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클리닉] 전체 수술 절반이 60대 이상 ... 노년 환자 위한 '치료 프로세스'최적화

이순용 2023. 10. 4.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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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초고령사회를 선제적으로 대비하는 '중앙대광명병원 노년수술전문지원센터'
전체 수술의 53.1%가 60대 이상 환자, 매년 노년 수술 증가추세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87세의 이병재씨(가명)씨는 복부통증으로 타 병원에서 여러가지 검사를 시행했으나, 정확한 원인을 찾지 못했다. 중앙대광명병원에서 복부 종괴를 확인 후 제거 수술을 진행하던 중 대장암 전이가 확인됐다. 정밀한 검사를 진행한 결과, 복막으로의 대장암 전이 및 진행으로 장이 거의 막힌 상태였으며 이로 인해 식사도 불가능했다. 수술적 치료가 불가피했으나, 고령과 기저질환 및 그 동안의 영양상태가 많이 떨어지며 전신의 기력이 저하되는 등 수술이 어려웠다.

이병재씨의 상태가 위중함에 따라 노년수술전문지원센터에서 수술 전 포괄 평가를 진행했다. 그 결과 수술 위험도(mortality)가 44%로 위험도가 아주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나, 여러 진료과의 전문의들과 환자 및 가족들이 함께 협의를 해 수술을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다행히 수술은 성공적으로 이뤄졌으며 수술 합병증, 전신마취 합병증 없이 수술 5일만에 퇴원했다. 수술전에는 침대에만 누워있던 이병재씨는 4주 만의 외래진료 때 직접 걸어오며 목소리에도 힘이 넘쳤다. 또한 정상적인 식사도 가능해져 몸무게도 46kg에서 52kg로 증가했다. 현재는 수술 후 추적 관찰 과정을 진행중이며 환자 본인과 보호자 모두 수술 결과에 만족하고 있다.

고령사회를 넘어 초고령사회를 앞에 둔 국내의 상황에서 노년 환자, 특히 수술이 필요한 노년 질환 건수가 현저하게 증가하고 있다. 노년 환자는 일반 성인과 비교했을 때 질병의 분포차이, 노화에 따른 장기 기능의 저하, 높은 확률의 동반질환, 인지 기능과 정신건강 장애, 수술 합병증, 수술 후 장기 회복 기간 등의 차이점이 존재한다. 또한 수술 후 기능을 완전히 회복하지 못해 기대 수명은 늘어났지만 삶의 질은 오히려 떨어지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그렇기 때문에 노년환자는 수술을 결정함에 있어 다각적 방면에서의 면밀한 논의가 필요하다.

최근 중앙대학교광명병원은 노년 환자의 수술 전 평가부터 재활, 수술, 수술 후 관리, 퇴원, 퇴원 후 관리 과정까지 모든 과정을 관리하기위한 ‘노년수술전문지원센터(Center for Optimization of Geriatric Surgery. COGS)’를 개소했다. 수도권 서남부의 중증전문 의료허브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중앙대광명병원은 노년수술전문지원센터를 통해 노년환자 개개인의 건강과 더불어 지역사회 건강 증진에 앞장서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 눈앞에 다가온 초고령사회, ‘노년 수술’ 증가해

한국의 고령사회 진입은 전 세계 어느 국가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2019년 통계청이 발표한 ‘세계와 한국의 인구 현황 및 전망’에 따르면, 한국은 2025년 초고령 사회에 진입하고, 2045년에 한국은 세계에서 고령 인구가 가장 높은 국가가 될 것이라고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러한 증가세는 다른 나라들과 비교했을 때에 더 두드러지는데, 한국이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7년으로, 일본(10년)·미국(15년)·영국(50년) 등보다 훨씬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발간한 2021년 주요수술통계연보에 따르면 총 168만1,540건의 수술 중 60대 이상이 53.1%(89만3,660건)로 나타났으며, 65세 이상 노인건강보험 진료비는 2016년 25조 187억 원에서 2020년 37조 4,747억 원으로 증가하는 등 매년 노년 수술은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고령화와 함께 노년 환자의 수술이 증가하고 있지만, 모든 노년 환자에게 수술이 유익하지는 않다. 노년 환자의 경우 신경계통, 심장혈관계통, 호흡계통, 간, 신장, 그리고 대사 및 내분비기능 등 신체 전반의 구조와 기능이 노화로 인해 기저 질환이 있는 경우가 많으며, 수술적 치료에 의한 데미지를 견디는 능력 역시 일반 성인에 비해 떨어져 수술 후 부작용의 빈도가 높다.

그렇기에 노년환자는 수술 전에 면밀한 환자 평가가 필수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안전하고 효율적인 수술을 위해서는 수술 전 평가와 수술 후 관리 등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인적·물적자원과 더불어 환자 및 보호자와 치료에 대해 소통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수술 후 예측 결과를 환자와 논의하고 환자가 원하는 방향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체계가 갖춰져 있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상황속에서 ‘환자의 포괄적 기능평가’를 진행할 수 있는 노년외과 다학제팀에 대한 설립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의학계를 포함한 사회 각계각층에서 대두됐다.

◇ 노년 환자 위한 최적화된 치료 프로세스 제공

중앙대학교광명병원은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따라 지난 7월 ‘노년수술전문지원센터(Center for Optimization of Geriatric Surgery. COGS)’와 ‘노년친화병동’을 개소했다. 초대 센터장으로는 국내 췌장암 치료의 권위자인 외과 김선회 교수를 임명했다.

노년수술전문지원센터는 노년 환자의 수술 전 평가부터 재활, 수술, 수술 후 관리, 퇴원, 퇴원 후 관리 과정까지 모든 과정을 전문적으로 관리한다. 또한 다양한 진료과의 체계적 협진을 기반으로 ‘환자중심 공동 임상결정’ 과정을 통해 노년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한 환자 최적화 치료 프로세스를 제공한다. 대상 환자는 75세 이상 환자와 65세 이상이면서 수술 위험도를 높이는 동반질환이 있는 환자 중 담당 집도의가 의뢰하는 경우이다.

노년 환자는 고령이라는 이유만으로 달성 가능한 목표를 포기하거나 혹은 의무감만으로 득보다 실이 많은 치료를 지속하는 상황에 놓이곤 한다. 이 때, ‘환자중심 공동 임상결정’은 이러한 상황을 예방할 수 있으며 최대한 환자와 보호자가 원하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치료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 환자 개인의 측면에서 봤을 때, 재원기간과 합병증 확률 감소로 일상으로의 빠른 복귀가 가능해지는 것은 물론이고 삶의 질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선회 센터장은 “사회적 측면으로 볼 때, 노년 수술 전문화는 초고령사회에서 의료기관이 갖춰야 할 사명”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국내 최초의 노년수술전문지원센터를 통해 선도적 노년의료 선진화를 이뤄내는 것이 목표”라며 “수술 전 포괄적 평가부터 수술 전 재활을 통한 수술위험 최소화, 환자 중심 공동임상결정, 노년 환자에 특화된 수술 후 관리까지 토탈솔루션을 제공함으로서 노년 환자의 건강증진에 기여할 것” 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중앙대학교 광명병원 노년수술전문지원센터 김선회 센터장이 수술이 필요한 환자에게 치료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순용 (syle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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