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오송 참사 잊었나…‘긴급 재난대응’ 연구예산 90% 삭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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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년 연구·개발(R&D) 예산을 올해 대비 16.6% 줄인 가운데, 지체없이 재난 대응 기술을 개발할 수 있도록 마련된 신속지원 예산도 90% 가까이 삭감된 것으로 나타났다.
3일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한국연구재단 등으로부터 받은 예산안 자료를 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국민생활안전 긴급대응연구 사업' 예산을 올해 41억2500만원에서 내년 4억6100만원으로 89%가량 삭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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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수 탐지’ 등 17개 과제 좌초 위기
연구재단 “최소 20억 필요” 의견에
과기부, 구체적 산출근거 없이 삭감
정부가 내년 연구·개발(R&D) 예산을 올해 대비 16.6% 줄인 가운데, 지체없이 재난 대응 기술을 개발할 수 있도록 마련된 신속지원 예산도 90% 가까이 삭감된 것으로 나타났다. 포항 지하주차장 침수 사고, 오송 지하차도 참사 등 잇딴 사고에도 정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도외시하고 있다고 비판이 나온다.
3일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한국연구재단 등으로부터 받은 예산안 자료를 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국민생활안전 긴급대응연구 사업’ 예산을 올해 41억2500만원에서 내년 4억6100만원으로 89%가량 삭감했다. 과기정통부 내년 연구·개발 예산 322개 항목 가운데 9번째로 감액 비율이 크다. ‘국민생활안전 긴급대응연구 사업’은 정부가 2019년부터 예기치 못한 재난·안전 사고 발생 시 긴급 대응이나 피해 확산 방지를 위한 기술개발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해당 사업은 현장부처들이 통상적인 절차를 따를 경우 1년 이상이 소요되는 관련 연구·개발 착수 절차를 수주 내에 마무리 지을 수 있도록 해 긴급재난 현안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지금까지 ‘도로 살얼음 발생 위험도 예측 기술 및 정보 전달 서비스 개발’, ‘산불확산예측시스템 고도화 및 상황 정보 전달 체계 개발’ 등 국민 생활 안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연구·개발 과제가 이 사업을 통해 수행됐다. 지난해 포항 지하주차장 사고 이후 과제로 선정된 ‘공동주택 지하주차장 침수방지를 위한 자동제어 물막이판 기술 개발’을 비롯해 ‘공공 CCTV 활용 머신러닝 기반 도시 침수 위험지역 침수심 탐지 및 시공간적 분석 기술 개발’ 등 17개 과제가 내년에도 진행될 예정이었다.
사업을 담당하는 한국연구재단에서는 이번 예산 삭감으로 17개 과제가 좌초 위기에 놓였다고 말한다. 이에 재단은 과기정통부에 “동 사업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적기에 신속하게 착수할 수 있는 충분한 예산 반영이 필요하다”며 17개 계속 과제를 지원하기 위해서 최소 20여억원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냈지만, 과기정통부는 구체적 산출 근거 없이 예산을 삭감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정부 재정 감액 기조의 영향과 해당 사업이 2024년에 종료될 예정으로 이미 상당 부분 투자가 이뤄졌다는 측면이 고려됐다”며 “현재 예산으로 최대한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관리하겠다”고 설명했다.
시민사회단체는 기후변화 등으로 인해 사회 곳곳에서 재난·안전 사고가 이어짐에도 불구하고 국민 안전과 직결된 예산을 삭감한 것은 문제라고 지적한다. 지난해 9월 경북 포항에서 지하주차장이 침수돼 주민 7명이 숨지고, 올해 7월엔 충북 청주시 오송지하차도에 물이 들어차 14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일어났다. 박순철 생명안전 시민넷 사무처장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은 말만이 아니라 예산과 정책으로 이뤄져야 한다. 지금은 예산 삭감에 그치지만, 이런 작은 움직임이 더 큰 참사로 이어질까 우려된다”며 “생명·안전에 대해 가치와 철학을 가지고 정책을 펴야 한다”고 했다.
장경태 의원은 “정부는 재난안전 분야 예산을 증액했다고 강조했지만, 사업담당 기관의 반발에도 국민재난안전 예산이 대폭 삭감됐다”며 “윤석열 정부의 안전무지·안전무관심·안전무능력을 여실히 보여주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고병찬 기자 ki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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