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에서 의혹 밝힌다”던 김행, 국회 청문자료 제출은 ‘거부’
“청문회에서 설명하겠다”더니
청문회 관련 자료 요청엔 ‘거부’
“청문회 때 모든 주식거래내역, 경영상태를 투명하게 전부 공개하겠다고 수도 없이 말씀드렸으니, 지켜봐 주십시오.”(지난 9월24일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입장문)
“청문회에서 모든 사안에 대해 소상히 밝힐 예정이니, 사실과 다른 내용이 보도되지 않도록 협조 부탁드립니다.”(지난 9월25일 입장문)
오는 5일 인사청문회를 앞둔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자신의 ‘주식 파킹’ 등 주요 의혹과 관련한 국회의 인사청문 자료 제출 요구 대부분을 ‘제출 거부’ 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김 후보자는 의혹·검증보도 전반을 ‘가짜뉴스’로 규정하며 ‘청문회에서 소상히 밝히겠다’고 해왔다. 김 후보자는 회사와 관련된 자료는 “기업 영업활동”이라서, 배우자 관련 자료는 “개인 사생활”이라서 제출하지 않았다고 했다.
4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등이 여가부로부터 받은 ‘인사청문회 요구자료’를 보면 김 후보자는 자신과 배우자의 주식 변동, 소셜뉴스(위키트리 운영사) 경영 등 주요 의혹 관련 자료 등의 제출을 거부했다.
김 후보자는 ‘주식 파킹’ 의혹과 관련해 신 의원이 요구한 ‘소셜뉴스 등 후보자와 배우자가 재직한 회사의 최근 10년 주식변동상황내역서 일체’에 대해 “기업 영업활동 보호를 위해 자료 제출이 어려우니 양해해주시길 바라며, 청문회에서 설명하겠다”고 답했다. 김 후보자는 2013년 청와대 대변인으로 가면서 자신과 배우자의 주식을 백지신탁하지 않고 시누이와 지인 등에게 매각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 후보자가 2018년 다시 사들인 소셜뉴스 주식의 현재 평가액은 재매입 때의 79배로 뛰었다.
김 후보자는 신 의원이 요구한 ‘2012년~2023년 후보자, 배우자, 직계존비속의 주식(비상장주식 포함) 거래 내역 일체’와 ‘시누이에게 주식 매각 당시 후보자, 배우자, 시누이 간 주식 매매 관련 계약서 사본’에 대해서도 “개인 사생활 보호를 위해 자료제출이 어렵다”고 답했다.
이는 모두 김 후보자가 공개를 약속한 자료들이다. 김 후보자는 지난달 17일 인사청문준비단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백지신탁 전후 주식 변동 상황을 다 공개하겠다”고 했다. 같은 달 24일에는 입장문에서 “청문회 때 모든 주식거래내역, 경영상태를 투명하게 전부 공개하겠다고 수도 없이 말씀드렸다”고 했다.
김 후보자는 ‘회사 경영이 어려워 주식을 매입하겠다는 사람이 없어 친지에게 매각했다’고 해명해 왔는데, 이를 증명할 자료 역시 제출하지 않았다. 김 후보자는 지난달 19일 입장문을 통해 “창업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회사의 모든 재무제표를 청문회 때 공개하겠다”고 했다. 다음날에도 입장문에서 “청문회 때 회사 창업 이후 현재까지 지분변동, 경영상태, 재무구조 등을 모두 공개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신 의원이 ‘소셜뉴스 등 후보자와 배우자가 재직한 회사의 지난 10년간 재무제표’를 요구하자 김 후보자는 “기업 영업활동 보호를 위해 자료 제출이 어렵다”며 “필요한 내용은 청문회에서 설명하겠다”고 했다.
김 후보자는 ‘소셜뉴스 등 후보자와 배우자가 재직한 회사의 최근 10년 법인카드 사용 내역’을 제출하라는 요구에도 “경영·영업상 비밀 보호를 위해 자료 제출이 어렵다”고 답했다. 김 후보자의 배우자는 인사청문요청안 서류에 최근 5년 신용카드, 현금영수증 등의 사용액을 0원으로 신고했다. 이와 관련해 김 후보자는 지난달 17일 출근길에 “연말 소득공제 신고 시에 소득공제가 누락됐을 뿐”이라며 “2018년부터 현재까지 배우자의 세금 납부에 대해 정리되는 대로 모두 공개하겠다”고 했다. 김 후보자는 배우자의 양도소득세 납부 사유와 종합소득세 신고서 사본 제출 요구에 “개인 사생활 보호를 위해 자료 제출이 어렵다”고 했다.
김 후보자는 ‘후보자, 배우자, 직계존비속의 해외유학, 연수내역, 자금 및 출처’에 대한 제출 요구에 “개인 사생활 보호를 위해 자료 제출이 어렵다”고 답했다. 김 후보자의 배우자와 직계존·비속은 국회 여가위의 부동산 등 자료 제출 요구 일체를 거부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김 후보자와 여당이 청문회를 통한 검증을 ‘패싱’하려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 3일 김 후보자 청문회 불참을 선언했다. 여가위 여당 간사인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27일 “청문회는 물론 해야 된다”며 “여당 의원으로서 책무를 저버릴 수는 없다”고 말했는데 이를 뒤집은 것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지난달 27일 단독으로 청문회 일정을 의결했다며 청문회를 보이콧했다. 민주당 측은 청문회 여러 차례 합의를 시도했지만 국민의힘이 협의를 위한 회의 개최 등에 협조하지 않았다고 했다.
신 의원은 “김 후보자는 제기된 의혹에 대해 청문회 때 모든 것을 해명하고 자료를 공개하겠다고 일관해 왔다”며 “청문회는 국무위원의 자질과 능력 적절성을 국회가 검증하는 막중한 책임의 제도로, 온 국민이 김 후보자의 자료 제출과 성실한 소명 여부로 장관 임명의 적절성을 판단할 것이며 대충 말로 때우는 꼼수는 통하지 않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했다.
김 후보자 측은 4일 입장문을 내 “김 후보자는 현재 청문회를 성실히 준비하고 있다”며 “회사 운영 등 후보자 관련 사항에 대해서는 청문회에서 소상히 설명드리겠다고 수도 없이 말씀드렸다. 후보자의 소중한 분들까지 명예훼손 되는 일이 없도록 확인되지 않은 무분별한 보도를 삼가주시기를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했다.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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