망치를 기존 배럴당 93달러에서 100달러로 높였으며, JP모건도 내년 브렌트유가 배럴당 90~11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유가가 에너지 수요 강세와 단기 공급 부족 등에 따라 예상보다 오래 떨어지지 않으면 고금리·고환율 현상은 더욱 오래 지속될 수 있다. 물가가 기대만큼 빨리 낮아지지 않으니 통화 긴축 기간은 늘어날 수밖에 없고 에너지 수입이 많은 한국으로서는 달러를 많이 써야 하므로 환율이 내릴 요인은 더 적어진다.
이같이 답답한 상황이 계속되면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하향 조정을 피할 수 없다. 올해는 연말까지 3개월이 남은 시점이라 오히려 하향 조정 폭이 크지 않을 수 있지만 내년 성장률의 경우 1%대로 주저앉을 가능성이 높다.
이미 해외 투자은행(IB)들은 우리나라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1%대(1.9%)로 잡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잠재 성장률로 추정되는 2%대 초반를 밑도는 수치다.
김상봉 교수는 "물가는 수입물가 상승에 따라 올라갈 것"이라면서 "내년에 한국은 1%대 성장률을 맞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한은과 정부는 올해는 우리 경제가 1.4% 성장해 잠재 성장률을 하회하지만 내년에는 2%대 초반 성장을 달성해 잠재 성장률 이상 궤도로 복귀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3고 경고등이 한국 경제를 계속 괴롭히는 경우, 이 같은 전망은 무력화될 공산이 크다.
김정식 교수는 "고금리 상황이 장기화되면 금융 부실이 늘어날 수 있는 만큼 대비책이 필요하다"면서 "적절한 재정 정책으로 경기가 경착륙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과 함께 금융 부실 축소를 위해 정책대출 등 미시 금융 정책을 병행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icef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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