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미희의동행] 가을의 기도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지난 며칠 가을비답지 않은 비가 이어졌다.
그 비에 사방 모든 것들이 젖어 들었다.
적자생존의 비정한 방식이 작동되지 않는다면 생태계는 그만큼 난삽하고 어지러울 것이다.
그 비에 어떤 것들은 뿌리째 썩어 들어 가고 열매는 풋것으로 위태롭게 매달려 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요 근래 제법 많은 비가 내렸다. 그 비에 땅은 물러지고 어떤 곳은 물마가 일기도 했다. 그 비에 어떤 것들은 뿌리째 썩어 들어 가고 열매는 풋것으로 위태롭게 매달려 있다. 이맘때,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꼭 이때만 같으라는 염원의 시기에 비라니. 한 해의 결실을 무사히 갈무리하지 못하면 다음 해의 풍년과 안녕도 장담하기 어려운데 계속되는 비가 그 결실을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지금은 겨우살이 준비로 분주해야 할 시간이다. 나무들은 지난 시간들을 몸에 새기고 해산하듯 열매와 잎을 떨군 채 메마른 몸으로 혹독한 시간들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한다. 어디 나무들뿐일까. 동물들 역시 동면을 위해서는 부지런히 먹이 활동을 하며 양분을 저장해 둬야 한다. 그래야 무사히 겨울을 나고 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 그렇게 세상에는 계절과 시간에 따라 다양한 생존의 전략과 법칙들이 존재한다. 한데 계속되는 비가 그 질서와 법칙들을 교란한다. 이게 다 인간의 오만함에서 비롯된 기후위기 때문이 아닐까.
정말, 비 말고, 쨍쨍한 햇빛이 그립다. 그 햇빛에 과육들은 달콤한 향내를 풍기며 익어 가고, 나뭇잎들은 그 햇살에 붉고 노랗게 물들어 가다가 어느 순간 건듯 부는 미풍에 우수수 떨어져 내리는 그 가을을 보고 싶다. 그때는 누구든 시인이 되지 않겠는가.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김현승 시인은 그렇게 낙엽이 지는 때를 기다려 겸허한 모국어로 자신을 채워 달라고 기도하고 간구했다. 가을은 그렇게, 저절로 기도하게 만드는 계절이다. 가을은 그런 계절이다. 봄이 찬란하다면 가을은 장엄하고, 봄이 생명을 탄생시키는 계절이라면 가을은 생명을 품는 계절이다. 봄이 축제의 시간이라면 가을은 감사의 시간이다. 가을이, 앞으로의 시간들이 풍요롭고 탐스럽게 영글어 갔으면 좋겠다. 모든 오곡백과가 잘 익고 여물었으면 좋겠다. 모든 시련을 이겨내고, 그렇게 꿋꿋하게. 우리의 삶도 그랬으면 좋겠다.
은미희 작가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45만 월세의 반란” 박군, 30억 연금 던지고 ‘15억 등기부’ 찍었다
- ‘200배 수익설’ 이제훈, 부동산 대신 스타트업 투자한 이유
- 냉동실에 오래 둔 고기 하얗게 변했다면 먹어도 될까
- 정비공 출신·국가대표 꿈꾸던 소년이 톱배우로…원빈·송중기의 반전 과거
- “인생 안 풀리면 관악산 가라”…역술가 한마디에 ‘개운 산행’ 열풍 [이슈픽]
- “언니 변호사, 동생 의사” 로제·송중기 무서운 ‘집안 내력’ 보니
- “편의점 도시락 그대로 돌렸는데”…전자레인지 ‘3분 습관’의 숨은 위험
- “포르쉐 팔고 모닝 탄다… 훨씬 편해”…은혁·신혜선·경수진이 경차 타는 이유
- 연기만 하는 줄 알았는데… 하정우·차인표·유준상 ‘제2의 직업’
- 똑같이 먹어도 나만 살찌는 건 ‘첫 숟가락’ 탓