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원의장 축출·트럼프 선두…미국 민주주의 전례 없는 위기 [핫이슈]
매카시, 하원의장서 축출되고
선거 승복 안 하는 포퓰리스트가
대선 여론조사 1위에 오른 미국
전세계에 극단주의 도미노 우려
중도 좌우파 연합해 파시스트 막은
벨기에 사례 각국이 본받아야
![미국 하원 의장에서 해임된 케빈 매카시 의원이 3일 미국 국회 의사당을 떠나고 있다. [AP = 연합뉴스]](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310/04/mk/20231004093603106qwqy.png)
3일(현지 시각) 미국 하원은 공화당 극우파 의원인 맷 게이츠 하원의원이 발의한 케빈 매카시 하원 의장 해임안을 찬성 216표, 반대 210표로 통과시켰다. 매카시 의장이 소속된 공화당의 절대다수 의원들은 해임안에 반대표를 던졌지만 극우 강경파 의원 8명과 민주당 의원들이 찬성표를 던지면서 해임안이 가결됐다.
공화당 강경파는 매카시 의장이 연방 정부 셧다운을 막기 위해 민주당과 임시 예산안 처리에 합의한 것을 문제 삼았다. 그들은 조 바이든 행정부가 예산을 대폭 삭감하지 않으면 예산안을 의회에서 통과시키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방정부 셧다운을 감수하자는 식으로 나왔다. 이로 인해 불거질 국정 마비와 금융 시장의 혼란을 볼모 삼아 자신들 주장을 관철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매카시 의장은 이를 거부하고 민주당과 45일간의 임시 예산안에 합의했다. 강경파의 비난을 받자 그는 “어른스럽게 행동했다는 이유로 나를 축출하고 싶다면 그렇게 해보라. 나는 이 나라를 너무나 사랑한다”는 말로 받아쳤으나 결국 의장직에서 축출됐다.
아쉬운 점은 민주당 의원들이 매카시 의장 해임에 찬성 표를 던졌다는 것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최근 며칠 동안 매카시 의장을 도울 것인지를 놓고 내부 토론을 벌였으나 결국 3일 비공개회의에서 “공화당 의원들이 MAGA 극단주의와 단절하려는 의사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해임에 찬성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그러나 민주당의 찬성표는 공화당 극우파의 입지만 강화한 꼴이 됐다. 많아야 20명인 극우파 의원들의 지지를 못 얻으면 하원의장에서 쫓겨난다는 게 입증됐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하원 의장은 다수당인 공화당 출신이 맡을 게 틀림없는데, 누가 의장을 맡든 강경파의 입김에 흔들릴 수밖에 없게 됐다. 공화당과 민주당의 갈등은 더욱 심해질 것이다. 민주당의 중도파 의원 몇 명이라도 초당적 입장에서 매카시 의장의 생존에 힘을 보탰다면, 공화당 강경파의 존재감은 사라졌을 것이다.
대선 여론조사에서 1위 또는 박빙 2위를 달리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막기 위해서라도 민주당과 공화당 중도파의 타협은 꼭 필요하다. 공화당의 중도 세력이 민주당의 정상적인 후보, 다시 말해 선거 결과에 승복하고 상대방을 협박하지 않는다는 최소한의 민주주의 윤리를 수용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지 않는다면 차기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될 확률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미국에서 트럼프 같은 포퓰리스트 후보가 당선된다면 세계 곳곳에서 도미노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선동가와 극단주의자들이 “미국을 보라”면서 선거판을 흔들려고 할 것이다. 나치즘과 파시즘이 횡행하던 1930년대 유럽에서 그런 일이 실제로 발생했다.
각국은 1030년대 파시즘으로부터 민주주의를 지켰던 벨기에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 당시 중도우파 가톨릭당은 우파 극단주의자들과 절연하고 중도좌파 사회당과 손을 잡았다. 사회당은 1936년 총선에서 1당 자리를 꿰찼으나 우파 극단주의자들을 막기 위해 카톨릭당의 전임 총리가 계속 총리 자리를 맡는다는데 합의했다. 양당은 권력을 공유하는 대신 좌우파의 극단주의자들은 배제했다.
미국이 이런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다면, 극단주의자들과 포퓰리스트 선동가에 민주주의가 좌초할 수도 있다. 제발 그런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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