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경매사 본햄스가 초청한 첫 한국 화가

허윤희 기자 2023. 10. 4.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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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서 김성희 교수 개인전 열려
아파트 화단 목련 나무에 새들이 앉아 노래하는 모습을 한지에 먹과 채색으로 그린 ‘별난 이야기 1702′. 하얀 점으로 찍은 별과 이를 선으로 이은 별자리가 나뭇가지처럼 연결돼 있다. 2017년 작. 170.2×138㎝. /김성희 교수 제공

한국화가 김성희(60) 서울대 교수가 영국 경매사 본햄스(Bonhams)의 런던 본사에서 개인전을 연다. 런던 메이페어 본햄스 전시장에서 7일부터 13일까지 열리는 전시 ‘혜명(Hemyeong)’이다. 혜명은 김 교수의 호. 본햄스는 1793년 설립된 글로벌 경매사로, 한국 작가가 본햄스에서 전시하는 것은 처음이다.

지난달 서울대 연구실에서 만난 김 교수는 “전통 한지에 한국 전통 기법과 재료로 국내에서 작업해온 사람을 초청해 놀랍고 감사하다”고 했다. 본햄스 측은 “혜명의 예술 활동을 정의하는 특징은 한국과 동아시아의 전통 기법과 재료를 동시대 관람객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주제와 표현으로 변환하는 놀라운 능력에 있다”고 밝혔다.

한국 작가로는 처음으로 영국 본햄스 본사에서 개인전을 여는 한국화가 김성희 서울대 교수. /김성희 교수 제공

그는 긴 장섬유로 된 한지에 먹과 천연 염료를 스미게 하고, 다시 한지 위에 선을 긋거나 채색하는 방법으로 작업한다. 인간과 새와 나무 등 그가 그리는 모든 형상 안에 별자리가 있다. 2005년부터 시작한 ‘별난 이야기’ 연작이다. 그림 위에 아교로 흰 별을 무작위로 찍고 선을 그어 잇는다. “그해 봄, 밤 늦게까지 작업하고 퇴근하던 길에 오토바이를 피하려다 넘어졌는데 아킬레스건이 끊어졌다. 3개월간 식물인간처럼 누워 있으면서 살아온 날과 내 몸에 대해 생각했다. 너무 몸을 혹사하며 살았구나. 내 몸은 욕망의 궤적을 이어온 결과이고, 모든 선(線)은 방향성을 지닌다. 별자리 역시 우리가 되고자 하는 의지를 반영한 선의 결과 아닐까.”

김성희, '별난 이야기 1709'. 한지에 먹과 채색. 210.5×150.5cm. 2017년작. /김성희 교수 제공

작가는 “별자리는 이야기”라며 “삶의 모든 순간은 별처럼 아름답게 빛나는 상황들이고, 탄생과 소멸을 반복하는 자연의 섭리 속에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 미술관 관장과 서울대 미대 학장을 지낸 그는 올 초부터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하루에 하나씩, 한지에 선(線)을 긋는 게 전부다. 그간 모아놓은 두꺼운 ‘일기장’을 보여주며 그는 “같은 붓으로 같은 길이의 선을 긋는데도 똑같은 게 하나도 없다. 선을 그어서 마음의 상태를 읽는 일기”라고 했다.

김성희, '별난 이야기 1807 - 투명인간'. 한지에 먹과 채색. 179×88cm, 2018년작. /김성희 교수 제공

이번 전시에선 ‘별난 이야기’ 연작과 여기에서 분화된 ‘투명인간’ 연작을 고루 소개한다. ‘투명인간’은 조직과 사회 구조, 이념에 압도돼 본질을 상실하는 현대인의 소외감을 정체성이 흐릿해진 사람으로 묘사한 시리즈. 본햄스는 특히 투명인간 연작에 관심을 보이며 “작품을 더 많이 보내달라”고 했다는 후문이다. 본햄스 측은 “인류가 향하는 방향에 대해 심오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별자리마다 화사한 꽃들이 피어나는 신작 '별난 이야기 2302'. 작가는 "주인공이 따로 있는 게 아니고, 모든 별자리가 다 아름답다"며 "우리 모두 이렇게 피어나고 있는데, 그걸 잊고 산다"고 했다. 한지에 먹과 채색, 148×114cm. /김성희 교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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