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현의 꽃] 닭똥 냄새 나지만 지혜로운

박수현 기자 입력 2023. 10. 4.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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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장을 타고 무성하게 피어나는 계요등은 흰색 바탕 안쪽으로 홍자색 무늬가 새겨진 작은 꽃을 피웁니다.

질긴 줄기를 가졌으니 생활에 요긴하게 쓰일 만도 하지만 고약한 냄새 때문에 계요등으로 만든 생활용품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어쩌면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것이 바로 계요등의 생존 전략일지도 모릅니다.

냄새를 풍기는 생존전략과 원활한 꽃가루받이를 위해 곤충의 크기를 가리는 것이 지혜롭게 보여서인지 계요등의 꽃말은 '지혜로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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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계요등

담장을 타고 무성하게 피어나는 계요등은 흰색 바탕 안쪽으로 홍자색 무늬가 새겨진 작은 꽃을 피웁니다. 흰색과 자주색으로 선명한 채도 대비를 갖춘 작은 나팔을 닮은 꽃은 나름 예쁘게 보입니다. 한 아름 따다가 집안을 장식하는 꽃꽂이용이나 부케를 만들 때 쓸 만하지만 사람들에게서 외면받아 왔습니다. 그 이유는 이들 꽃과 줄기에서 고약한 닭똥 냄새가 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름도 닭계(鷄)에 오줌요(尿)자를 붙여 계요등입니다.

계요등의 작은 나팔 모양을 한 통꽃은 겉은 하얀색이고 통부 안쪽은 자주색을 띱니다. 줄기는 기둥부분이 목질화되어 단단하고 질기며 암모니아 같은 구린내를 뿜어냅니다. 박수현 기자


다른 이름으로는 지역에 따라 계뇨등 구렁내덩굴 계각등 등으로도 불리기도 합니다.

계요등의 학명인 속명 페데리아(Paederia)는 ‘악취’를 뜻하는 라틴어 페도르(Paedor)에서 왔고 종명 스칸덴스(scandens)는 ‘기어오른다’는 뜻입니다. 말 그대로 풀이하면 악취를 풍기는 덩굴식물이라는 뜻이 됩니다.

덩굴을 이루는 계요등은 생명력이 끈질긴 식물입니다. 땅으로 쭉쭉 뻗으며 돌담으로 경계를 친 밭에 인정사정없이 파고듭니다. 줄기를 잘라 버리면 잘린 곳에서 뿌리를 내어 또 자라나니 아예 씨를 말리려면 태워버려야 할 정도입니다. 줄기는 얼마나 질긴지 손으로 잡아당겨도 잘 끊어지지도 않습니다. 질긴 줄기를 가졌으니 생활에 요긴하게 쓰일 만도 하지만 고약한 냄새 때문에 계요등으로 만든 생활용품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어쩌면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것이 바로 계요등의 생존 전략일지도 모릅니다. 꽃도 예쁘고 질기고 실한 줄기를 가졌으니 고약한 냄새라도 풍기지 않았다면 덩굴째 뽑혀지고 말았을테니 말입니다.

계요등 덩굴이 옆에 자리한 나무줄기를 타고 오르고 있습니다. 계요등은 꼭두서니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덩굴식물입니다.


그런데 계요등은 곤충을 불러 모으는 전략을 가지고 있습니다. 꽃 주변에 빼곡하게 나 있는 솜털은 큰 곤충들이 꽃에 다가오는 것을 막고 대신에 작은 곤충만을 받아들이게 해줍니다.

가을이되면 계요등은 갈색의 작은 열매를 맺습니다.


통이 깊은 꽃 속에 암술이 있기에 꽃가루받이를 원활히 하기 위해서는 작은 곤충이 제격이기 때문입니다. 냄새를 풍기는 생존전략과 원활한 꽃가루받이를 위해 곤충의 크기를 가리는 것이 지혜롭게 보여서인지 계요등의 꽃말은 ‘지혜로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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