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을 흔들어 주세요 … 칵테일처럼" [김기정 컨슈머전문기자의 와인 이야기]
한국 찾은 호주와인 '몰리두커' 창업자 아들 루크 마키
창업자 부부 모두 왼손잡이
와인에 필요한 스토리 담아
호주산 '즐거운 와인' 호평
일반 와인에 넣는 이산화황 대신
맥주 등에 사용되는 '질소' 첨가
가스 빼기 위한 '셰이크' 재미
"싸고 재밌고 맛있는 와인"
여러 재료와 어울려 맛내는
피자같은 와인으로 불리기도

거울속의나는왼손잡이오
내악수(握手)를받을줄모르는
악수(握手)를모르는왼손잡이오
-(이상, 거울, 1933년)
왼손잡이가 만든 호주 와인 '몰리두커.' 몰리두커 와인의 라벨에 있는 '파란 눈' 소년이 성장해 최근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주인공은 루크 마키(Luke Marquis)입니다. 왼손잡이 야구선수나 권투선수를 영어로 사우스포(Southpaw)라고 부르는데 몰리두커(Mollydooker)는 호주 슬랭으로 '왼손잡이'란 뜻입니다.
"전 세계 인구 중 10%가 왼손잡이인데 부모님을 포함해 창업 당시 직원의 70%가 왼손잡이였어요."
루크 마키는 오른손잡이지만 악수는 왼손으로 청했습니다. 루크 마키의 어머니이자 몰리두커 와인의 소유주인 세라 마키는 호주의 유명 와인메이커였습니다. 그는 "즐거운 와인을 만들고 싶다"며 직접 와인 생산에 나섭니다. 몰리두커 와인의 라벨을 보면 즐거움이 넘칩니다. 몰리두커 '블루 아이드 보이(Blue Eyed Boy)' 와인의 라벨 속 소년이 루크 마키입니다. 포도를 으깨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사진에 담았습니다.

"열 살 때입니다. 사진을 찍어야 한다고 했어요. 학교에 안 가도 된다고 해서 기분이 좋았던 것 같아요. 그때만 해도 이 와인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 줄 몰랐어요. 그런데 이렇게 한국까지 오게 됐네요. 한국의 와인바 까사델비노에서 손님들에게 내가 이 사진의 주인공이라고 했더니 놀라더라고요."
그는 몰리두커의 또 다른 와인 '더 복서(The Boxer·권투선수)'의 라벨을 보여줬습니다. 그림 속에서 이상한 점을 찾아보라고 해서 유심히 보니 권투선수가 오른손에도 왼손 장갑을 끼고 있네요. 1930년대 권투선수의 모습을 만화 형식으로 그렸습니다. 몰리두커의 스파클링 와인 '미스 몰리'는 어머니 '세라'가 춤추는 모습을 라벨에 넣었습니다. 몰리두커 와인은 라벨의 일부분을 떼어내 따로 보관할 수 있습니다. 어떤 와인을 마셨는지 기억하기 쉽게 하는 동시에 와인을 마시는 즐거움을 주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루크 마키는 몰리두커 와인을 마시는 법도 설명했습니다. 몰리두커 와인은 '몰리두커 셰이크(Mollydooker Shake)'라 불리는 특유의 '마시는 법'이 있습니다.
먼저 뚜껑을 열고 와인을 병의 어깨선까지 따라냅니다.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다음은 뚜껑을 닫고 병을 거꾸로 잡은 뒤 위아래로 세차게 흔들어 줍니다. 마치 바텐더가 맛있는 칵테일을 만들기 위해 셰이커를 흔드는 것과 같습니다. 와인 병을 귀 가까이 대고 다시 뚜껑을 엽니다. '쉬이익~~~' 하고 가스가 병에서 나가는 소리가 들립니다.
이 소리는 '질소'가 빠져나가는 소리라고 합니다. 일반 와인은 산화방지를 위해 와인을 병에 주입한 뒤 와인과 코르크 마개 사이의 공간에 이산화황을 채워 넣습니다. 몰리두커는 이산화황 대신에 질소를 사용합니다. 과자봉지에도 내용물을 보호하고 오랜 기간 보존하기 위해 질소가 들어갑니다. 질소는 커피나 맥주에도 사용합니다. 기네스의 질소 맥주가 유명합니다. 최근에는 한국에서도 와인을 잔으로 팔거나 시음하기 위한 와인 디스펜서를 많이 볼 수 있는데, 이때 질소 가스를 이용해 남은 와인을 보존합니다.
몰리두커는 질소가 와인에 들어가 있으면 맛과 향이 잠겨 있을 수 있다고 판단해 질소를 빼는 셰이크 작업을 추천합니다. '몰리두커 셰이크'는 영빈티지 와인에만 필요합니다. 물론 흔들지 않고 그냥 마셔도 건강에는 문제가 없다고 합니다. 지인들과의 모임에서 저도 몰리두커를 가져가 흔들어 보았는데 맛도 맛이지만 와인 병을 흔드는 과정 자체가 또 하나의 즐거운 추억을 선사했습니다.
사실 일반 와인 가격의 3분의 1은 '스토리'라고 생각합니다. 3분의 1은 이 스토리를 상업화시키는 마케팅, 나머지 3분의 1이 와인의 맛과 향입니다.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많은 와인들이 소비자에게 브랜드를 알리지 못한 채 사라집니다. 특히 호주와 같은 신대륙 와인들은 스토리가 부족합니다. 프랑스 황제가 마신 것도 아니고, 괴테나 헤밍웨이가 즐겨 마셨다는 기록도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몰리두커는 와인 이름부터 시작해 마시는 법까지 다양하면서도 즐거운 스토리를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루크 마키는 몰리두커를 '피자' 같은 와인이라고도 불렀습니다.
"여러 가지 다양한 맛이 있고 소비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가격입니다. 또 여러 재료들이 어울려 하나의 맛을 냅니다."
물론 몰리두커도 '벨벳 글로브'라는 최고급 호주 쉬라즈 와인을 생산합니다. 같은 포도품종이지만 프랑스에선 '시라', 호주에선 쉬라즈라고 표기합니다. 벨벳 글로브를 블라인드 테이스팅한 적이 있는데 호주 쉬라즈라고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부드러운 감촉과 밸런스가 일품입니다.
몰리두커는 기부활동도 열심히 하는 와인 생산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어머니가 창업할 때 17달러로 시작했다고 합니다. 몰리두커가 지금 이렇게 성장하게 된 건 기적입니다. 와인 판매액의 일정 부분을 기부하는 이유입니다."

[김기정 컨슈머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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